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군과 이란군 간의 직접적인 군사 충돌이 발생하면서 국제 유가가 다시 상승세를 보인 5일 브렌트유는 전일 대비 6.3% 급등한 배럴당 114.96달러에, 서부텍사스산원유는 4.2% 오른 106.17달러를 기록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의 한 주유소의 모습. 뉴스1
중동 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치솟으면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휘발유·경유 등 석유류 가격이 20% 넘게 급등하며 전체 물가를 끌어올렸고, 항공료와 해외여행비 등 서비스 물가에도 연쇄 충격이 확산됐다.
국가데이터처가 6일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9.37(2020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6% 상승했다. 이는 2024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물가 상승세는 중동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 영향이 결정적이었다. 석유류 가격은 전년 대비 21.9% 오르며 전체 소비자물가를 0.84%포인트 끌어올렸다. 상승 폭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였던 2022년 7월 이후 최대 수준이다.
품목별로는 경유가 30.8%, 휘발유가 21.1%, 등유가 18.7% 상승했다. 이에 따라 공업제품 물가도 3.8% 올라 3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유가 상승은 서비스 가격에도 영향을 미쳤다. 유류할증료 인상으로 국제항공료는 전월 0.8% 상승에서 지난달 15.9% 급등으로 돌아섰다.
급등한 국제 유가. 자료=뉴욕상업거래소(NYMEX)
해외단체여행비도 11.5% 상승했다. 자동차수리비(4.8%), 엔진오일교체료(11.6%), 세탁료(8.9%) 등도 줄줄이 올랐다.
다만 외식 물가는 2.6% 상승에 그치며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가공식품 상승률도 1.0%로 전월보다 둔화됐다.
반면 농축수산물 가격은 하락했다. 채소류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농축수산물 전체는 0.5% 하락했다. 무(-43.0%), 당근(-42.0%), 양파(-32.0%), 배추(-27.3%)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쌀은 재배면적 감소 영향으로 14.4% 올랐고, 수입소고기도 7.1% 상승했다.
체감물가를 보여주는 생활물가지수는 2.9% 상승했으며, 신선식품지수는 6.1% 하락했다. 식료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2.2% 상승했다.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제가 물가 상승 폭을 일부 완화했다고 평가했다. 데이터처 이두원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석유류 가격이 더 크게 올랐다면 국제항공료와 개인서비스 가격 상승 폭도 확대됐을 것”이라며 “5월에도 석유류 가격이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