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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화의 테아트룸 문디] 국민들이 답장을 기다린다

중앙일보

2026.05.05 08:02 2026.05.05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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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화 극작가·연출가

김명화 극작가·연출가

예전엔 편지를 자주 썼다. 손 글씨로 소식을 전했고 답장을 기다렸다. 속도를 강조하는 현대의 추세와는 어울리지 않고 그래서 편지쓰기도 점점 사라지는 추세지만, 과거엔 정성스럽게 편지를 쓰고 답장을 기다리는 그 ‘무용’의 시간이 각별했다.

대면의 순간보다 더 많은 감정과 진심을 전달하는 특별함 때문에 편지는 희곡에서도 중요한 소재로 자주 사용되었다. 늦게 도착한 편지가 비극을 부르기도 하고, 한 통의 편지가 진실의 기폭제가 되기도 한다. 글솜씨가 없는 애인이 대필로 편지를 보내는 작품도 있었다.

프랑스 극작가 에드몽 로스탕의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가 그런 경우다. 『삼총사』의 달타냥의 모델이기도 했던 실존 인물 시라노가 주인공인데, 기형적인 큰 코로 외모에 열등감이 있는 시라노가 친구를 위해 그의 연인 록산느에게 대필 편지를 쓰는 내용의 희곡이다.

처음엔 친구의 외모에 반했던 록산느는 차츰 편지에 깃든 영혼을 사랑하게 되지만 그리고 시라노 역시 록산느를 사랑하지만, 진실을 고백하지 못한다. 편지의 내용은 진심이었지만 편지를 쓴 사람의 마음은 수신자에게 가닿지 못하는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개헌을 독려하면서 국회의장이 야당 국회의원들에게 보낸 편지가 화제가 되었다. 그러나 보낸 지 한 달이 지났건만 아직 답장이 도착하지 않았으니, 야당의 당론 반대로 국회에서 개헌 투표의 벽을 못 넘을 확률이 크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번 개헌에는 5·18 민주화운동과 부마항쟁의 정신을 헌법 전문에 명시한다고 한다. 그것이 비단 5·18과 부마항쟁에만 국한될까. 모든 부당한 독재를 거부하는 상징적 명시로, 여기에는 군부독재나 쿠데타만이 아니라 다수의 횡포나 입법부 독재도 견제할 정신적 토대가 될 수 있다. 민주주의가 한 걸음 더 나아갈 대승적 답장을 국민들이 기다린다.

김명화 극작가·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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