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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과리의 AI와 함께하는 인문여행] AI에 대한 공포와 호기심 엇갈리는 칸 영화제

중앙일보

2026.05.05 08:12 2026.05.05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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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과리 문학평론가·연세대 명예교수

정과리 문학평론가·연세대 명예교수

올해의 제79회 ‘칸 영화제’는 5월 12일 열린다. 한국의 박찬욱 감독이 심사위원장으로 위촉되었다. 박찬욱 감독은 2004년 칸 영화제에서 ‘올드보이’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함으로써 세계적 거장의 반열에 오르는 발판을 마련하였다. 그의 수상은 한국 영화를 세계적 차원으로 도약시키는 계기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칸 영화제의 역사에도 중요한 기점이 되었다.

AI에 창작 주도권 내준 작품은
경쟁 부문에서 배제하지만
소규모 AI 영화제도 함께 열려
AI의 가상 현실, 진짜 현실 되나

김지윤 기자

김지윤 기자

‘보그’지 5월호에 의하면 2004년 칸 영화제는 쿠엔틴 타란티노 심사위원장 체제에서 이전까지 칸 영화제의 영화적 이념이었던 ‘작가주의’를 깨고 ‘시각적 쾌감’을 선사하는 ‘시네마 플레지르’로 미학적 지평을 넓힌 회차로 평가받는다. 그 증거로 거론되는 예가 ‘올드보이’에서의 “서울 뒷골목을 배경으로 한 3분에 달하는 롱테이크 격투신”이다.

그렇다면 올해의 심사위원장 박찬욱 감독은 어떤 새로움을 보여줄 것인가? 그 점에서 곧바로 떠오르는 게 AI라는 것은 필자만의 공상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올해의 칸 영화제에 AI 현상이 이떻게 투영되었는가를 찾아보았다. 두려움과 호기심이 난바다의 돛단배에서처럼 심히 일렁이고 있었다.

우선 공식 경쟁 부문에서 생성형 AI가 창작의 주도권을 쥔 작품을 전면 배제하는 ‘기본으로 돌아가기(Back to Basics)’ 정책을 발표하였다. 티에리 프레모 집행위원장은 “영화는 데이터의 단순한 조립이 아니라 인간 작가의 개인적 비전이 투영된 예술”이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AI가 인간의 고통, 사랑, 의심과 같은 깊은 감정을 흉내 낼 수는 있어도 실제로 ‘느낄’ 수는 없기 때문에, 창작의 근원적 동력인 ‘꿰뚫어 보는 자(Visionary)’의 자리를 AI가 대체하는 것을 엄격히 규제하겠다는 취지”라고 한다.

AI의 도구적 활용은 허용
다른 한편, AI를 기술적 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허용한다는 방침이 세워졌다. 즉 “사운드 복원, 이미지 세정, 인간이 직접 촬영한 미가공 영상 정교화 등 후반 작업 도구로써 활용”하는 길은 활짝 열어주었다. 감독 스티븐 소더버그는 “AI를 창의적 주체가 아닌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단순한 ‘증강 도구’로 활용하는 방식은 영화의 예술성과 인간의 작가주의를 훼손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이와 더불어, 칸 영화제를 전후해서 ‘그림자 축제’라는 이름으로, 칸의 해변과 호텔들에서 AI를 적극적인 창작 주체로 인정하는 대안 영화제들이 열렸거나 열린다. 제2회 ‘월드 AI 영화제(WAIFF)’(4월 말)와 제3회 ‘AI 필름 어워즈(AI Film Awards)’(5월 21일)가 그것들이다. WAIFF는 “AI 특유의 초현실적이고 불쾌한 골짜기 미학을 선보이는 새로운 물결”을 소개한다고 자랑했는데, 무려 5000여 편의 작품이 출품되어 작년에 비해 5배 급등하는 폭발적인 성장을 보여주었으니, 오늘날 AI의 압도적인 영향력을 절감케 한다.

또한 AI 필름 어워즈에는 한국의 서정호·최재용 두 감독이 공식 선정되어 “영화의 모든 요소가 100% 생성형 AI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엄격한 규정을 통해 기술 스스로가 작가로 기능할 수 있는지를 실험하는 도발적인 행사”로 알려진 이 경연에 도전장을 내밀었다고 한다. 가외로 블랙핑크의 지수가 별외 행사 칸 시리즈에서 ‘마담 피가로 라이징 스타상’을 수상했다는 기사도 보인다.

이러한 풍경은 올해의 칸 영화제가 서로 다른 두 개의 방향, 즉 ‘영화의 인문성 회복’과 ‘최첨단 기술미학’으로 크게 벌어지면서 세상의 혼돈을 그대로 끌어들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하튼 영화제 기간에, 두 개의 토론 프로그램이 진행되어 AI 시대 영화예술의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것이라 하니, 두고 볼 일이다.

하나는 칸 영화제의 연계 포럼, ‘AI 시대의 예술’로서 “AI를 비롯한 혼합 현실(MR), 가상 현실(VR) 등 새로운 몰입형 기술이 전통 영화 문법과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 탐구”한다고 하며, 다른 하나는 ‘영화 시장’에서 개최한 ‘재능을 꽃피우기 위한 AI 서밋’으로서 “AI의 윤리적 사용과 데이터 주권을 강조하는 ‘소버린 AI’ 등에 대해 논의하며, AI를 창작 대체가 아닌 창의력을 극대화할 ‘증강 도구’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한다고 한다.

AI에 위화감 느끼는 시간대
소식들을 정리하면서 영화의 기술 밀착성을 새삼 되새기게 된다. 실로 AI의 모태가 될 기술 형식이 제일 먼저 개화한 공간이 영화이다. 1980~90년 동안에 출몰하여 영화의 작업 방식을 근본적으로 뒤집은 ‘컴퓨터 그래픽(CG)’이 그것이다. 당시에는 그 기술을 두고 모핑(morphing)이라고 불렀는데, 카메라로 결코 찍을 수 없는 장면을 마음대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게 모핑의 위력이다. 그래서 그때의 영화잡지들에서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라는 표어가 마치 매일 아침 비타민처럼 서문을 장식하곤 하였다.

그 모핑의 대표적인 장면은 ‘터미네이터 2’(1991)에서 액체 금속 로봇인 T-1000이 녹아서 사람이나 바닥, 쇠고리 등 다른 모습으로 변신하는 장면이다. 로봇이 ‘모방 다중 합금’이라는 특별한 성질로 경찰서 창살을 날렵히 통과하는 반면, 권총은 걸려서 안에 떨어져 남는 장면을 보고 받았던 충격은 지금도 생생하다.

CG가 만든 가상현실이 증강현실로 발전하였다가 이제 ‘진짜 현실’로 되어가는 국면에 접어든 게 AI 시대라고 할 수 있다. 가상현실 때 사람들은 그에 열광하고 깊이 몰입하였다. 그러다가 너무나 인간적인 모습으로 인간을 뛰어넘는 AI를 목도하며 심각한 위화감과 공포를 느끼는 ‘골짜기’의 시간대에 우리는 접어들고 있다. 문명의 산을 다시 오를지 아니면 골짜기 아래로 끝없이 침몰할지가 다음 문제이다. 어쨌든 이 모든 것이 현재로써는 인간의 숙제로 떨어진다. 방학 숙제가 아니다. 무엇을 할 것인가?

정과리 문학평론가·연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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