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두 시간 벽’을 돌파한 생물학적 환희의 시즌에 중국 자율주행 로봇은 하프마라톤을 완주했고 테슬라는 관절 28개를 지닌 휴머노이드 ‘옵티머스’를 상하이 기가팩토리에 투입할 채비를 마쳤다. 자신의 이상을 형상화하려 했던 신화 속 조각가 피그말리온의 염원이 강철 육체로 현현하고 있다.
우리 제조업계는 이 전환을 어떻게 읽고 있는가. 지배적인 답은 이렇다. 세계 최고 수준의 하드웨어를 먼저 만든 뒤 그 위에 AI 소프트웨어를 얹으면 된다. 이를 ‘치즈 이론’이라 부를 수 있다. 잘 구워진 빵 위에 치즈를 얹듯 완성된 차체나 로봇 골격 위에 AI를 사후적으로 통합하면 경쟁력 있는 피지컬 AI가 탄생한다는 논리다.
이 논리는 핵심을 놓친다. 피지컬 AI의 본질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사후 결합이 아니라 설계 초기부터 ‘공진화’시키는 데 있다. 로보틱스에서 말하는 ‘체화 인지’가 이를 설명한다. 몸의 구조가 사고방식을 규정하고 사고의 요구가 다시 몸의 설계를 바꾼다. 이 순환이 끊긴 시스템은 예측하기 어려운 현실 환경에서 취약하다.
스페이스X는 이 원리를 입증했다. 경쟁자들이 고성능 단일 엔진의 정밀 제작에 집중할 때 처음부터 대량 생산과 재사용을 전제로 엔진 ‘멀린’을 설계했다. 초기의 잇따른 발사 실패에도 설계 철학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 결과가 1단 로켓 재사용, 스타링크, 그리고 스타십이다. 일관된 설계 철학이 기술적 우위를 만들었다.
피지컬 AI 경쟁에서도 유사한 구도가 나타난다. 현대차의 고속도로 주행 보조 시스템 HDA2는 사전에 정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운전자에게 제어권을 넘긴다. 설계 단계에서 AI를 최종 판단 주체로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 시스템은 카메라 영상만으로 주변 환경을 실시간 해석하고 스스로 제동을 결정한다. 두 시스템의 차이는 기능이 아니라 설계 출발점에 있다.
대형 제조 기업이 이런 전환에 어려움을 겪는 구조적 이유가 있다. 수십 년간 축적된 하드웨어 중심의 개발 프로세스와 조직 문화, 공급망은 강한 관성을 지닌다. AI가 판단을 주도하고 기계가 이를 수행한다는 발상은 기존 조직 문법과 충돌한다. 새로운 철학 대신 기존 틀 안에서 AI를 덧붙이는 선택은 자연스럽지만, 그 결과는 경쟁력의 점진적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피지컬 AI 패권 경쟁은 결국 설계 철학의 싸움이다. 하드웨어 위에 AI를 얹는 접근과 AI를 중심에 두고 하드웨어를 설계하는 접근 사이의 격차는 점점 벌어질 것이다. 대한민국 제조업의 강점인 하드웨어 역량은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아니다. 치즈는 처음부터 빵과 함께 구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