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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취소 특검'에 거부권 행사하면 [장세정의 시시각각]

중앙일보

2026.05.04 08:18 2026.05.04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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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정 논설위원

장세정 논설위원

윤석열 정권 시절 검찰의 수사·기소에 조작 의혹이 있다고 주장해온 정청래 대표 체제의 민주당이 위헌·위법 우려를 묵살하고 특검법안을 발의했다. "공소취소용"이라는 비판을 받는 특검법안은 국정조사특위보다 더 우려스럽다. 특검법안은 국조특위가 조사한 기존 7건 외에 5건을 추가해 최소 12건으로 수사 대상을 확대했다. 기존 검사가 수사·기소·공소유지해 온 사건까지 특검에 이첩하게 되면 수사 대상은 더 늘어날 수 있다.
국조특위 이후 특검 강행 무리수
공소 취소해도 재기소 여지 남아
'법치 존중 큰 지도자'의 길 갈까
무엇보다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대장동 비리뿐 아니라 지난해 5월 조희대 대법원장이 상고심 재판장을 맡아 파기환송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등 이재명 대통령 관련 여덟 건을 모두 수사 대상에 넣었다. 특검법에 따라 대통령이 특검을 임명하는데, 그 특검에게 대통령 관련 사건의 공소취소 권한을 민주당이 부여하자 국민의힘은 "사법 질서를 뒤흔든 쿠데타"라며 발끈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민주당 대표 시절에 '사법 리스크 변호인'으로 참여했던 이건태 의원. 그는 '공소취소모임'을 주도해 왔다. [이건태 페이스북]

이재명 대통령의 민주당 대표 시절에 '사법 리스크 변호인'으로 참여했던 이건태 의원. 그는 '공소취소모임'을 주도해 왔다. [이건태 페이스북]

사실 이 대통령은 "억울하다"며 단식 투쟁도 했지만, 문재인·윤석열 정부 시절에 검경 수사와 재판을 거부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집권 이후 지지율이 오르자 민주당은 지난 2월부터 노골적으로 공소 취소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대장동 비리 사건을 변호한 검사 출신 이건태 민주당 의원 주도로 '이재명 대통령 사건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공취모)이 결성되자 의원 104명이 가담해 결의대회까지 열었다.
그 와중에 MBC 기자 출신이 김어준 유튜브 '뉴스공장'에 출연해 이 대통령의 최측근 정부 고위 관계자가 여러 고위 검사에게 이 대통령 사건들의 공소를 취소해 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검찰개혁 입법 과정에서 없애려는 검찰 보완수사권을 살려주는 대신 검찰이 이 대통령 사건의 공소를 취소해 주는 모종의 거래 의혹으로 번졌지만, 당사자로 지목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부인했다. 당시 김어준·정청래와 이재명·김민석의 험악한 대립 구도가 형성되기도 했다.
유튜브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과 정청래 민주당 대표. 지난 3월 '공소취소 거래 의혹'이 제기되자 '명청 갈등'이 격렬해졌다. [뉴스1]

유튜브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과 정청래 민주당 대표. 지난 3월 '공소취소 거래 의혹'이 제기되자 '명청 갈등'이 격렬해졌다. [뉴스1]

'명청 갈등'이 잠시 소강 국면으로 가자 민주당이 3월 말에 국조특위를 가동했지만, 당초 민주당의 계산과 달리 기존 검찰 수사 결과를 뒷받침하는 증언이 쏟아졌다. 그러자 민주당은 국조특위라는 우회로를 단축하고 서둘러 특검으로 직진했다. "검찰청을 없애겠다"던 민주당이 정치적 필요에 따라 도깨비 방망이처럼 특검을 남발하지만, 특검은 정권에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억지스러운 주장을 긁어모아 무리하게 공소취소를 강행해도 제기된 의혹이 근본적으로 해소되지 않으면 법적으로 사건에 마침표를 찍기 어렵다. 나중에 새로운 증거나 증언이 나오면 언제든지 재기소할 수 있으니 민주당이 만든 법왜곡죄에 민주당이 강행한 특검이 걸려들 수도 있다.
법치 국가에서 법을 어기면 누구든 수사받고 처벌받아야 마땅하다. 대다수 역대 대통령은 불리하고 고통스러워도 법 앞의 평등 원칙을 결국 수용했다. 김영삼은 차남을, 김대중은 세 아들을, 노무현은 친형을 '법치의 제단'에 내놨다. 문재인은 조국 일가 비리를 정치적 힘으로 누르려다 민심의 분노로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고, 윤석열은 부인과 처가 비리를 피하려다 결국 비상계엄 버튼을 눌렀다.
왼쪽부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세 대통령 모두 재임 시절 자식이나 형제가 불법 혐의로 수사를 받거나 구속됐다. 하지만 법치주의를 존중하며 정치적 위기를 벗어나기도 했다.[연합뉴스]

왼쪽부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세 대통령 모두 재임 시절 자식이나 형제가 불법 혐의로 수사를 받거나 구속됐다. 하지만 법치주의를 존중하며 정치적 위기를 벗어나기도 했다.[연합뉴스]

조폭 출신 기업인이 국조특위에 출석해 호통치는 민주당 의원들 앞에서 "윤석열 정권이 했던 거랑 똑같이 한다"고 일갈했다. 이런 기막힌 주장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이 정권은 뭔가 다르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줘야 하지 않겠나.
민주당에서 여론의 역풍을 우려해 '공소취소 특검법'을 6·3 지방선거 이후에 국회에서 처리하자는 신중론이 나오자 청와대가 국민 의견 수렴을 주문했다. 지지율이 3%P 떨어져도 64%(갤럽 기준)나 되니 이 대통령이 자신감을 갖고 거부권을 결단한다면 국민은 카타르시스를 느낄 것이다. 개인의 사법 리스크 해소보다 국가의 형사사법 질서를 더 존중하는 '큰 지도자' 이미지를 얻는다면, 이보다 더 든든한 '정치적 방탄조끼'가 있을까. 갈림길에서 이 대통령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장세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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