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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목의 문화노트] 배우 사생활 리스크, 모두가 피해자다

중앙일보

2026.05.05 08:10 2026.05.05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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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목 문화선임기자

정현목 문화선임기자

개봉까지 6년, 촬영 기간까지 포함하면 7년 만에 관객을 만난 영화가 있다. 하지만 개봉한 지 얼마 안 돼 9만 명의 저조한 관객 수를 남긴 채 극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영화 ‘끝장수사’(4월 2일 개봉) 얘기다. 영화의 만듦새는 나쁘지 않았다. 액션과 유머, 반전을 적절히 섞은 형사 버디 무비였다. 하지만 관객과 너무 늦게 만났다는 게 문제였다.

타이밍은 정말 중요하다. 모든 건 때가 있는 법이다. 콘텐트는 더욱 그렇다. 신선한 활어처럼 제때 나와서 관객(시청자)과 만나야 공감의 폭을 넓힐 수 있다. 철 지난 서사와 유머로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 창고 영화들이 대부분 흥행에 실패한 건 그런 이유에서다.

배우 배성우가 형사 역할을 맡은 영화 ‘끝장수사’의 한 장면.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배우 배성우가 형사 역할을 맡은 영화 ‘끝장수사’의 한 장면.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영화가 너무 늦게 빛을 본 건 코로나19 탓도 있지만, 주연 배우 배성우의 음주 운전 영향이 가장 컸다. 배성우는 홍보에 나서면서도 미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자기 때문에 감독과 동료 배우, 수많은 스태프들이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박철환 감독은 40대에 찍었던 자신의 첫 장편을 50대가 돼서야 세상에 내놓게 됐다.

배성우가 형사 역할을 맡았기 때문에 영화가 외면당했다는 지적도 있다. 배우의 사생활과 극 중 역할 사이의 간극에 예민한 사람들이 꽤 많다. 그 간극이 ‘끝장수사’보다 더 큰 작품도 있다. 형사물 시리즈인 ‘시그널2’(tvN)다. 김은희 작가가 쓴 시리즈는 무전기를 매개로 과거의 형사(조진웅)와 현재의 형사(이제훈)가 소통하며 사건을 해결해가는 스토리다. 일본에서 리메이크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10년 만에 속편이 만들어졌지만, 올 상반기 방영을 앞두고 지난해 말 커다란 암초를 만났다. 주연 배우 조진웅의 소년범 전력이 드러나고, 성인 때의 논란까지 겹치면서 여론이 급속도로 나빠진 것이다. 특히나 조진웅의 역할은 ‘끝장수사’에서 배성우가 연기한 형사보다 훨씬 더 정의로운 형사다.

배우 조진웅이 형사 역할을 맡은 드라마 '시그널'의 한 장면. [사진 tvN]

배우 조진웅이 형사 역할을 맡은 드라마 '시그널'의 한 장면. [사진 tvN]

배우 리스크 때문에 수백 명이 고생해서 만든 작품이 묻혀선 안 된다는 의견도 있지만, 조진웅의 형사 연기에 시청자들이 몰입하기 힘들다는 회의적 시각 또한 만만치 않다. 방송사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시그널2’는 영화 ‘왕의 남자’ (2005) 조감독 이후 17년 만의 데뷔작 ‘올빼미’(2022)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안태진 감독의 작품이어서 기대감은 더 컸다. 인고의 세월 끝에 본격적인 연출 커리어 궤도에 올랐는데, 예상 밖의 변수로 방영 여부가 불투명해지니 안 감독의 속은 얼마나 타들어 가겠나.

배우의 사생활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관객(시청자)을 애태우는 현실이 안타깝다.





정현목([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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