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회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발생한 ‘멀리건 판정’ 사태가 진실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아시안투어와 대한골프협회(KGA)가 선수의 규정 위반을 확신하는 보고서를 발표했고 허인회는 “객관적 증거가 없는 명백한 오심”이라며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사건은 지난 2일 3라운드 7번 홀에서 시작됐다. 허인회의 티샷이 OB 구역으로 향하자 포어캐디가 OB라는 사인을 냈고, 허인회는 잠정구를 쳐 페어웨이로 보냈다. 그러나 포어캐디가 원구를 집어 옮기면서 물리적 증거가 사라졌고, 현장 경기위원들은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원구 스트로크를 취소하고 잠정구로 플레이하라”는 멀리건 비슷한, 규칙에 없는 지시를 내렸다.
허인회는 이 잠정구로 ‘파’를 기록하며 3라운드를 마쳤으나, 최종 4라운드가 끝난 직후 위원회는 “원구가 OB였다는 새 증언이 확보됐다”며 뒤늦게 2벌타를 부과했다. 이로 인해 합계 11언더파로 연장전에 합류해야 했던 허인회는 9언더파로 밀려나며 우승 기회를 박탈당했다.
아시안투어·KGA “OB 명확한데 선수가 거부” 사건 발생 이틀 뒤인 4일, 아시안투어는 촉차이 분프라세르트 경기위원장 명의의 보고서를 통해 “캐디와 심판 모두 원구가 OB 구역에 있음을 확인했으며, 포어캐디는 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을 집어 들었다”고 발표했다. 원구가 명백히 OB였음에도 선수가 물리적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판정을 수용하지 않아 혼란이 발생했다는 취지다.
대한골프협회 또한 아시안투어의 주장에 동조했다. 협회는 포어캐디와 동반자 캐디, 현장 레프리 2인, 그리고 방송 관계자의 증언을 토대로 “해당 구의 위치는 OB가 맞다”고 최종 결론을 내렸다. 다만, 판정 과정에서 프로비저널 볼 플레이를 잘못 지시하고 선수에게 통보가 늦었던 점 등에 대해서는 실수를 인정하며 사과했다.‘’
허인회. 매경오픈조직위.
허인회 “경기위원 현장에 없었다… 증거 없는 거짓 주장” 허인회는 본지와의 인터뷰 및 공식 입장을 통해 위원회의 발표를 반박했다. 그는 “아시안투어는 증거가 없는데도 있다고 거짓 주장을 하고 있다”며 “포어캐디가 공을 집어 올릴 당시 경기위원과 캐디는 현장에 없었으며, 멀리서 목격했을 뿐이다”라고 했다. 이어 “공을 주운 사람이 주장하는 볼의 위치도 계속해서 달라졌다”며 위원회 측 증언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허인회는 당시 현장에서 공정한 판단을 위해 ‘투볼 플레이’를 요청했으나 경기위원이 이를 거부하고 잠정구 플레이를 지시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경기위원회의 명확한 지시에 따라 플레이를 마쳤고 3라운드 스코어가 ‘파’로 공식 승인되었음에도, 최종 라운드가 끝난 뒤에야 불확실한 추가 증언만으로 판정을 번복한 것은 절차적으로 중대한 결함이 있다는 지적이다.
국제적 망신 속 허인회 “연장전 기회 보장하라”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이번 사태는 국제적인 망신거리가 됐다. 미국의 ‘골프위크’와 ‘플러싱잇골프’ 등 해외 매체들은 “아시안투어에서 발생한 기괴한 판정이 하루 뒤 선수를 탈락시켰다”며 이번 사건을 보도했다. 일부 동료 선수들을 인용한 “멀리건을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비판과 “실격 사유”라는 주장도 나왔다.
허인회는 “3라운드 종료 시점에 승인된 ‘파’ 판정은 유지되어야 하며, 11언더파 1위 자격으로 반드시 연장전 참가 기회를 다시 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단순한 오심 논란을 넘어 선수와 협회 간의 진실게임으로 번진 이번 사태는 한국 골프의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