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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1호 재산’ 아무데나 못 맡긴다”…세차에 20만원 쓰는 이유

중앙일보

2026.05.04 18:00 2026.05.05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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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1호 재산’인데 아무데나 맡길 수 있나요. "
최근 서울의 한 셀프 세차장에서 만난 수입차 주인 30대 이모씨는 극세사 수건으로 차량 구석구석을 문지르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어릴 적부터 차에 관심이 많아 벌이보다 무리해서 드림카를 구매했는데, 그런 만큼 시간을 내 ‘손 세차’를 하며 세심히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차 도구만 30만원 어치를 샀다는 그는 셀프 세차 동호회에도 가입해 세차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다.

‘5만원 주유 시 무료 세차’는 옛말, 수입차·고급차가 늘고 차량 관리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세차 시장도 변화를 맞고 있다. 세차 방식이 다양해지고, 서비스 역시 차량의 컨디션을 높이는 ‘프리미엄 관리’로 확장했다.

지난달 28일 서울 송파구 오금동의 HD현대오일뱅크주유소 세차장에서 세차를 위해 줄선 차량들 모습. 고석현 기자

지난달 28일 서울 송파구 오금동의 HD현대오일뱅크주유소 세차장에서 세차를 위해 줄선 차량들 모습. 고석현 기자

서울 송파구 오금동의 HD현대오일뱅크주유소 세차장에서 세차를 하는 차량의 모습. 이 세차장은 브러시 접촉 없이 초고압수·초강풍·세제만을 사용해 차량을 닦는 ‘비접촉’ 방식이다. 고석현 기자

서울 송파구 오금동의 HD현대오일뱅크주유소 세차장에서 세차를 하는 차량의 모습. 이 세차장은 브러시 접촉 없이 초고압수·초강풍·세제만을 사용해 차량을 닦는 ‘비접촉’ 방식이다. 고석현 기자

지난달 말 찾은 서울 송파구 오금동 HD현대오일뱅크 세차장에는 평일인데도 세차를 기다리는 차량 10대 가량이 줄지어 서 있었다. 20·30세대 사이에서 ‘세차 맛집’으로 소문 난 세차장 브랜드다. 입구로 들어서자 번쩍번쩍한 네온사인 너머로 ‘쏴아~’ 물줄기가 뿜어져 나와 ‘워터 밤’ 콘서트에 온 느낌까지 들었다. 하루 평균 차량 150대가 이 세차장을 찾는다고 한다.

브러시 접촉없이 초고압수·초강풍·세제만을 사용해 차량을 닦아주고, 24시간 운영해 앱으로 예약할 수 있다. 박정기 컴인워시 이사는 “브러시를 사용하면 차량 외관에 미세 스크레치가 생기는데, 비접촉 세차 방식이라 차량 손상을 막을 수 있다”며 “세차를 하나의 문화로 만들기 위해, 세차장의 어두운 이미지에서 벗어나 트렌디하고 밝은 디자인을 적용한 것도 특징”이라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오금동의 한 손 세차장에서 일하는 노창환씨는 “특히 실내 세차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더 꼼꼼하게 살펴달라’는 요구가 많다”고 말했다. 고석현 기자

서울 송파구 오금동의 한 손 세차장에서 일하는 노창환씨는 “특히 실내 세차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더 꼼꼼하게 살펴달라’는 요구가 많다”고 말했다. 고석현 기자

서울 송파구의 한 셀프세차장에서 세차하는 모습. 뉴스1

서울 송파구의 한 셀프세차장에서 세차하는 모습. 뉴스1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고유가가 이어지며 주유업종 매출은 감소했지만, 세차장을 찾는 차량 관리 수요는 꾸준하다. 오금동 손 세차장에서 일하는 노창환씨는 “고가의 차량이 늘어난 만큼 손님들의 눈높이가 높아지고 디테일도 강화하고 있다”며 “특히 실내 세차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더 꼼꼼하게 살펴달라’는 요구가 많다”고 말했다.

셀프 세차장 역시 초고압수 호스를 비롯해 스팀기·폼건(거품 분무기)·하부세차 장비 등 ‘전문가급 장비’를 늘리는 추세다. 코팅, 광택, 흠집 제거, 내장 클리닝 등 차량 컨디션 유지를 위한 전문서비스를 요구하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선택의 폭이 늘어난 만큼 비용도 천차만별이다. 업계에선 통상 ▶일반 자동세차 1만~1만5000원 ▶비접촉 자동세차 1만2000~1만8000원 ▶셀프 세차 1분당 1000원 ▶손 세차(승용차 기준) 6만~7만원 수준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일부업체는 차량 도장 보호, 전면유막·발수코팅, 가죽시트 코팅, 항균 스팀 살균, 패브릭시트 발수코팅, 타이어휠 관리 등 디테일링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리미엄 세차 코스가 있는데 1회 비용이 20만원대에 이르기도 한다. 실제 A업체의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의 디테일링 세차는 외부 16만원, 실내 9만원 등 총 25만원, 프리미엄 세차장을 내세운 B업체는 중형차부터 30만원 이상이 든다.

업계에서는 이런 변화가 코로나19 이후 이른바 ‘보복소비’로 인한 고급차 증가에, 소셜미디어(SNS)를 중심으로 확산한 ‘세차 문화’가 맞물린 결과로 보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운수 세차시설(세차장) 수는 1만5977곳으로 2023년 2만452곳으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세차장이 프리미엄 시장으로 재편하며 생존경쟁이 벌어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관리 수요 증가하면서 무인화·프리미엄화·전문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고석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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