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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속에 사용후핵연료 밀봉…주민합의 이뤄낸 핀란드의 교훈

중앙일보

2026.05.05 13:00 2026.05.05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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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온칼로(Onkalo)'가 위치한 에우라요키시 올킬루오토섬 전경. 호수 왼쪽에 위치해 있다. 사진 한국원자력환경공단

핀란드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온칼로(Onkalo)'가 위치한 에우라요키시 올킬루오토섬 전경. 호수 왼쪽에 위치해 있다. 사진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세계 최초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고준위 방폐장)이 가동 초읽기에 들어갔다. 핀란드 서해안의 올킬루오토섬에 수년간 건설 중이던 ‘온칼로(Onkalo)’가 최근 완공되면서다. 핀란드어로 ‘동굴’을 뜻하는 온칼로는 단단한 암반층에 지하 450m 깊이로 구멍을 뚫고 방폐물을 묻어 최소 10만년 동안 안전하게 격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5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핀란드 원자력 안전 당국은 수개월 내 온칼로에 대한 운영 허가를 내줄 것으로 예상된다. 위험한 사용후핵연료를 지하에 영구 봉인하는 인류의 실험이 본격화하는 셈이다.

고준위 방폐장은 원전 가동 후 나오는 사용후핵연료 등을 처분하는 일종의 원자력발전소 화장실이다. 원전을 운영하는 모든 국가가 떠안은 난제다. 사용후핵연료는 높은 수준의 방사능을 방출해 격리가 필요한데, 현재 전 세계 주요국은 각 원전 내 수조나 임시 저장시설에 보관 중이다.

지난 2월 24일 핀란드 에우라요키시 올킬루오토섬에 위치한 고준위 방폐물 관리시설 지하 내부 모습. 이 시설은 단단한 암반층에 450m 깊이로 구멍을 뚫어 방폐물을 최대 10만년 간 안전하게 봉인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AP=연합뉴스

지난 2월 24일 핀란드 에우라요키시 올킬루오토섬에 위치한 고준위 방폐물 관리시설 지하 내부 모습. 이 시설은 단단한 암반층에 450m 깊이로 구멍을 뚫어 방폐물을 최대 10만년 간 안전하게 봉인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AP=연합뉴스


한국은 2030년 한빛 원전을 시작으로 한울(2031년)·고리(2032년) 원전 내 저장시설이 차례로 포화 상태에 이를 전망이다. 영구 처분을 위해선 지하 깊은 암반층에 묻는 심층 처분 방식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다만 적합한 부지를 찾는 일은 과학적 검증은 물론 고도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작업이다.

정부는 1980년대부터 아홉 차례에 걸쳐 고준위 방폐장 부지 선정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주민 반대에 부딪혀 실패했다. 다행히 지난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하면서 부지 선정에 필요한 절차와 유치지역 지원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특별법에 따라 출범한 고준위방폐물 관리위원회(고준위위원회)도 지난달 위원 구성을 마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전문가들은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부지 선정에 성공한 해외 선례를 참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투명한 정보 공개와 주민의 자발적 참여, 그리고 장기적인 지역발전 지원을 통해 사회적 수용성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핀란드 사례가 대표적이다. 핀란드는 1983년 폐기물 관리 전략을 수립한 뒤 20여년간 공론화와 과학적 검증을 거친 끝에 주민 동의 하에 에우라요키시 올킬루오토섬을 최종 부지로 선정했다. 처분장 운영사인 포시바가 지자체에 납부하는 세금은 연간 2000만 유로 이상으로, 지자체 재정의 약 30%에 달한다. 덕분에 이 지역의 지방세율은 6.4%로 전국 평균(7.5%)보다 낮게 유지되고 있으며, 도로·체육시설 등 생활 인프라 정비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프랑스의 접근법도 눈여겨볼 만하다. 프랑스는 2010년 소도시 뷰흐를 방폐장 후보지로 결정했지만, 곧바로 건설에 착수하지 않았다. 대신 지하연구시설(URL)을 통해 안전성을 지속적으로 검증하고 있다. 인근 지자체 2곳에는 공공기금을 통해 연간 약 6000만 유로를 지원하며 교통망·의료·주거 인프라를 확충하고 있다. 정책 결정 이후에도 철회 가능성을 열어둔 ‘가역성’ 원칙을 법률에 명시하기도 했다.

한국의 고준위위원회는 올해 내 부적합 지역을 배제하는 작업을 시작으로 부지 선정에만 최대 13년을 투자할 계획이다. 당장의 성과에 급급해 서두르기보다 사회적 합의를 차분히 쌓는 데 방점을 찍겠다는 구상이다. 김현권 위원장은 “국민의 의사를 최대한 반영하도록 절차를 꼼꼼히 지키는 것이 오히려 가장 빠른 길이자, 유일한 해법이라는 것을 해외사례를 통해 배울 수 있다”며 “유치지역에 단순히 지원금을 주는 수준을 넘어 지역발전을 국가가 확실히 책임지고, 주민들이 결정을 번복할 기회도 보장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남수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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