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국민의힘은 5일 ‘공소취소 특검법’ 저지를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전날 더불어민주당이 속도전을 접고 ‘6·3 지방선거 후 처리’ 방침을 시사했지만 이슈를 전국 선거의 최전선으로 끌어올리려는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달 30일 이재명 대통령이 관련된 대장동 개발 의혹 등 12개 형사 사건 수사·기소 과정에 대한 수사권과 함께 이들 사건에 대한 공소취소 권한을 특별검사(특검)에게 부여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운데)가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장동혁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이 특검을 임명해 자신의 범죄를 없애겠다는 것은 어지간한 독재자들도 생각하기 어려운 심각한 발상”이라며 “이 대통령은 세계사의 길이 남을 독재 가이드북을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 대표는 전날 이 대통령이 특검법과 관련해 ‘구체적 시기와 절차에 대해 당이 국민적 의견 수렴과 숙의 과정을 거쳐 판단해 달라’고 민주당에 당부한 것도 깎아내렸다. 장 대표는 “결론은 끝까지 반드시 공소취소는 하되, 시간만 늦춰보라는 명령이었다. 셀프 공소취소는 지금 하나, 나중에 하나 결국 심각한 범죄”라고 말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도 페이스북에 “지방선거 전까진 공소 취소가 없는 것처럼 국민들을 기만하고, 선거가 끝나면 특검으로 재판을 지워버리겠다는 것”이라며 “결코 용납할 수도, 묵과할 수도 없는 대한민국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주장했다.
6·3 지방선거에 출마한 국민의힘 광역단체장 후보들도 특검법 철회를 주장하기 위해 서울에 집결했다. 이들은 이날 종로구 보신각에 모여 공동 결의문을 낭독하며 “이 대통령의 셀프 면죄를 위한 반헌법적인 공소취소”라며 “이 무도한 ‘범죄 삭제 시도’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회견에는 오세훈(서울)·유정복(인천)·양향자(경기)·김진태(강원)·김영환(충북)·양정무(전북)·최민호(세종) 후보 등 7명이 참석했다. 이정현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후보와 문성유 제주지사 후보도 결의문에 이름을 올렸고 예비후보 등록을 하지 않은 김태흠 충남지사는 불참했다.
양정무 전북지사 후보(왼쪽부터), 김진태 강원지사 후보, 최민호 세종시장 후보,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김영환 충북지사 후보, 유정복 인천시장 후보, 양향자 경기지사 후보가 5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이재명 사법쿠테타 저지를 위한 국민의힘 광역단체장 후보 긴급 기자회견'을 갖기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각 후보들은 이 대통령을 겨냥해 “반민주적 폭군”(최민호), “무도한 사법내란”(김진태), “탄핵 대상”(김영환) 등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6일에는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 박완수 경남지사 후보, 김두겸 울산시장 후보, 추경호 대구시장 후보, 이철우 경북지사 후보 등 영남권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울산시청에서 특검법 규탄 회견을 열 계획이다.
특검법 발의와 맞물려 영남권에서 접전이 확인되는 여론조사들이 다수 공표되자 국민의힘 내에선 “2022년 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추진했다가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원내 지도부 인사)는 기대감이 흘러나오고 있다.
2022년 당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검수완박' 법안 처리를 위해 본회의장으로 향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규탄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상선 기자
민주당은 2022년 4월 대선 패배 직후 다수 의석을 앞세워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폐지·축소하는 내용의 ‘검수완박’ 법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물론 정의당까지 당론 반대했지만, 입법 독주란 비판 여론을 무릅쓰고 법안 강행처리에 나섰던 민주당은 같은 해 6·1 지방선거에서 5대 12(광역단체장)로 완패했다. 당시 여론조사(조원씨앤아이, 2022년 6월)에서도 ‘검수완박 등 의회 독식’(22.9%)은 민주당의 패배 이유 1위로 꼽혔다.
국민의힘 지도부 인사는 “공소취소 특검법은 이 대통령 개인 비리를 방탄하기 위한 내용인 만큼, 검수완박 법안보다 훨씬 심각한 악법”이라며 “4년 전보다 정권 심판론이 더 세게 작동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선거까지 한달 남짓의 시간 안에 특검법 논란이 정권 심판론으로 이어지긴 어려울 거란 시각도 있다. 수도권 초선 의원은 “이 대통령과 민주당이 이미 속도 조절에 나섰는데, 부동산 대란 등 민생 문제를 뒷전에 두고 사법 이슈에만 매달리는 건 패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