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 22일 부산진구 서면에서 30대 이모씨가 일면식도 없던 피해자를 오피스텔 공동현관 앞에서 폭행하려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TV
10월부터 검찰이 공소 유지만을 전담하는 공소청으로 전환할 예정인 상황에서 정작 공소유지에 필요한 제도들이 흔들리고 있다. 공소유지를 뒷받침하는 과학수사 기능을 공소청에서 없애자는 주장이 나오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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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소하면 끝? 과학으로 사실 다퉈야”
6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에 “공소청 체제에도 과학수사부(과수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하는 중이다. 관련 사례와 통계를 수시로 제출했고, 지난달엔 추진단 사무실을 찾아 존치 필요성을 직접 설명했다. 검찰이 적극적으로 나선 배경에는 “이제 검사가 수사를 하지 않으니, 인력과 장비를 우리에게 달라”고 요구하는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이 있다고 한다. 일부에선 과수부를 중대범죄수사청으로 이관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대검찰청에 소속된 과수부는 법과학분석과와 DNA화학분석과, 디지털수사과, 사이버기술범죄수사과 등 4개 과로 구성돼있다. 검사 5명을 포함해 168명의 인력이 필적 감정, 통합 심리 분석, 진술 분석, DNA 분석, 포렌식 등 재판에 필요한 과학 증거를 발굴하는 역할을 한다.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NDFC) 1층 DNA 감정실. 혈흔 반응을 검사하고 있다. 중앙DB
공소유지 과정에서 과수부의 역량이 발휘된 대표적인 예가 2022년 ‘부산 돌려차기 사건’이다. 1심에서 국과수는 DNA 증거를 찾지 못해 가해자는 살인미수죄로만 재판에 넘겨졌다. 그러나 2심 재판 진행 중 과수부가 피해자 의류에서 DNA를 검출해 가해자 혐의를 강간살인미수로 변경하고 징역 20년 선고를 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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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 논리 맞서 재분석해 뒤집기도
피의자가 재판 도중 표변해 과거 진술을 부인할 때도 과수부가 출동한다. 500% 수익을 볼 수 있다며 피해자 686명에게서 약 130억원을 뜯어낸 이른바 ‘달란트 코인’ 사건 일당은 재판에 넘겨지자 혐의를 부인하는 전략을 펼쳤다. 이때 대검 과수부가 이들 일당의 코인이 기술적 구현 불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해 지난 3월 1심에서 유죄를 받아냈다.
2023년 11월에는 퇴직자들이 회사 소스코드를 유출한 사건에서도 과수부가 코드의 독창성을 입증해 ‘유출된 코드는 공개된 것’이라고 판단한 1심을 뒤집고 2심에서 유죄로 역전했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 연합뉴스
공식 법과학 감정기관을 한 곳으로 통합할 경우의 위험성도 있다. 국과수는 메스암페타민(필로폰)이라고 판단했지만, 대검 과수부는 피고인이 소지한 흰 가루가 알고 보니 ‘설탕’이었다고 맞선 일이 있었다. 법원은 대검 과수부의 손을 들어주면서 중형을 선고받을 뻔한 억울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법과학 감정 기관은 최소 2곳은 둬야 교차 검증이 가능하다”며 “1차 감정과 재감정을 모두 국과수가 맡게 되면 크로스 체크 기능이 약해진다”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과수부가 조직 이름에 ‘수사’가 들어가기는 하지만, 업무 대부분은 공소유지와 밀접한 기능이라고 강조한다. 과수부가 처리하는 피고인의 심리·진술 분석의 경우, 수사 단계에서 혐의 입증을 위해서 보다는 피고인의 폭력성을 진단해 재판부에 양형 자료로 제출하거나, 피고인이 재판에서 피해자 진술을 부정할 때 그 신빙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사용된다. 익명을 요구한 검찰 간부는 “검찰 권한 줄이기만 하다가, 공소청의 공소유지에 핵심적인 기능마저도 위축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