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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진출석한 피의자 체포한 경찰…대법 “영장 있어도 위법”

중앙일보

2026.05.0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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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관에 자진 출석한 피의자에게 체포영장을 집행한 것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수사기관은 체포영장을 집행하는 당시의 상황에 기초해 체포의 필요성이 충족됐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취지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최근 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에관한법률 위반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피고인 A씨가 제기한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다만 대법원은 체포가 위법했다는 A씨 주장은 받아들였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사기관에 자진 출석한 피의자에게 체포영장을 집행한 것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사진은 경찰이 잠복해 피의자를 체포하는 모습을 묘사해 생성한 생성형AI 사진. 사진 챗GPT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사기관에 자진 출석한 피의자에게 체포영장을 집행한 것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사진은 경찰이 잠복해 피의자를 체포하는 모습을 묘사해 생성한 생성형AI 사진. 사진 챗GPT


A씨는 2020년 8월부터 2021년 1월까지 의정부 한 오피스텔에서 성매매 알선 업자로 활동했다. A씨는 다수의 여성 종업원을 고용한 후, 10만원에서 30만원을 주고 온라인상에 광고를 게재했다. A씨는 광고를 보고 찾아온 남성 손님들을 본인이 임차한 오피스텔 방으로 안내해 여성 종업원과 연결시켰다.

의정부지검은 2021년 1월 22일 경기북부경찰청의 신청에 따라 성매매 알선 혐의로 A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의정부지법은 2021년 1월 25일 체포영장을 발부하며 그 사유로 “정당한 이유 없이 수사기관의 출석요구에 응하지 아니할 우려가 있다”고 적시했다.

이후 경기북부청 소속 경찰관은 A씨에게 여러 차례 전화로 출석을 요구했다. A씨는 “지방에 있어 출석이 어렵다” “변호인과 상담 후 출석하겠다”며 출석을 미루다가 2021년 2월 19일 자진 출석하기로 약속했다. 출석일에 A씨가 경기북부경찰청 앞에 도착하자, 미리 잠복하고 있던 경찰관들은 체포영장을 집행해 그를 체포했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1년6개월에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1760만원 추징도 명령했다. A씨는 “경찰의 출석 요구에 따라 경찰서에 자진 출석했음에도 미란다 원칙을 고지받지 못한 채 불법체포 됐다”며 항소했으나, 2심은 항소를 기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의 전과를 들어 “피고인이 당일 경찰청에 자진 출석했더라도 피고인이 장기적으로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음으로써 수사진행에 장애를 줄 우려가 있어 보인다”며 “경찰이 피고인을 체포한 것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지난 3월 1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모습. 뉴스1

지난 3월 1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모습. 뉴스1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피고인은 자진 출석하기로 약속한 시간에 정확히 경기북부청 정문 앞 안내실에 도착했고, 체포 당시 담당부서의 위치를 묻고 있었다고 하고 있다”며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언동을 보이지 않았다”고 봤다.

또 대법원은 “체포영장이 적법하게 발부된 경우라 하더라도, 그 집행을 담당하는 검사·사법경찰관리는 체포영장을 집행하는 당시의 상황을 기초로 영장에 의한 체포의 사유와 그 필요성이 충족되었는지 여부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피고인의 진술 외의 나머지 증거만으로도 범죄사실이 유죄로 인정된다는 점을 들어 상고기각을 선고했다.



조수빈([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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