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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 ‘을사늑약 저지’ 대미 친서, 121년 만에 발견

New York

2026.05.06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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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 워싱턴DC 의회도서관서 찾아
대미 친서 첫 실물 확인, “국권 수호 노력 뚜렷해”
헐버트사업회가 공개한 ‘고종 친서’. [사진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

헐버트사업회가 공개한 ‘고종 친서’. [사진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

고종 황제가 일제의 국권 침탈을 막기 위해 '을사늑약' 체결 직전 미국에 도움을 청했던 친서가 121년 만에 의회 도서관에서 발견됐다.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회장 김동진)는 최근 워싱턴DC 의회도서관에서 1905년 당시 고종 황제가 시어도어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 원본을 확인했다고 6일 밝혔다. '루스벨트문서' 함에 있던 이 문서는 을사늑약 체결 한 달 전인 1905년 10월 16일 작성됐다.  
 
김동진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 회장이 미국 의회도서관을 방문하고 있다. [사진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

김동진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 회장이 미국 의회도서관을 방문하고 있다. [사진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

사업회는 친서 원본과 고종의 밀사였던 호머 헐버트 박사가 작성한 영문 번역문을 발굴해 실물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헐버트 박사 회고록 등을 통해 내용만 전해지던 친서의 실물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2장으로 구성된 친서는 황실을 상징하는 오얏꽃 무늬가 새겨져 있고, 정식 외교문서임을 보여주는 고종 황제 어새가 찍혀 있다. 이 어새는 헐버트가 1907년 헤이그 특사로 활약할 당시 고종이 내린 특사증(1906년 6월22일자)과 고종이 조약 상대국 원수에게 보낸 친서(1906년 6월22일자)에 찍힌 어새와 동일하다고 사업회는 전했다.
 
이 친서에는 일본의 대한제국 보호조약 강요를 '신의에 반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1882년 체결된 '조미수호통상조약' 제1조(거중조정)에 근거해 미국이 일본의 압박을 저지해 줄 것을 호소하는 내용이 담겼다.  
 
고종은 "일본이 우리를 일본의 보호국으로 삼으려 할 뿐 아니라 병취(병합)하려 한다"며 이는 대한제국 자치권을 규정한 시모노세키 조약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영문 번역문은 총 6장으로, 헐버트 박사가 주한미국공사관의 외교행낭을 통해 받은 친서를 손수 번역해 펜으로 쓴 것으로 보인다는 게 사업회 측의 설명이다. 헐버트 자서전에 따르면 친서는 비밀리에 주한 미국 공사관 외교행낭 편으로 워싱턴DC에 도착했고, 헐버트는 이를 확보한 뒤 루스벨트 대통령 면담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일본의 방해 공작 때문에 을사늑약 체결 이후인 1905년 11월 25일에야 국무장관 면담 자리에서 친서를 미 측에 전달했다.
 
기념사업회 관계자는 "이번 발굴은 30여년간 헐버트 박사의 행적을 추적해 온 김동진 회장의 집념과 인턴 앨리스 김(Alice Kim) 씨의 정보 제보가 맞물려 이뤄낸 결실"이라며, "그동안 이 친서는 헐버트 박사의 회고록 등을 통해 내용만 간접적으로 알려졌을 뿐 원본의 실체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고종이 헐버트를 비밀 특사로 보내 주권 수호를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은 우리 외교사의 중요한 축"이라며,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대한제국의 신하처럼 헌신한 헐버트 박사의 숭고한 사랑이 우리 독립운동사에서 올바르게 재조명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은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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