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사태 여파가 결국 ‘적자 성적표’로 돌아왔다. 국내 최대 이커머스 기업 쿠팡이 올해 1분기 3500억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4년 3개월 만에 가장 많은 분기 적자를 냈다. 시장 기대치를 크게 밑도는 ‘어닝 쇼크’다.
쿠팡의 모회사인 쿠팡Inc의 김범석 의장은 이날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와우 멤버십 회원들의 재가입 등 고객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개인정보 사고의 영향이 이어지고 있어 근본적인 회복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사옥. 뉴스1
5일(현지시간) 쿠팡Inc는 올 1분기 매출이 85억400만 달러(12조4597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8% 증가했다고 밝혔다. 다만 매출 규모는 지난해 4분기(12조8103억원)에 이어 두 분기 연속 전 분기보다 감소했으며, 분기 매출 성장률도 2021년 미국 뉴욕증시 상장 이후 처음으로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수익성은 급격히 악화했다. 1분기 영업손실이 2억4200만 달러(3545억원)로, 전년 동기 1억5400만 달러(2337억원) 흑자에서 적자전환했다. 당기순손실도 2억6600만 달러(3897억원)로 전년 동기 1억1400만 달러(1656억원)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이는 2021년 4분기 이후 최대 규모의 분기 손실이다.
이번 실적은 시장 전망에도 크게 못 미쳤다. 블룸버그는 쿠팡Inc의 1분기 매출을 85억1100만 달러, 영업손실을 3927만 달러로 예상했지만, 매출은 이에 미치지 못했고 영업손실액은 예상치의 약 6배에 달했다. 실적 발표 직후 쿠팡 주가는 뉴욕증시 시간외 거래에서 3~4% 하락했다.
서울시내 한 쿠팡 물류센터에 배송트럭이 주차돼있다. 뉴스1
김영옥 기자
적자전환의 주요 원인은 개인정보 유출 사태다. 거랍 아난드 쿠팡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개인정보 사고의 영향이 지난해 4분기보다 1분기 실적에 온전히 반영됐다”고 말했다. 쿠팡은 지난해 11월 3370만 명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대응 과정에서 논란에 휩싸였고, 고객 보상 방식도 비판받았다.
이로 인해 ‘탈팡(쿠팡 탈퇴)’ 현상이 나타나며 성장세가 둔화했다. 쿠팡에 따르면 1분기 활성고객(제품을 한 번이라도 산 고객) 수는 2390만 명으로 지난해 4분기보다 70만 명 감소했다. 핵심 사업인 프로덕트 커머스(로켓배송·로켓프레시 등) 매출 역시 전년 동기 대비 4% 증가에 그치며 둔화 흐름을 보였다. 여기에 유출 사태 보상 비용(보상 쿠폰)과 법률 비용, 대만 시장 확대를 위한 투자까지 더해지며 적자폭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2분기 전망도 밝지 않다.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과징금이 최대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추가 제재 가능성도 제기되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의 동일인(총수)을 쿠팡 법인에서 김범석 의장으로 변경하면서 정부의 감독이 강화될 가능성도 커졌다. 이에 따라 경영과 사업 운영이 위축될 수 있단 관측이 나온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 중앙포토
다만 쿠팡의 시장 지위는 여전히 견고하단 게 중론이다. 일부 고객 이탈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월간 활성 고객 수는 SSG닷컴·컬리 등 주요 경쟁사 대비 최대 10배 이상 많다. 김 의장은 “4월 말 기준 유출 사고 이후 감소한 와우 멤버십 회원 수의 약 80%를 회복했다”며 “장기적으로 사업의 근본적인 마진 성장 잠재력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쿠팡의 수익성 악화가 단기에 그칠지, 장기화할지는 이용 고객이 사태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며 “서비스 측면에서 쿠팡을 대체할 플랫폼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탈 고객의 재유입 여부는 쿠팡이 부정적인 이미지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해소하느냐가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