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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개미, 7000피 열다

중앙일보

2026.05.06 08:07 2026.05.06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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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가 6000 고지를 넘은 지 불과 2개월여(47거래일) 만에 7000선을 사상 처음으로 돌파했다. 지난 1년간 1000단위 지수대를 다섯 차례나 갈아치운 파죽지세다. 중동전쟁의 불확실성과 고유가 파고마저 뚫어냈다. 6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45% 폭등한 7384.56에 장을 마쳤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시가총액이 3배 가까이 커졌다.

올해 코스피 상승률은 75.2%로 세계 주요 증시 중 압도적 1위다. 반도체 사이클을 탄 2위 대만 가권지수(42%)나 일본 닛케이지수(18.2%)를 크게 웃돈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6%,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4.6% 오르는 데 그쳤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이날 코스피 상승의 주역은 단연 반도체 ‘투톱’이다. 이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14.41%·10.64% 급등했다. 두 종목의 시총 합계는 코스피의 44.5%를 차지한다.

코스피 질주의 배경에는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업황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자리 잡고 있다. 미국 마이크론과 대만 TSMC 등 글로벌 반도체주가 일제히 오름세를 보이는 가운데, 반도체 비중이 절대적인 한국 증시가 AI 랠리의 수혜를 집중적으로 흡수한 결과다. 여기에 상법 개정안 처리,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정부의 ‘기업 밸류업’ 정책도 한몫했다.

수급 측면에서는 개인투자자의 역할이 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식거래 활동계좌 수는 4일 기준 1억522만 개로 지난해 말(9829만 개)보다 693만 개 불었다. 여기에 상장지수펀드(ETF)가 증시 상승의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이날 국내 증시에 상장된 ETF는 전체 시총의 약 6.7%를 차지했다. 국내 증시가 상승하면서 ETF 시장으로도 자금이 유입되고, 이에 다시 코스피가 상승하는 선순환이다.

다만 최근에는 전혀 다른 움직임이다. 이날 개인은 코스피에서 5715억원을 ‘팔자’(순매도)했다. 지난 한 달간 개인의 순매도액은 15조5227억원으로 월간 기준 사상 최대다. 외국인이 지난달 1조1000억원 순매수로 전환한 데 이어, 4일에는 3조194억원, 이날 3조1357억원 ‘사자’에 나서는 등 이틀 연속 사상 최대 순매수액을 기록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흐름이다.



주식활동 계좌 1억개, ETF 자금 유입으로 불장 선순환

주요 투자 관련 사이트에서는 이른바 ‘줄먹(줄 때 먹어야 한다) 매매’가 번지고 있다. 주가가 오를 때 일단 차익을 실현하고, 이후 흐름을 지켜본 뒤 다시 매수하는 투자 방식이다. “줄 때 먹는 사람이 승자다” “일단 먹고 눌림목에 다시 들어간다”는 식의 글과 함께 주식을 팔았다는 ‘탈출 인증샷’이 이어진다. 한 투자자는 “팔아야 내 주머니에 꽂히는 것이기 때문에 익절(이익을 보고 매도)하고, 추후 상황을 봐서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올해 코스피 매매를 보면 개인은 급등 때는 ‘팔자’, 급락 때는 ‘사자’였는데, 합리적으로 수익을 관리하는 ‘스마트 개미’의 등장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시장 변동성이 커지다 보니 단기 매매에 치중하고 있는 것”이라며 “현재 시장은 개인이 방향성을 예측할 수 있는 대응의 영역이 아니다. 실적 추정치를 바탕으로 기다리는 것이 더 똑똑한 전략”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이날 삼성전자는 시총 1555조1100억원(약 1조1900억 달러)을 기록하며 대만 TSMC에 이어 아시아 기업 중 두 번째로 ‘트릴리언(시가총액 1조 달러) 클럽’에 입성했다. 전 세계 기업 중 13번째 기록이다. 세계 시총 순위에서도 워런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와 월마트를 제치고 11위로 올라섰다. 10위인 테슬라(1조4620억 달러)와의 격차도 좁히고 있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데이브 마자 뉴욕 라운드힐 인베스트먼트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에 “1조 달러라는 문턱은 상징적 의미를 넘어 실질적인 중량감을 지닌다”며 “넓은 관점에서 볼 때, 이는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조 내에서 메모리 반도체 역할이 주기적(cyclical)이지 않고 구조적이라는 시장의 판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서윤.이병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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