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봉승 한의사가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그의 한의원에서 활짝 웃으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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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여 년간 직접 달인 한약으로 당뇨를 다스렸습니다. "
‘52년 차’ 한의사 안봉승(94·이하 경칭 생략)씨 이야기다. 그는 30대 후반에 당뇨 진단을 받은 뒤 지금까지 스스로 당뇨를 관리해 백수(白壽)를 앞두고 있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말처럼 의사라고 자기 몸 관리하기가 어디 쉬웠을까…. 그의 눈물겨운 노력이 담긴 ‘비밀 약장’을 털었다.
당뇨는 완치가 불가능한 만성질환이다. 한번 발병하면 죽을 때까지 식이요법과 운동을 해야 하고, 술·담배도 멀리하는 금욕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 당뇨 환자에겐 흔한 간식인 떡볶이나 치킨을 입에 대는 건 ‘일탈’이고, 식후 바로 드러눕는 건 혈당 스파이크를 일으키는 ‘죄악’이다.
안봉승 한의사가 한의원에서 침을 놓고 있다. 장진영 기자
안봉승은 전문 지식과 지혜를 녹여 자신만의 당뇨 관리 노하우를 만들었고, 장수에 성공했다. 경구 혈당강하제나 인슐린 주사 등 통상적인 약물 요법을 거의 하지 않았는데도 건강하다.
공복 혈당도 정상 수치(70~100mg/dL)를 유지하고, 그 흔한 당뇨 합병증도 없다. 지금도 단골 손님의 등에 직접 침을 놓고 한약을 달이며 현역으로 일할 정도다.
당뇨와의 전쟁터는 매일 앉는 식탁이다.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가 “먹는 음식이 곧 자신이 된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음식은 약이 되기도, 독이 되기도 한다고. 그의 식단을 살피기 위해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그의 한의원을 찾았다.
점심 밥상은 과연 한평생 당뇨와의 전쟁에서 터득한 노하우가 집대성한 결과물이었다. 양, 구성, 식재료 모든 것에 이유가 있었다. 꼭 붙어 지내는 86세 부인의 놀라운 동안 얼굴을 보니 당뇨뿐 아니라 건강을 살리는 밥상이구나 싶었다.
자, 다음은 셀프 당뇨 관리에 성공하고 100세를 앞둔 한의사의 밥상이다. 그는 삼시세끼 12종류의 나물로 된 아주 특별한 일반식을 즐긴다.
이날의 메뉴는 잡곡밥 130g과 구운 조기 180g. 오이소박이, 양배추볶음, 우엉볶음, 표고버섯볶음, 파프리카와 브로콜리, 부추나물무침, 양파볶음, 무나물무침, 마늘장아찌, 달래쌈장 그리고 조금 생소한 민들레겉절이와 머위무침이었다.
안봉승 식탁 위에 오르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 있었다. 바로 ‘저울’이었다.
그는 흰 쌀밥 대신 잡곡밥을 먹는데, 저울 눈금이 130g을 넘지 않게 반드시 제한한다. 일반적인 밥 한 공기의 3분의 1에 불과한 소량이다. 한의학적으로 소화력이 약한 체질이라 소식해야 몸의 기운이 살아난다는 설명이다.
대신 영양이 부족하지 않도록 탄수화물·단백질·지방 등 3대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간 균형 잡힌 식단을 챙긴다. 단백질과 지방은 주로 고기와 생선 등으로 채운다. 없으면 콩으로 만든 두부라도 꼭 먹는다. 단백질 역시 많아 봐야 200g을 넘기지 않는 게 철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