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상자료원이 오는 8일부터 8월 29일까지 서울 상암동 한국영화박물관에서 100여년간 한국영화 제목을 수집, 분석한 기획 전시를 연다. 사진 한국영상자료원
‘왕’도 ‘범죄’도 아니었다. 지난 106년간 한국영화 제목에 가장 많이 사용된 단어 1위는 ‘사랑’이었다.
한국영상자료원(원장 모은영)이 8일부터 서울 상암동 한국영화박물관에서 기획 전시 ‘제목전(展) - 텍스트, 타이포그래피, 무빙 이미지’를 개최한다고 7일 밝혔다. 이번 전시를 위해 영자원은 최초의 한국영화 ‘의리적 구토’가 상영된 1919년부터 2025년까지 공개된 한국영화 8436편의 제목을 수집·분석했다.
역대 한국영화 제목에 등장한 단어를 빈도수로 100위까지 뽑은 결과, ‘사랑’이 총 197편에 사용돼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여자’(172편), ‘밤’(124편), ‘청춘’(77편), ‘왕’(69편), ‘남자’(67편), ‘사나이’(67편), ‘꽃’(63편), ‘길’(61편), ‘사람’(56편) 등의 순서였다.
1위에 오른 ‘사랑’에 대해 영상자료원은 “한국영화가 관계 중심 서사와 멜로드라마를 축으로 발전해왔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분석했다. ‘사랑’ 외에도 ‘이별’ ‘눈물’ ‘연인’ ‘로맨스’ 등 인물 간의 감정과 관계를 둘러싼 어휘들이 높은 빈도로 등장했다. 이러한 현상은 1960년대에 두드러지게 나타나 최근까지 꾸준히 이어져 왔다.
최근 흥행작에는 공포·액션·스릴러 등 범죄와 폭력을 내세운 장르가 많아졌지만, 한국영화 100년사를 관통하며 관객을 울리고 웃긴 작품들의 다수는 사람 사이의 감정적 교류를 다뤄왔다는 의미다.
영상자료원에 따르면 또 역대 한국영화 제목에선 여성과 관련된 어휘가 남성보다 많았다. ‘여자’는 단어 빈도수로 ‘사랑’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사용됐으며, 여성을 뜻하는 어휘가 47종이나 쓰였다. 남성을 지칭하는 어휘 29종보다 약 63%나 많았다.
영상자료원은 이를 한국영화 산업의 역사적 흐름과 함께 해석했다. “신파와 멜로드라마를 중심으로 여성 인물의 희생과 감정을 강조해온 서사구조, 그리고 1970~80년대 성애영화의 영향 등은 제목에서 여성 어휘의 높은 빈도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산딸기’(1982), ‘가시를 삼킨 장미’(1979), ‘앵무새 몸으로 울었다’(1981) 등 여성을 은유하는 표현을 포함하면 그 비중은 더욱 확대된다.
전시는 영화 제목의 변천사를 통해 한국 사회의 문화적 흐름과 대중 감수성의 변화를 읽어낸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이번 전시에선 스튜디오 빛나는, 꽃피는 봄이 오면, 프로파간다 등 국내 대표 포스터 디자인 회사 세 곳의 작업을 통해 영화 포스터에 나타난 제목의 미학과 제목 디자인이 완성되는 과정도 돌아본다.
또 이상화·한병아·김태양 등 동시대 감독들이 ‘워커힐에서 만납시다’(1966)를 비롯한 고전부터 ‘지구를 지켜라!’(2003), ‘올드보이’(2003), ‘괴물’(2006) 등 현존 거장들의 대표작 제목과 이미지를 재해석한 영상 작업도 선보인다.
전시는 8월 29일까지, 관람료는 무료다. 전시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영자원 홈페이지(www.koreafilm.or.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문의 02-3153-20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