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종가 기준 사상 처음 7000선을 돌파한 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축하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447.57포인트(6.45%) 오른 7384.56에 장을 마쳤다. 김경록 기자
경기 광명시에 사는 40대 직장인 김모씨는 최근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주식에 투자해 3억원 가량의 평가이익을 내고 있다. 무주택자인 김씨는 주식을 판 자금과 전세보증금, 대출을 더해 집을 살 계획이다. 지난 주말에는 서울 서대문구의 대단지 아파트도 둘러봤다. 김씨는 “주식이 언제까지 오르기만 할 수 없을 것 같아 적절한 시기에 정리할 생각”이라며 “집을 사기 전까지 최대한 씀씀이를 줄여 대출을 최소화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코스피가 7000선을 뚫고 올라가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실현수익 활용법을 두고 이야기가 쏟아지고 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의 “주식으로 돈 벌면 집 살 거냐”는 설문(95명 참여)에서도 응답자의 83%(79명)가 “상황 봐서 사겠다”고 답했다. 한 이용자는 “3년 동안 주식으로 3억원을 만든 뒤 전부 팔고 대출을 껴 7억원대 아파트를 계약했다”며 “주식 투자의 끝은 결국 현물”이라고 적었다.
실제 주식 투자 수익이 소비보다 부동산으로 향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은행이 7일 발표한 ‘우리나라 주식 자산효과에 대한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무주택 가계는 주식 자본이득의 70%를 부동산 자산으로 옮기는 것으로 추정됐다. 최근 서울 아파트 매입 자금조달계획서에서도 주식·채권 매각대금 비중은 지난해 5월 4.9%에서 올해 1월 8.9%로 뛰었다. 주식 자본이득이 큰 무주택 가계의 유주택 전환 확률은 23.1%로, 전체 평균(9.7%)보다 두 배를 넘었다.
우리나라 주식 자산효과에 대한 평가
한은 거시분석팀은 2012~2024년 가계금융복지조사 패널 데이터를 활용해 주식 평가이익이 소비와 자산배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한국 가계는 주가가 1만원 오를 때 130원 정도만 소비에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이득의 1.3%만 소비로 이어진다는 의미다. 미국·독일·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3~4%)의 3분의 1 수준이고 일본(2.2%)보다도 낮다. 한은은 “국내 가계는 주식 투자로 번 돈을 소비보다 자산 재투자에 우선 활용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국내 주식 자산효과(자산가격 상승이 소비로 이어지는 효과)가 낮은 가장 큰 원인으로 ‘부동산 쏠림’을 꼽았다. 김민수 한은 거시분석팀 차장은 “무주택자의 경우 자본이득 1원 발생 시 0.78원 정도를 순매도하고, 이 가운데 0.7원 정도를 다시 부동산 매입에 활용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주식 자산효과에 대한 평가
주식 투자 저변이 좁은 점도 한계로 지목됐다. 가처분소득 대비 주식자산 규모는 77%(2024년 기준)로 미국(256%)·유럽(184%)보다 크게 낮았다. 전체 주식자산의 73.2%는 자산 상위 5분위에 집중돼 있었다. 한계소비성향(소득 증가분 중 소비로 쓰는 비율)이 낮은 고자산층에 수익이 몰리면서 증시 상승이 소비 확대 효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국내 증시 특유의 높은 변동성과 낮은 기대수익률도 영향을 미쳤다. 한은에 따르면 2011~2024년 국내 주식시장의 월평균 기대수익률은 0.09%로 미국(0.53%)의 6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실제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이익 종목의 매도 확률이 손실 종목보다 2배 이상 높았다. 미국 개인투자자의 처분효과(1.5배)보다 강한 수준이라고 한은은 분석했다.
다만 변화 조짐도 감지된다. 지난해 가계 주식 자본이득은 429조원으로 과거 평균(2011~2024년)의 22배 수준까지 증가했고, 자산효과가 상대적으로 큰 청년층과 중·저소득층의 증시 참여도 빠르게 늘고 있다. 김 차장은 “기대수익이 우상향하면 자본이득 지속성에 대한 기대도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주식 자산효과에 대한 평가
다만 한은은 주가 하락기에는 ‘역(逆)자산효과’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30조원을 넘어선 만큼 증시 조정 시 소비 위축과 부채 부담이 동시에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은은 “부동산 가격 안정으로 자금 쏠림을 완화하고 주식 장기보유 유인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