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원 한강포럼 회장이 지난달 21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 매일 저녁 와인 1병이나 제로 슈가 소주 1병 반을 먹고, 그래도 부족하면 요즘은 일본 맥주나 3번 발효한 막걸리를 좀 더 마시고 자요. "
서울 평창동의 고급 실버타운에 사는 91세 할아버지가 하루에 마시는 주량이다. 폭탄주 소맥부터 막걸리, 위스키, 보드카, 중국 술 등 주종을 가리지 않는다. 심지어 ‘최애술’ 와인은 박스째로 쌓아놓고 하루에 하나씩 꾸준히 해치운단다. 과연 술꾼이었다.
최연소 조선일보 편집국장, 대우전자 초대 사장을 지내며 한국 현대사의 격랑을 온몸으로 헤쳐온 김용원(91·이하 경칭 생략) 한강포럼 회장의 삶에는 ‘술’이 늘 함께했다.
“스트레스는 어떻게 관리하세요?” “술 마시면 풀릴 거 뭐.”
“유산균은 따로 챙겨드세요?” “막걸리가 유산균인데 굳이.”
70년 가까이, 누군가에겐 폭음에 가까운 상당량의 술을 매일같이 들이켜면서도 아흔까지 버텨낸 ‘하이브리드 간(肝)’의 비밀은 대체 무엇일까?
김용원이 운영하는 갤러리 한 켠에 자리잡은 와인셀러. 그 옆에 코스트코에서 대용량으로 구입한다는 가성비 좋은 와인이 박스째 한가득 쌓여있다. 김서원 기자
놀랍게도 그의 젊은 시절 건강은 처참했다. 술 없인 취재가 안 되던 언론사 시절부터 밤낮없이 술 접대가 필수였던 대우그룹 임원 시절, 건강은 밑바닥을 쳤다. 48세에는 설악산 대청봉을 오르다 쓰러져 허리에 밧줄을 맨 채 질질 끌려 올라갈 정도로 망가졌었다.
“경쟁 사회에서 건강 못 지키는 사람이 진짜 낙오자”라는 처절한 깨달음을 얻은 이후, 국내외 건강 관련 서적 600권을 독파하며 ‘건강 전도사’로 변신했다. 건강 관련 책을 집필할 정도로 건강 비결을 섭렵했다.
술은 죄가 없다는 게 그의 결론. 오히려 술을 ‘잘’ 마시는 것이 건강과 성공을 동시에 잡는 요령이라 확신했다. 그렇게 좋아하는 술을 끊지 않고도 건강을 지키는 길을 찾아 나섰다.
그는 술 하나를 제외한 99가지 생활 습관을 누구보다 철저하게 관리한다. 여전히 주 4회 저녁 약속과 주말 필드 골프를 거뜬히 즐기고, 지난해엔 거동이 불편한 아내를 위해 요양보호사 국가 자격증을 딸 만큼 두뇌도 쌩쌩하다.
상식을 깨는 91세 애주가 김용원의 음주법부터 식사법, 운동법까지 건강 노하우를 낱낱이 공개한다. 그 나이에 큰 병치레 한번 없이, 그것도 좋아하는 술과 사람과 함께 행복하게 사는 비결이리라.
「
독주에 ‘한 방울’ 숙취 박멸 액체의 정체
」
지난해 11월 서울 평창동의 한 고급 실버타운에서 만난 그는 정갈한 셔츠에 파란 넥타이를 맨 신사의 모습이었다. 은퇴 후 정·재계 오피니언 리더들이 모이는 한강포럼을 33년째 이끌며 지금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인싸’다. 이날 아침에도 조찬 모임을 하고 돌아온 길이라 했다.
그런 그에겐 한 시대를 이끌었던 자의 딴딴한 권위의식보다는 호방한 여유가 넘실거렸다.
“어제도 치즈에 레드와인 1병 마시고 잤어요. 허허”
그는 1년 전 실버타운에 들어온 뒤로는 방 안에서 ‘혼술’도 자주 즐긴다고 수줍게 고백했다.
“매일 술이면 간에 무리 안 가요?”라고 묻자,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우리 동료들 중에 제일 먼저 저세상 간 사람들은 따로 있어요.” 그는 술을 건강하게, 오래 마시는 공식을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