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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 선물 200만원, 손녀 옷 30만원” 골드 키즈에 지갑 탈탈 턴다

중앙일보

2026.05.04 02:46 2026.05.04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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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모(33)씨는 올해 초 새로 태어난 조카를 위해 백화점에서 유명 북유럽 브랜드의 아기 침대와 캐노피 세트 200만원어치를 샀다. 인기 제품이라 한 달가량 대기한 끝에 겨우 구할 수 있었다. 김씨는 “가장 좋은 선물을 해주고 싶은 마음에 비싸도 유명한 브랜드 제품을 골랐다”며 “집안에 처음 태어난 아이라 가족 구성원 모두가 아낌없이 지갑을 열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코베 베이비페어에서 참관객이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코베 베이비페어에서 참관객이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5월 어린이날을 맞아 피모(70)씨는 7살과 3살 손녀의 선물을 사는데 30만원을 썼다. 피씨는 “아들 부부에게 용돈으로 월 100만원을 받는데, 그중 30만원은 손녀 옷이나 간식을 사는 데 쓴다”며 “내 자식을 키울 땐 사는 게 버거워서 잘 못 챙겼는데, 좀 여유가 생기니 손주한테는 늘 부족함이 없도록 해주고 싶다”고 했다.


태어나는 아이 수는 여전히 적지만 아동·유아용품 시장은 오히려 매년 커지고 있다. ‘골드 키즈’ 트렌드에 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골드 키즈는 아이 하나에게 돈을 쏟아부으며 귀하게 키우는 걸 뜻하는 신조어다. 1명의 아이를 위해 부모는 물론 조부모·친척까지 10명 넘게 지갑을 연다는 뜻의 ‘텐포켓’ 소비 경향도 뚜렷한데, 같은 맥락이다. 통계로도 드러나는 현실이다.

4일 국가데이터처 온라인쇼핑동향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기저귀·아기침대 등 아동·유아용품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1조403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2964억원)보다 8.3% 증가했다. 지난해 전체로도 마찬가지다. 온라인 아동·유아용품 시장 규모는 5조48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6% 증가했다. 관련 통계를 개편한 2017년(3조3900억원) 이후로는 61.8%나 증가했다. 거래액은 2024년 소폭 줄었다가 지난해 다시 늘면서 2001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오프라인(매장)에서 온라인으로 쇼핑의 무게 중심이 옮겨가고 있는 데다, 맞벌이·유자녀인 경우 온라인 쇼핑 의존도는 더 높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 통계는 전체적인 시장 흐름을 잘 나타낸다. 2017년 36만 명이었던 연 출생아 수는 지난해 25만 명대로 내려앉았지만, 고급 제품을 중심으로 한 아동·유아용품 시장은 저출생 무풍지대다.

실제 올 1분기 신세계백화점에서 명품 등이 포함된 수입 아동 분야 매출은 전년 대비 21.5% 증가했다. 이는 일반 아동 제품군 성장률(10%)을 배 이상 웃도는 수치다. 롯데백화점 역시 같은 기간 키즈 분야 매출이 전년 대비 20% 늘었다.

이에 유통 업계는 유아·아동 브랜드 전문관이나 관련 프로모션을 늘리고 있다. 국내 최대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올해 초 서울 마곡동에 첫 키즈 라인 단독 매장인 무신사 키즈를 오픈했다. 무신사는 그간 키즈 라인업을 강화한 결과 지난해 유아동복 오프라인 매출이 전년 대비 6.7배 증가했다.

골드 키즈가 이끄는 유아·아동 산업은 계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아용품 시장의 프리미엄화는 물론이고 키즈카페·베이비시터·어린이보험 등 산업 전반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가 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 데이터 서비스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국내 키즈 산업 규모는 지난해 437억6000만 달러(약 65조원)를 기록하며 2012년(210억 달러) 대비 2배 이상으로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이런 추세가 양육비 부담을 가중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국책연구기관인 육아정책연구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영유아 가구의 월평균 양육비 지출(실질 기준)은 135만4000원이다. 2018년 116만6000원이었는데 5년 새 16%나 부담이 커졌다. 코로나 팬데믹 영향으로 2020년 일시적 감소를 한 것 외에는 매년 늘고 있다.

유혜미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출생아 수가 줄면서 기업도 생존전략으로 좀 더 소비 여력이 큰 계층을 겨냥해 고급화 제품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며 “갈수록 가성비 좋은 소비가 어려워지면서 육아 양극화가 심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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