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10시쯤 서울 서초구 양재꽃시장 가동에서 분화온실 업체들이 영업을 하고 있다. 김예정 기자
양재꽃시장을 운영하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화훼사업센터(센터)가 30년간 자신들이 부담해야 할 전기요금을 입주 상인들에게 떠넘겨온 사실이 드러나며 논란이 일고 있다. 용역업체를 통한 조사 결과 원금과 이자를 포함해 총 21억원 규모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센터 측은 요금이 잘못 부과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민법상 소멸시효를 이유로 최근 10년치만 돌려주겠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라 양측간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6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센터는 1995년부터 2024년까지 약 30년간 경매장·전산실·주차정산소 등 센터 운영시설 6곳의 전기요금을 입주업체 공용전기료에 포함해 부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을 기준으로 양재꽃시장에는 430개 점포에 363명의 업주가 입주해있다. 업체들은 업종별로 4개 단체를 꾸리고 있는데, 이 중 가장 피해 규모가 큰 쪽은 화분에 심어 키우는 식물을 판매하는 분화온실 업체 125곳이다.
문제가 드러난 건 2024년 10월 분화온실 일부 업체의 전기요금이 평소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이 부과되면서다. 당시 분화온실 업체 운영자들이 모인 ‘한국화훼유통연합협동조합’의 비상대책위원장과 센터 관계자와 외부 전기업체 인력이 합동 점검을 실시한 결과 센터 운영시설 6곳의 전기선이 센터 측이 아닌 입주 점포들의 공용전기 배전판에 연결돼 있던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지난해 1월부터 7월까지 해당 지점에 계량기를 설치해 6개월간 측정한 전기사용량을 토대로 1995년부터 2024년까지 잘못 부과된 전기료를 산정한 결과, 총 피해액은 약 21억원으로 추산됐다. 여기엔 과오납 여부를 명확하게 확인할수 없었던 1991년부터 1994년까지의 전산실·주차정산소 전기 사용료도 포함됐다.
양재꽃시장 옆에 위치한 aT 화훼사업센터 건물. 김예정 기자
전기요금이 과오납된 경위에 대해 센터 관계자는 “시설 확장 등 공사를 할 때 본사(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나 센터에서 도면을 직접 혹은 외부 용역으로 제작하는데, 해당 전기선을 전압이 높은 배전반에 꽂으려다 보니 입주사들 배전반에 꽂도록 설계가 된 것 같다”며 “전기선을 잘못 설치한 후 확인을 거치지 않아 피해가 지속된 데 대해 입주사들에게 죄송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또 “센터는 과오납 사실을 그동안 몰랐을 뿐 고의성은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박일수 한국화훼유통연합협동조합 이사장은 “센터가 30년 동안 정말 몰랐을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배상 범위를 두고도 양측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센터 측은 민법상 채권 소멸시효를 적용해 최근 10년치인 약 8억원만 반환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입주 기간과 면적 등에 따라 배상액이 산정되는데, 해당 기준에 따르면 분화온실 업체들이 받게 되는 배상액은 각 430만원 수준이다. 조합이 계산한 세대당 피해액 1400만원의 약 30%에 불과한 액수다. 조합 측은 “공공기관의 잘못으로 발생한 피해인데 왜 소상공인들이 피해를 감당해야 하느냐”고 반발하고 있다.
조합에선 나머지 피해액에 대해 임대료 감면 등의 방식으로라도 보전책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센터 측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센터 관계자는 “추가 보전을 해주면 배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법률 검토에 따라 10년치 반환 범위 내에서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10년치 배상액을 드리려고 해도 조합에서 자녀승계 인정을 조건으로 내걸어 합의가 안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합 측에선 “자녀승계 인정을 요구한 건 맞지만, 전기요금과 엮어서 얘기한 적은 없다”는 입장이다.
aT 화훼사업센터에서 양재꽃시장 입주사들에게 제시한 반환금 수령 동의서. 김예정 기자
조합은 센터에서 제시한 ‘과오납 공용전기료 반환금 수령 동의서’의 내용에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동의서의 ‘반환금 수령 및 권리 포기 동의’ 항목에는 ▶반환금을 수령한 후 과오납 공용전기료와 관련된 모든 권리(추가 청구, 이의 제기 등)를 일체 포기하며, 향후 민형사상의 책임을 묻지 않는다 ▶반환금 수령 후 관련 법령 및 센터의 내부 규정에 따른 당사의 귀책이 있다고 인정될 경우 반환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음에 동의한다 등의 내용이 포함돼있다. 박일수 이사장은 “갑과 을이 뒤바뀐 적반하장식 제안”이라고 말했다. 조합은 지난달 30일 임시총회에서 동의서에 서명하지 않는 것으로 의결했다. 이에 대해 센터 관계자는 “가족관계증명서 등을 조작해 부당하게 반환금을 받았을 경우 반환해야 한다는 취지”였다며 “해당 조항은 삭제할 수 있다고 조합 측에 안내했다”고 설명했다.
센터가 계약을 빌미로 일부 업주들을 압박한 정황도 제기됐다. 센터 측은 지난해 9월부터 분화온실 내 자녀승계 점포 세 곳과 전매·전대 형태로 운영되던 점포 여섯 곳에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이 중 자녀승계 점포 세 곳에 대해서는 지난해 12월 명도소송도 제기해 현재 진행 중이다. 전대 행위로 지난 2월 센터로부터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한 업주는 “30년 넘게 여러 점포가 전매·전대를 해왔는데 센터에서 문제 삼지 않다가 전기요금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조합 활동에 참여한 점포들만 짚어서 계약해지를 통보했다”며 “공공기관이 영세 상인들의 약점을 잡아 ‘갑질’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센터 관계자는 “계약해지 통보는 관련 규정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공용전기 문제와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