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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하면 짝’ ‘가죽을 남김’…이 시인, 익숙한데 재밌다

중앙일보

2026.05.06 08:02 2026.05.06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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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非)인간 존재를 통해 평범한 인간의 마음을 이야기하는 시인 김복희가 다섯 번째 시집 『생 마음』(아래 사진)을 냈다. [사진 현대문학]

비(非)인간 존재를 통해 평범한 인간의 마음을 이야기하는 시인 김복희가 다섯 번째 시집 『생 마음』(아래 사진)을 냈다. [사진 현대문학]

“요정을 믿으세요? 없다고 말하면 안 돼요. 요정이 진짜 사라진대요.”

21세기 한국에서 이토록 능청스럽게 요정의 존재를 들이미는 사람이 있다. 요정뿐만 아니라 귀신, 영혼, 새, 벌레, 나무…. 시로 온갖 비(非)인간 존재를 호명하는 김복희(40) 시인이다. 다섯 번째 시집 『생 마음』(현대문학)을 낸 그를 최근 서울 성북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보통 사람들은 자라나면서 잊어버리는 존재를, 저는 계속 데리고 살아온 것 같아요.” 그의 시를 읽으면 심심할 틈 없고, 외로울 일 없다. 시인이 현실에 있다고 믿는 여러 존재가 자꾸만 고개를 내밀기 때문이다. 이번 시집 『생 마음』(현대문학)에선 도깨비와 호랑이 등 전통 설화 속 존재가 등장한다. 4부는 아예 요정 얘기만 한다.

김복희 시인의 시집 『생 마음』. [사진 현대문학]

김복희 시인의 시집 『생 마음』. [사진 현대문학]

201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이후로 시를 발표하기 시작한 시인은 『내가 사랑하는 나의 새 인간』, 『희망은 사랑을 한다』, 『스미기에 좋지』(2022, 봄날의책), 『보조 영혼』(2025, 문학과지성사) 등을 냈다. 성실히 시를 발표했지만 이렇게 빠른 주기로 새 시집을 발표한 건 처음이다.

시인은 “기존에 발표한 시들 중에 더 깊이 파 보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며 『생 마음』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도깨비는 쳐다볼수록 커 보인다’ ‘가을바람의 새털’ ‘목마른 송아지 우물 들여다보듯’ ‘춘향이 집 가리키기’ 등 이번 시집에 실린 서른 여섯편의 시 중 열 편의 제목이 속담이다. ‘가죽을 남김’ ‘쿵 하면 짝’ 등 한국인이라면 관용어로 들어봤을 표현을 제목으로 삼은 시도 있다. “속담은 많은 사람이 동의해서 만들어진, 개성 없는 말이잖아요. 그런데 말이 처음 시작됐을 땐 누군가의 욕망이나 강렬한 생각이 있어서 만들어졌을 거예요. 그 욕망이 저와 만나 시가 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포착한 사람들의 마음이 느껴질 때, 시인은 ‘아, 이 마음’하고 감탄한다. “나 지금 오해받은 채 찬물 들어가/긴 장화 신고/고무장갑 끼고/미나리 낫으로 벤다/그런 기분이야/온몸이 차갑고 무거워 끝이 안 나//이런 뜻이 그림자를 지고 따라온다//아 이 마음” (‘하려던 말의 반만 하는 모임’)

“익숙함 속 낯선 모습을 찾아내는 것이 제일 재밌다”는 시인은 앞으로도 계속 ‘한눈을 팔’ 예정이다. “붕 떠 있는 추상의 것들 말고, 우리 삶과 연결되어있으면서도 미처 몰랐던 걸 계속 이야기하고 싶어요. 늘 반쯤 한눈팔며 살아가면 안 될까요? 한눈팔기도 되게 속담같은 관용어네요. (웃음)”





최혜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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