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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촬영하는 안저검사, 심혈관 질환 위험도 바로 예측할 수 있어 [Health&]

중앙일보

2026.05.05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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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경 기자의 헬스박치기

망막 이미지 AI 분석해 질환 체크
녹내장·황반변성 위험까지 확인

어제와 다름없는 평온한 아침을 맞이하다 갑자기 가슴을 부여잡고 쓰러진다. 드라마 속 익숙한 장면이지만, 심혈관 질환의 특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순간이다. 심혈관 질환은 전 세계 사망 원인 1위다. 진행 과정이 잘 드러나지 않아 변화를 제때 인지하기 어렵다. 증상이 없으면 검사의 필요성을 체감하기 힘들고, 막상 확인하려면 비용과 절차 부담이 따른다. 그러다 보니 건강검진에서도 심혈관 검사는 쉽게 선택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인공지능(AI) 기술은 새로운 접근 방식을 제시한다. 눈 속 망막 이미지를 분석해 심혈관 질환 위험도를 예측하는 것. 기존의 번거로운 검사 방식에서 벗어날 수 있는 명쾌한 해답처럼 들렸다. 단 몇 분의 투자로 심장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면 검진을 마다할 이유가 있을까. 눈을 촬영하는 안저(眼底) 검사를 통해 심혈관 상태를 들여다봤다.

“턱 고정하고, 앞의 초록색 불빛 보세요. 자, 찍습니다.”

지난달 23일 오후 은평연세병원의 안과 검진실. 안저카메라 앞에 앉아 턱과 이마를 장비에 대고 렌즈를 응시했다. 몇 초 뒤 눈앞에서 짧은 빛이 번쩍이며 섬광이 지나갔다.

검사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더 간단했다. 일반적인 안과 검사와 다르지 않다. 양쪽 눈을 촬영하는 데 걸린 시간은 1분 남짓. 심장 CT에서 겪어야 할 주삿바늘의 따끔함도, 폐쇄된 기기 안에서의 압박감도, 방사선 노출에 대한 찜찜함도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검사 결과지가 출력됐다. 심혈관 위험 점수는 18점, ‘저위험군’에 해당했다. 심장 CT에서 활용되는 관상동맥 석회화지수(CACS) 기준으로는 0점과 유사한 수준이다. 같은 연령대 대비 상대 위험도는 약 12%로 제시됐다. 현재 상태만 놓고 보면 위험 신호는 크지 않은 범주다. 직관적인 지표로 심혈관 건강 상태를 확인하니 안도감이 컸다.

이쯤에서 궁금증이 생긴다. 눈을 통해 심혈관 상태를 어떻게 알 수 있는 걸까. 핵심 단서는 ‘망막 혈관’에 있다. 망막은 우리 몸에서 유일하게 혈관을 직접 관찰할 수 있는 부위다. 촘촘하게 분포된 미세혈관이 심장·뇌혈관과 구조적으로 비슷하다. 망막 혈관의 굵기나 밀도 등에서 나타나는 변화는 전신 혈관 상태와 일정한 연관성을 가진다. 망막 혈관이 꼬이거나 미세한 석회가 쌓였다면 심혈관에도 유사한 병변이 진행 중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심혈관 질환은 심장과 주요 동맥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질환이다. 고지혈증, 부정맥, 협심증, 심근경색증이 대표적이다. 검사에 사용된 ‘닥터눈 CVD’는 안저카메라로 촬영한 망막 이미지를 기반으로 향후 심혈관 발생 위험도를 평가하는 의료 AI 솔루션이다. 기존 심장 CT나 경동맥 초음파와 달리 검사 시간이 짧고 비용 부담이 적어 접근성이 높다. 검사 준비부터 결과 확인까지 5분이면 충분하다.

은평연세병원 내과 안정수 진료과장은 “닥터눈 CVD는 정밀검사에 앞서 심혈관 질환 위험군을 가려내는 데 가장 유용한 1차 스크리닝 도구”라며 “안저 촬영만으로 심혈관 상태를 가늠할 수 있어 효율적인데, 같은 안저 이미지로 녹내장·당뇨망막병증·황반변성 같은 주요 안과 질환의 위험도까지 함께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평가 결과는 저위험군, 중등도 위험군, 고위험군으로 나뉜다. 위험도가 낮게 나오면 당장 정밀검사를 진행할 필요는 없다. 일정 기간(1~2년 정도) 간격을 두고 추적 관찰을 권장한다.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면 추가적인 혈액검사나 심장 CT, 순환기내과 진료로 이어질 수 있다. 고혈압·당뇨·고지혈증을 동시에 앓는 환자군에서는 고위험군 비율이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안저 검사 결과만으로 심혈관 상태를 판단할 수는 없다. 심혈관 질환은 단기간에 급격히 악화하지 않는다.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안 진료과장은 “이 검사는 혈관 상태를 간접적으로 추정하는 도구”라며 “검사 시점에서는 문제없어 보여도 이후 생활 습관에 따라 상태가 달라질 수 있다. 혈액검사나 환자의 생활 습관, 기존 질환과 함께 종합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영경([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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