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조작기소 특검법’ 수사 대상엔 국회에서의 위증죄도 포함됐다. 쌍방울 대북송금과 대장동 개빌비리 수사 등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를 근거로 특검법을 발의한 만큼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한 증인의 발언도 수사를 통해 진위를 가리겠다는 취지다.
3일 국회와 법조계에 따르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방용철 전 쌍방울 부회장 등이 국회증언감정법상 위증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특검법이 통과하고 특검이 출발하면 관련 사건도 모두 특검에서 이첩받아 수사할 전망이다. 김 전 회장과 방 전 부회장은 민주당이, 이 전 부지사는 국민의힘이 고발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지난달 14일 국회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서 열린 쌍방울 대북송금 조작기소 의혹 사건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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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술파티 놓고 엇갈린 증언
국조특위에 출석한 이들의 증언은 완전히 엇갈린다. 쌍방울 대북송금 수사 중 연어술파티 의혹에 대해 김성태 전 회장은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5월 17일에 정확히 술 안 먹었다”며 “제가 나이가 거의 60세인데 이제 먹는 건 그만 말씀하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5월 17일은 이 전 부지사가 술 먹는 것을 봤다고 지목한 날이다. 김 전 회장은 이 발언으로 위증 고발됐다.
반면 국조특위 청문회에 나온 이 전 부지사는 “(연어술파티는) 100% 진실”이라고 말했다. 이 전 부지사의 변호를 맡으며 그날 조사에 입회했다고 밝힌 설주완 변호사가 “술은 본 적 없다”고 말한 데 대해 이 전 부지사는 “제 기억엔 (설 변호사가) 분명히 없었는데 마지막에 서명은 돼 있더라”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지난해 9월 수원지법에서 열린 자신의 뇌물공여 등 혐의의 재판에서도 “(검사실 술 반입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무리 세상이 바뀌었다고 해도 너무한다”며 “검찰 조사를 받을 때 교도관이 두 명씩 붙어있는데 (가능하지 않은 일)”라고 밝혔다. 법정에서 한 증언과 국회에서 말이 바뀌지 않았다. 이 전 부지사 역시 법정에서 연어술파티가 있었다는 증언을 똑같이 하긴 했지만, 지난해 10월 이 전 부지사 측은 재판에서 “날짜를 특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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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방울 측 “필리핀에서 리호남 만났다”
방 전 부회장이 고발된 건 2019년 7월 24~27일 필리핀에서 북한 공작원 리호남을 만나 방북비용 70만 달러를 전달했다는 증언 때문이다. 방 전 부회장은 국회에서 “(필리핀에서) 리호남을 봤다. 방북 대가로 돈을 줬다”고 말했다. 이어 “리호남이 초저녁쯤 저희가 묵고 있던 (마닐라) 오카다 호텔로 찾아왔다”고 구체적인 상황까지 설명했다. 민주당은 해당 발언을 이유로 방 전 부회장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지난달 14일 국회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열린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관련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방용철 쌍방울 그룹 전 부회장. 연합뉴스
반면 민주당은 국가정보원 자료 등을 토대로 리호남이 필리핀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국정원은 리호남이 7월 22일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출국했고, 7월 24일 베트남에서 다시 중국으로 출국해 8월 11일까지 체류했다고 밝혔다. 2019년 당시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확인한 사실관계라는 게 국정원 입장이다. 국정원은 앞서 이 전 부지사 재판에서도 리호남이 필리핀에 있었다는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방 전 부회장이 리호남을 필리핀에서 만났다는 발언 역시 재판 때와 바뀐 게 없다. 당시 재판에서 방 전 부회장은 리호남에게 전달한 돈을 밤색 여행용 가방에 담았다는 진술까지 내놨다. 이 전 부지사에게 유죄를 선고한 2심 재판부는 “김성태의 진술(리호남이 호텔에서 70만 달러를 받아갔다)을 뒷받침하는 여러 사정이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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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방울 수사 무마 있었나
수원지검 대북송금 수사팀이 김 전 회장과 방 전 부회장으로부터 경기도 관여 진술을 끌어내는 대가로 쌍방울의 주가조작 혐의를 무마했다는 의혹 역시 국정조사 과정에서 주요하게 제기됐다. 서영교 법사위원장은 “주가 조작 무마로 방북 대가라고 하는 것을 끌어내려고 했다. 그래서 이게 검찰의 수사 조작이고, 조작 기소”라고 했다.
지난달 28일 국회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제11차 전체회의에서 열린 종합 청문회에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국조특위 증인으로 나온 김 전 회장은 “검찰이 뭘 봐줬다고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며 “검찰이 제 가족, 동료들 전부 다 잡아넣고, 제 가까운 사람들 전부 구속했다. 김치 가져다준 것으로 범인도피, 컴퓨터 하나 없앤 거로 8명을 구속했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의 ‘검’자만 나와도 사지가 떨려 유서도 몇 번 썼다.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은 절대 모를 일”이라고 덧붙였다.
쌍방울에서 재무를 담당했던 김모 전 본부장도 “검찰하고 정말 피 터지게 싸웠고, 저희 사건에 주가조작으로도 기소돼 지금 재판을 받고 있다”며 “윤석열 정권에서 그렇게 핍박을 받았는데 정권이 바뀌었는데 그렇게 조작기소라고 하시느냐”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