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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쿠폰 13조 덕 늘어난 소상공인 매출 6조...회수에 26년 걸려

중앙일보

2026.05.06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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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가능 문구가 붙어 있다. 뉴스1

지난달 26일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가능 문구가 붙어 있다. 뉴스1

지난해 하반기 지급한 민생회복 소비쿠폰 100만원당 약 43만원이 애초 계획에 없던 추가 소비로 이어지면서, 그만큼 소상공인 매출도 늘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소비 쿠폰에 13조 5200억원의 정부 재정을 투입한 결과 최소 5조8600억원의 순소비 유발효과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7일 조세재정연구원은 서울 마포구 중소기업DMC타워에서 ‘민생회복 소비쿠폰, 데이터로 검증하다’ 세미나를 열어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발제를 맡은 장우현 조세연 국가회계재정통계센터 소장은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이후 연매출 30억원 이하 가맹점에서 나타난 순소비 진작 효과는 0.4333으로 해외 유사사례(0.2~0.33)에 비해 높았다”며 “정부가 세금을 걷어 100만원을 돌려줬을 때 43만3000원 정도의 실질적인 소상공인 매출 증가가 나타났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정부가 소득 재분배 목적으로 현금을 지급하는 ‘이전지출’은 이론적으로 승수효과가 0에 가깝다. 승수효과란 정부지출이 1원 늘어날 때 국내총생산(GDP)이 얼마 늘어나는지를 나타내는 개념이다. 그간 정부가 현금을 살포하면 미래에 낼 세금이 늘어난다는 인식 때문에 소비 대신 저축을 늘리거나, 저소득층의 복지 의존성을 높이는 부작용이 클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하지만 연구진은 이번 소비쿠폰이 이전지출 정책의 한계를 넘어섰다고 분석했다. ▶단순한 현금 지원이 아니라 쿠폰(지역화폐) 형태인 데다 ▶사용처와 기한 제약이 있고 ▶한계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층에게 더 많은 지원금을 주는 하후상박 구조였기 때문에 소비 진작 효과가 컸다는 것이다. 연구 결과 소비쿠폰의 34.7%가 실제 소비로 전환됐는데, 취약계층 비중이 높은 지역에서는 해당 비율이 72.6%로 2배 이상 높아졌다.

지역별로도 차이가 있었다. 상대적으로 취약계층이나 소상공인이 많은 지역일수록 매출증대율도 높았다. 전국 252개 시군구 중 소상공인 매출이 가장 많이 증가한 곳은 대구 달성군(4.3%)이었다. 서울 지역에선 도봉구(3.6%)ㆍ은평구(3.59%)ㆍ노원구(3.55%) 순이었다.

업종별로 보면 매출 증가분의 절반이 생활밀착형 업종이었다. 기타상품전문소매업이 13.1%로 1위였고, 이어 음식점업(11.3%), 종합소매업(8.7%), 무점포소매업(8.5%) 순이었다. 연구진은 “음식점ㆍ소매ㆍ의료ㆍ생활서비스 등 대면 소비ㆍ필수재 업종이 소비효과를 주도했다”며 “소상공인과 지역경제에 귀착되는 이전지출ㆍ소비전환효과가 확인됐다”고 짚었다.

소비쿠폰에 투입된 13조원의 세수가 다시 국고에 재축적되기까지는 약 25년 10개월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소비쿠폰 덕에 경기가 회복되고, 이를 통해 세수가 잘 걷힌다는 전제에 따른 것이다. 약 26년은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의 내구연한과 유사한 수준이다. 하지만 SOC는 내구연한 종료 후 재투자가 필요한 반면, 소비쿠폰은 추가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재정 자동회복’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고 그만큼 재정적 타당성을 지닌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이번 연구는 행정안전부 용역으로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진행됐다. 연구진은 국내 주요 6개 카드사인 신한ㆍ삼성ㆍ현대ㆍKB국민ㆍBCㆍ하나카드의 가맹점 결제 데이터를 활용해 지난해 전체 신용카드 결제액의 74.23%, 전체 소비쿠폰 사용액의 33.68% 수준에 해당하는 표본을 구축했다. 농어촌ㆍ지방 활용도가 높은 농협카드나 지역사랑상품권, 지류ㆍ선불카드 등이 포함되지 않은 점은 한계로 꼽힌다.

앞서 정부는 내수 진작을 목적으로 지난해 7월 전 국민에게 1인당 15만∼45만원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1차로 지급하고, 이후 소득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에게 10만원을 추가 지급했다. 장 소장은 “민생회복 소비쿠폰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는 차등의 정도”라며 “향후 정책에서는 단순한 지급 여부보다 대상ㆍ금액ㆍ사용처ㆍ기한의 조합을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핵심이 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경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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