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연설하고 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새로운 인공지능(AI) 모델에 대해 사전 검토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그간 AI 산업에 비교적 개방적인 태도를 보여온 트럼프 행정부가 안전성 등을 이유로 일정 수준의 규제 필요성을 검토하는 쪽으로 기류가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4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가 새로운 AI 모델에 대해 정부 감독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AI 관련 워킹그룹을 구성하는 행정명령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해당 워킹그룹은 기술 기업 임원과 정부 당국자들이 참여해 새 AI 모델에 대한 공식적인 검토 절차 도입 등을 살펴보게 된다. 백악관은 지난주 앤스로픽·구글·오픈AI의 경영진에 이 같은 계획을 설명했다.
다만 정부의 사전 검토가 AI 모델 출시 자체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NYT는 당국자를 인용해 “정부가 공개 전 AI 모델에 대해 먼저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심사 체계를 추진하고 있다”라면서도 “이 체계가 모델의 공개 자체를 막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경우 정부가 AI 모델 출시 전 안전 기준 충족 여부를 점검하는 영국과 유사한 방식이 될 수 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왼쪽)과 아모데이 앤스로픽 CEO. 로이터·AFP=연합뉴스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논의 배경에는 지난달 7일 앤스로픽이 공개한 차세대 AI 모델 ‘미토스(Mythos)’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프트웨어 취약점을 스스로 식별하고 이를 실제 작동 가능한 공격 코드로 전환할 수 있을 정도의 역량을 갖춘 해당 모델은 그 강력한 성능 때문에 공개 직후 곧바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대규모 사이버 공격에 해당 모델이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다.
NYT는 기술 업계와 당국자를 인용해 “백악관은 AI가 활용된 대규모 사이버 공격이 발생할 경우 정치적 후폭풍을 피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현재 앤스로픽은 위험성을 고려해 해당 모델을 일반 대중에게는 공개하지 않고 일부 기업·기관에만 제한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앤스로픽은 앞서 AI의 군사적 사용과 관련해 미 국방부(전쟁부)와 충돌한 바 있다. 국방부는 AI를 군사적 목적과 관련해 보다 폭넓게 활용하고자 했으나 앤스로픽은 대규모 감시 체계 등이 현실화될 수 있다며 반대했다.
앤스트로픽의 새 AI 모델 미토스(Mythos)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앤스로픽]
백악관 내부 권력 구도 변화와도 연관이 있을 수 있다. NYT는 “규제 완화를 주도했던 데이비드 색스 백악관 AI·가상자산 정책특임보좌관(차르)이 지난 3월 사임 의사를 밝힌 후,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과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AI 정책에 더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그간 유지해온 AI 산업에 대한 비규제 기조에서 한발 물러서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재집권한 이후 AI 산업을 적극적으로 지지해왔다. 지난해 7월에는 “우리는 이 산업(AI 산업)을 반드시 최고로 만들 것”이라며 “우리는 그것을 정치, 어리석은 규칙 심지어 바보 같은 규칙으로도 멈출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중국과의 지정학적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AI가 필수적이라 주장하며,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의 AI 관련 일부 안전성 평가 및 보고 의무 규제도 철회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