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사는 6일 울산공장 본관 동행룸에서 2026년 임금협상 상견례를 열었다. 사진 현대차
“순이익의 30% 성과급, 인공지능(AI) 도입 시 고용조건 보장.”
현대차 노조가 올해 임금협상에서 회사 측에 요구한 내용이다. 기아 노사도 조만간 의제를 정리해 협상에 돌입할 예정이다.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의 생산라인 투입, 제조업의 인공지능(AI) 전환 등에 촉각이 쏠린 만큼, 올해 임협은 미래 생산체계를 둘러싼 주도권 싸움이 될 전망이다.
6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는 이날 울산공장에서 임금협상 상견례를 열고 올해 교섭 방향과 일정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지난해 현대차 노사의 상견례가 6월에 열렸던 것을 고려하면 한달가량 앞당겨진 일정이다. 기아는 지난해 8월에 상견례를 했다.
현대차 노조는 앞서 ▶월 기본급 인상 14만9600원(호봉승급분 제외) ▶성과급 지난해 순이익의 30% 지급 ▶상여금 800% 인상 ▶정년 65세 연장 ▶신규인력 충원 ▶완전 월급제 시행 ▶노동 강도 강화 없는 노동시간 단축 등의 내용을 담은 요구안을 사측에 보냈다.
쟁점 중 하나는 성과급이다. 현대차 노조는 2000년대 초부터 성과급으로 전년도 순이익(수익·비용을 반영한 최종 이익)의 30%를 요구하고 있다. 회사의 매출·이익이 높아지는 것에 비례해 직원들에게 배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경영실적을 기준으로 올해 성과급을 지급하는데, 지난해 연간 순이익(10조3648억원)을 기준으로 노조 측이 요구하는 30%를 단순 계산하면 3조914억원에 달한다.
산업계 전반에선 SK하이닉스가 성과급으로 영업이익(비용 제외없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이익)의 10%를 지급한 뒤 파격적인 성과급 요구가 확산하는 추세다. 삼성전자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20%를 요구하고 있는데 현대차 노조의 요구는 이와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기업 입장에선 부담이 크다. 성과급 지급 규모가 커질수록 협력사 상생 여력이 줄어들고, 투자 여력 감소나 고용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 다른 대기업을 기준 삼아 성과급 요구 수위를 높여가는 식의 ‘성과급 치킨게임’이 이어지면 사회적 갈등이 심화할 가능성도 있다.
올해 초 현대차그룹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공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사진 현대차그룹
완전 월급제 도입도 쟁점이다. 생산현장에 덮친 ‘아틀라스 공포’ 속 나온 요구사항이기 때문이다. 앞서 현대차 노조 측은 아틀라스와 관련해 “합의 없이 생산라인 배치 거부” “국내 물량을 유지해 조합원들의 고용 안정 유지” 등을 주장해왔다.
현재 현대차의 생산직·기술직 직원들은 시급을 기준으로 산정한 급여를 받고 있는데, 노조 측은 아틀라스가 생산현장에 투입될 경우 ‘직원들의 근무시간 축소→ 임금 하락’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완전 월급제를 시행할 경우 직원들은 근무시간과 관계없이 매월 받는 고정급 비율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회사 입장에선 생산량과 무관하게 고정비가 증가하게 된다.
노조 측은 기업의 시설투자까지 협상 의제로 끌어들이며 압박 수위 높이는 모습이다. 현대차는 노후화한 울산 1공장 등의 재건축을 계획하고 있는데, 재건축 기간에는 조업이 중단돼 일자리 감소가 불가피하다. 노조는 회사 측에 공장 재건축으로 휴업하더라도 고용보장·전환배치 등을 해줄 것과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재건축을 막겠다고 경고했다.
완성차업계는 현대차 노사 간 입장차가 크고, 일부 요구사항은 회사 고유의 경영사항에 해당하는 만큼 올해 교섭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교섭에서 노조는 3차례 부분파업을 벌여 6년간 이어온 무분규 타결 기록을 깼다. 긴 협상 끝에 지난해엔 기본급 10만원 인상, 성과급(기본급의 450%+1580만원), 주식 30주 지급 등으로 협상이 마무리됐다.
이영면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쟁의 범위가 확대되며 과거 기업 고유의 경영 의사결정까지 교섭이 가능해진 만큼, 노사 간 힘의 균형이 흔들릴 수 있다”며 “황금알을 낳는다고 거위의 배를 가르면 안된다. 특히 대기업 노조는 고액연봉에 사회 상층부 노동자로 구성된만큼, 자신들의 단기적 이익을 넘어 상생할 수 있도록 ‘노조의 사회적 책임’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짚었다.
이 교수는 “독일의 경우 일감이 적을 때 근로시간을 저축하고, 일감이 많을때 그 시간을 사용하는 ‘근로시간계좌제’ 제도가 있다”며 “국내에서도 근무시간과 성과급 등에서 이같은 제도의 도입과 활용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