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잠실 두산전 도중 발목을 다쳐 구급차로 이송되고 있는 LG 문보경. 요즘 LG는 선발투수 두 명과 마무리, 4번타자까지 모두 부상으로 빠진 상태다. 이들이 돌아올 때까지 버텨야 2년 연속 통합우승의 가능성을 살릴 수 있다. [연합뉴스]
프로야구 디펜딩 챔피언 LG 트윈스가 혹독한 시험대에 올랐다. 당분간 2·3선발에 마무리와 4번타자까지 줄줄이 빼고 경기를 치러야 한다. 피 말리는 선두권 경쟁을 이어가는 상황이라 구단 관계자 모두 얼굴에 근심이 가득하다.
내야수 문보경은 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전 도중 구급차에 실려 그라운드를 떠났다. 수비 도중 미트에 들어갔다 나온 땅볼 타구를 밟아 왼 발목이 돌아갔다. 정밀검진 결과 인대 손상이 확인돼 향후 4~5주간 결장한다.
문보경은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타점 1위에 오르며 KBO리그 간판타자 반열에 올랐다. 옆구리 부상 탓에 시즌 개막 후 주로 지명타자로 나섰지만, 타율 0.310 3홈런을 기록하며 LG 타선을 이끌었다. 중심타자의 공백은 LG에 뼈아픈 손실이다.
마운드도 헐거워졌다. 2선발 요니 치리노스가 도통 제 몫을 해주지 못 하고 있다. 4경기 1승2패 평균자책점 6.75로 부진한 데다 지난달 16일 롯데 자이언츠전 이후 팔꿈치 통증으로 등판하지 못 하고 있다. WBC 대회 기간 중 팔꿈치를 다친 좌완 3선발 손주영도 아직 돌아오지 못 했다. 지난해 각각 12승(치리노스)과 11승(손주영)을 달성한 선발 자원 두 명이 한꺼번에 자리를 비운 공백이 휑하다.
치리노스. [연합뉴스]
마무리 유영찬도 팔꿈치 수술과 함께 개점휴업을 선언했다. 올 시즌 세이브 1위(11개)를 질주하던 중 팔꿈치 주두골 피로 골절 진단을 받았다. 부상 부위를 핀으로 고정하기 위해 6일 수술대에 올랐다. LG는 최근 KT 위즈와의 3연전에서 두 번이나 끝내기 패배를 당하는 등 벌써부터 유영찬의 공백을 절감 중이다. 급히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뛰는 고우석에게 러브콜을 보냈지만 불발됐다. 지난 2023년까지 139세이브를 쌓아 올린 옛 소방수의 복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 가운데 고우석은 “메이저리그 도전을 이어가고 싶다”며 고사했다. 염경엽 LG 감독은 “시즌 전 구상한 전력 대비 40%쯤 남은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럼에도 LG가 여전히 우승후보 반열에 이름을 올리는 건 두꺼운 선수층 덕분이다. 당초 롱릴리프 자원으로 영입한 아시아쿼터 라클란 웰스(호주)가 대체 선발 역할을 맡은 뒤 평균자책점 1위(1.00, 2승 1패)를 달리고 있다. 또 다른 예비 선발 자원 이정용도 지난 2경기에서 도합 8이닝 2실점(1자책점)으로 잘 던졌다. 군복무를 마치고 복귀한 좌완 김윤식도 상황에 따라 선발과 불펜 어느 쪽이든 맡을 수 있다.
LG는 붙박이 소방수 대신 집단 마무리 체제로 뒷문을 걸어 잠글 계획이다. 김진성, 우강훈, 장현식, 함덕주, 김영우, 김진수, 김유영 등이 5분 대기조로 나선다. 5일 두산전도 불펜이 4이닝 무실점을 합작해 2-1, 한 점 차 승리를 지켜냈다. LG는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불펜 평균자책점을 3점대(3.55, 5일 기준)로 유지 중이다.
잇몸으로 버티는 마운드와 달리 문보경이 빠진 타선은 당장 뾰족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 리그 타율 3위 문성주(0.366)도 옆구리 근육 부상으로 지난 1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박동원, 오지환, 신민재, 홍창기 등도 부상과 부진으로 동반 고전 중이다. 오스틴 딘(타율 0.367, 8홈런)의 고군분투 만으로는 마음을 놓기 어렵다. 천성호, 송찬의, 구본혁, 이영빈 등 백업 자원들의 분발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