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코스피가 전날 대비 1.43% 상승한 490.05에 장을 마감했다.이날 환율은 전날 주간보다 1.1원 하락한 1454원에 거래를 마쳤다. 사진은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연합뉴스.
중동전쟁 충격으로 17년 만에 원-달러 환율이 1530원 선을 뚫었던 외환시장이 다시 숨통을 틔우고 있다. 종전 협상 기대가 커지면서 7일 환율이 장중 1440원대로 내렸기 때문이다.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 주간 종가(1455.1원)보다 6.5원 하락한(원화값 상승) 1448.6원으로 출발했다. 중동사태 직전인 지난 2월 27일 이후 처음으로 장중 1440원대로 밀렸다. 이후 외국인의 코스피 차익실현 매도세에 하락 폭을 줄여 1.1원 내린 1454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전쟁 여파로 17년 만에 1530원 선을 뚫은 지난 3월 말(1530.1원)과 비교하면 원화가치는 한 달여 만에 80원 가까이 오른 셈이다.
이날 원화뿐 아니라 중국 위안화, 일본 엔화 등 아시아 통화도 일제히 달러 대비 강세를 띠었다.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한국시간 7일 오후 4시 30분 기준 97.9까지 하락했다.
차준홍 기자
가장 큰 이유는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24시간 동안 (이란과) 매우 좋은 대화를 나눴고,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CNN 등은 양국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이란의 핵농축 일시 중단 등을 포함한 양해각서(MOU) 체결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국제유가도 즉각 반응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은 6일(현지시간) 배럴당 95.08달러로 하루 만에 7.03% 급락했다. 지난달 24일 이후 가장 낮다. 한국시간으로 7일 오후 4시30분엔 배럴당 92.74달러까지 급락했다.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국제유가가 하락하면 달러로 결제하는 수입 부담이 줄어 원화 강세 요인이 된다.
다시 들썩이는 엔화값도 원화가치를 끌어올렸다. 지난 6일 달러-엔 환율은 한때 155.03엔까지 하락했다(엔화값 상승). 지난달 말 엔화값이 달러당 161엔 코앞까지 급락하자 일본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한 영향이다. 로이터통신은 일본은행(BOJ)이 환율 방어를 위해 이날 약 5조4800억엔 규모의 엔화를 매입한 것으로 추정했다. 엔화값이 두 달 만에 최고치로 뛰자 동조성이 강한 원화에도 강세 압력이 가해졌다.
최근 종전 합의 기대가 커지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시장에서는 오는 14일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이 중동 리스크 확대를 원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중국이 이란 문제를 협상 카드로 활용하면서 미국의 대중 협상력이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정상회담 전까지 미국과 이란이 타협점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라며 “당분간 달러 약세 흐름 속에 원화값도 안정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미국과 이란이 실제 종전까지 최종 합의에 이를지다. 그동안 협상과 휴전 논의가 번복돼 온 만큼 최종 합의까지는 변수가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란의 핵농축 중단 범위와 기간, 제재 완화, 호르무즈 해협 통행 등을 둘러싼 상세 조건 협상 과정에서 양측이 다시 의견 차이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이번에도 합의가 번복될 경우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가 다시 커지면서 각국 중앙은행의 긴축 기조가 예상보다 당겨질 수 있다.
박상현 iM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아직까지 종전 확률은 50% 수준으로, 최종 합의까지 지켜봐야 한다”며 “종전이 현실화하면 인플레이션 우려가 완화되면서 달러 약세 압력이 커져 원-달러 환율도 1390원대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