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는 어제 “특검법 처리 시기와 절차, 내용과 관련해서는 지방선거 이후 국민과 당원의 의견을 수렴하고 숙의 절차를 거쳐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 민주당이 발의한 ‘조작기소 의혹 특검 법안’이 위인설법 등의 비판에 직면하자 속도 조절을 선언한 것이다. 옳은 법안이라면 연기할 이유가 없고, 연기한다면 문제가 있는 것일 텐데 가타부타 설명은 없었다. 너무도 당연한 궁금증에 여당은 답하지 않고 있다. 국민은 대통령이 특별검사를 임명해 본인 연루 사건의 공소취소 등 면죄부를 줄 수 있게 한 입법이 과연 민주국가에서 옳은 일인지 묻고 있다. 왜 이재명 대통령만 ‘누구도 자기 사건의 재판관이 될 수 없다’는 법언의 예외인지 설명을 듣고 싶은 것이다.
민주당 입장은 특검 법안이 지방선거에 미칠 악영향을 일단 차단한 뒤에 다시 도입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한 최우선 과제가 지방선거 승리”라고 했던 한 원내대표가 재선출 일성으로 특검법 처리 연기를 발표한 것도 그 승리를 위한 포석이다. 보수 결집에 도움이 되는 주제를 선거 시기에 꺼내는 게 판세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우려가 반영됐을 것이다. 국민의힘에선 “유권자 앞에서 대놓고 사기치겠다는 거짓말”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특검 법안 발의와 속도 조절 결정에서 민주당은 국민의 눈높이를 완전히 벗어났다. 공정과 상식, 도덕과 법질서를 소중히 여기는 국민 정서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 법안에 대해 납득할 만한 당위를 제시하지 못했다. 검찰의 조작기소가 확인된다면 누구보다 앞장서서 바로잡으려 할 이들이 대한민국 국민 아닌가. 권력의 오만을 용납하지 않기에 대통령을 두 번이나 탄핵시킨 그들이다. 그런 국민에게 왜 대통령만 재심 등의 기존 절차가 아닌 별도의 특검과 지정재판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지 설명하지 못했다. 뻔한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다수 여당의 우격다짐으로 특검을 도입하려다 비상등이 켜진 것이다. 특검법의 정당성을 설명하지 못한다면 당장의 선거는 이길 수 있을지 몰라도 이재명 정부의 성공에 커다란 걸림돌을 만들게 된다는 걸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