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4일 더불어민주당이 5월 중 입법을 목표로 추진 중이던 이른바 ‘조작기소 특검법’(윤석열 정권 검찰청·국가정보원·감사원 등의 조작수사·조작기소 등 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속도 조절을 요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이 대통령은 “특검을 통해 진실을 규명하고 사법적 정의를 바로 세우는 것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며 “다만 구체적 시기나 절차 등에 대해서는 여당인 민주당이 국민적 의견 수렴과 숙의 과정을 거쳐서 판단해 달라”고 말했다고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특검 수사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국민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도록 해, 사실상 6·3 지방선거 이후 특검법 처리를 주문한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은 지난달 30일 소속 의원 31명의 명의로 특검법을 발의하면서 “가급적 5월 중에 처리할 생각”(천준호 원내대표 직무대행)이라며 속도전을 예고했다. 특검의 수사 대상에는 불법 대북송금 의혹, 대장동 및 위례 개발비리 의혹, 문재인 정부 통계조작 등 국정조사에서 다뤄진 7대 사건 외에도 이 대통령이 피고인인 모든 형사 사건이 망라됐다.
특히 특검이 재판이 계속 중인 사건을 넘겨받아 ‘공소유지 여부도 판단할 수 있다’(8조 7항)고 적시한 부분은 야당으로부터 “이재명 맞춤형 공소취소 특검”(최수진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이란 거센 비판을 받았다. 주말 내내 ‘공소 취소’ 논란이 계속됐지만,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4일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대통령이라는 이유로 정당한 피해 구제를 외면하는 것은 헌법 정신이 어긋난다”며 원안 유지 기조를 거듭 나타냈다.
특검법에 대한 이 대통령의 입장 발표는 이날 청와대 내부에서도 극소수 핵심 참모만 사전에 알았을 정도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여권 관계자는 “이첩 사건 공소유지 권한을 특검이 갖는 건 기존 특검법에도 똑같이 있는 규정인데, 이 부분이 과도하게 부각되면서 윤석열 정권의 ‘조작 수사·기소’라는 핵심이 사라진 채 청와대가 끌려 들어간 측면이 있었다”며 “이 대통령이 이 부분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주당 안팎에선 최근 야권 지지층이 결집하고, 대통령 국정 지지도가 소폭 하락한 여론 추이가 영향을 줬을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홍익표 정무수석이 4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조작기소 특검법’과 관련한 현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다만 특검 수사가 필요하다는 인식은 청와대도 민주당과 다르지 않았다. 홍 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통해 당시 윤석열 정권과 정치검찰에 의해 자행된 불법 행위와 부당한 수사 등이 상당 부분 밝혀졌고, 이를 바로잡기 위한 특별검찰 수사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향후 민주당이 특검법의 국회 입법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경우 ‘공소 취소’ 논란이 또다시 불거지는 건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시기와 절차는 당에서 알아서 판단해 결정하라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국정조사나 특검과 관련한 것은 당이 알아서 해 왔고, (앞으로도) 당이 필요한 절차를 밟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특검의 이 대통령 관련 사건 공소 취소 권한과 관련한 질문에는 “이건 여기서 제가 드릴 말씀은 아닌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