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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훼방꾼서 ‘해결사’로…공천부터 유세까지 AI에 다 맡긴다

중앙일보

2026.05.0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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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때마다 딥페이크(인공지능 기반 이미지 합성)로 골칫덩어리 취급을 받던 인공지능(AI)이 달라졌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 심사부터 유세 동선, 콘텐트 제작까지 AI가 선거 실무 곳곳을 파고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운영 중인 6·3 지방선거 홈페이지 중 AI가 유권자들의 정책 제안을 요약한 화면. 사진 홈페이지 캡처

더불어민주당이 운영 중인 6·3 지방선거 홈페이지 중 AI가 유권자들의 정책 제안을 요약한 화면. 사진 홈페이지 캡처




공약 정리, 내부 공천 등…AI 도입 본격화

4일 정치권에 따르면, 각 당은 AI를 활용한 지방선거 전략을 내놓고 있다. 단순히 선거 공약을 소개하는 수준을 넘어 실무자의 역할까지 대체하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 공식 홈페이지에 정책 제안 AI를 도입했다. 유권자가 정책을 제안하면 AI가 요지·핵심 내용·기대효과 등을 정리해 후보자에게 전달하는 기능이다. 유권자는 후보자의 프로필과 공약 요약본, 나아가 AI가 예측한 후보자의 MBTI(성격유형) 및 리더십 유형도 확인할 수 있다. 유권자가 고민이나 궁금증을 털어놓으면 AI가 대화 상대가 돼주는 AI 챗봇 ‘러부리’도 운영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번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AI를 향후 선거 관련 업무에 본격 도입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후보 개인 차원에서도 AI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선거운동 사례가 나오고 있다. 오영준 민주당 대구 중구청장 후보는 공식 홈페이지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통계와 생활 데이터, 주요 공약·정책을 연동해 실시간 대시보드를 구축하고, 유권자가 질문하면 AI 챗봇이 홈페이지에 있는 내용을 종합해 즉시 답변하는 기능을 도입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국민의힘은 당내 공천 과정에서 AI 기반 ‘정치신용평가 모델’을 도입했다. 지원자의 당 기여도, 지역 공적 활동, 도덕성 등을 수치화해 비교 분석하고 광학문자인식(OCR) 기술로 제출 서류의 주요 항목을 자동 인식해 신청서 내용과 대조·검증하는 방식이다. 공천 신청 절차와 자격요건 등 자주 묻는 질문에 실시간으로 답하는 AI 챗봇도 도입했다. 국민의힘 측은 “수기 검증 중심인 기존 방식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최소화하고 행정 처리의 속도와 정확성을 동시에 높였다”고 말했다.

AI 사무장도 등장했다. 개혁신당은 지역별 유동인구 데이터를 분석해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 기반 유세 동선을 제안하고, 선거법 상담 기능 등을 갖춘 앱 ‘AI 사무장’을 만들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지난 3월 “선거사무장 한 명 쓰려면 수백만 원, 컨설팅 받으려면 수천만 원이 들어 결국 돈 있는 사람, 줄 있는 사람만 정치판에 남았다”며 앱 개발 이유를 밝힌 바 있다.

다만 2022년 대선에 등장했던 ‘AI 후보’는 이번 선거에선 볼 수 없다. 악용 사례가 늘어나면서 2024년부터 딥페이크 영상을 활용한 선거운동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지난 3월 국회에서 'AI 선거 사무장' 애플리케이션을 시연·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지난 3월 국회에서 'AI 선거 사무장' 애플리케이션을 시연·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日, AI 정당 돌풍…딥페이크 우려도 여전

지난 2025년 9월 17일 알바니아에서 세계 최초의 AI 장관 '디엘라'가 공공조달부 장관에 임명됐다. AP=연합뉴스

지난 2025년 9월 17일 알바니아에서 세계 최초의 AI 장관 '디엘라'가 공공조달부 장관에 임명됐다. AP=연합뉴스


해외에서도 선거에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추세다. 지난달 치러진 일본 중의원 선거에선 ‘AI를 활용한 정치 의사 결정’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팀 미라이’가 창당 9개월 만에 11석을 얻으며 돌풍을 일으켰다. AI 스타트업 창업가 출신인 안노 다카히로(安野貴博) 팀 미라이 대표는 “나가타초(일본 정치 중심지)의 (업무) 처리 속도를 10배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아예 정치인이 된 AI도 있다. 지난해 9월 알바니아에선 세계 최초의 AI 장관이 임명됐다. 알바니아어로 태양을 뜻하는 '디엘라'라는 이름의 AI는 인간의 개입 없이 정부의 공공 입찰 관련 결정을 맡고 있다. 에디 라마 알바니아 총리는 “디엘라는 가상으로 만들어진 내각 구성원”이라며 “공개 입찰에서 부패를 방지하고 정부의 투명성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AI가 선거에 본격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하면서 인맥·자본 등 기반이 없는 청년 정치인들의 진입 장벽이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AI를 활용한 여론 왜곡 수법은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선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딥페이크로 만들어진 후보자들의 가짜 유세 영상이 확산하고 있다. 대니얼 쉬프 미 퍼듀대 교수는 로이터통신에 “(AI로 제작된 영상이) 선거와 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유권자들의 신뢰도를 훼손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장윤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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