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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성심당 “동네가 다 장사 잘되니 다행이죠”

중앙일보

2026.05.07 08:02 2026.05.07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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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심당 임영진 대표와 부인 김미진 이사. 이른바 ‘빵 줄’ 늘어선 성심당 뒷골목에서 촬영했다. 성심당에서 사진을 찍을 땐 늘 외치는 한 글자 구호가 있다. “빵!”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성심당 임영진 대표와 부인 김미진 이사. 이른바 ‘빵 줄’ 늘어선 성심당 뒷골목에서 촬영했다. 성심당에서 사진을 찍을 땐 늘 외치는 한 글자 구호가 있다. “빵!”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대전 빵집 성심당은 여전히 뉴스 메이커다. 아무 일 안 해도 뉴스가 쏟아진다. 최근에는 누가 ‘성심당 늑구빵’ AI 이미지를 퍼뜨려 입길에 오른 적도 있다. 1년에 딱 하루 성심당 전 매장이 문 닫는 날에는 ‘오늘 KTX는 대전역 무정차 통과합니다’는 괴소문이 떠돌고, 줄 안 서고 성심당 케이크 사겠다고 가짜 임신부가 출몰하기도 한다.

세상만사 성심당과 엮이지 않는 게 없으니 성심당 70주년이 뉴스가 되는 건 당연하다. 교황 레오 14세가 성심당 70돌 축하 메시지를 보냈으니까 동네 뉴스도 아니다. 국제 뉴스다.

대전의 이 동네 빵집은 어디까지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성심당 2대 주인 임영진(72) 대표와 부인 김미진(67) 이사를 만나 성심당의 70년을 돌아보고, 동네 빵집이 일군 전국 유일의 ‘빵세권’ 현장을 돌아다녔다.


Q : 오늘도 줄이 기네요. 요즘도 딸기시루 사려면 3시간 대기가 기본인가요?
A : “직원들이 온종일 만드는 데도 한계가 있네요. 최소 2시간 이상은 기다려야 합니다. 임산부는 예외인데, 가짜 임산부 배지를 달고 온 사람이 있어 요즘엔 임신 확인증이나 산모수첩을 확인합니다. 딸기시루 시즌은 끝났어요. 지금은 망고시루 시즌이에요. 딸기시루는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만 만들고, 4∼7월 망고시루, 여름에는 무화과시루, 가을에는 알밤시루를 만듭니다.”

딸기시루는 2023년 성심당이 개발한 딸기 케이크다. 그해 12월 그 케이크 사겠다고 새벽 2시부터 성심당 앞에 긴 줄이 서는 진풍경이 빚어졌다. 딸기시루가 폭발적인 인기를 끈 건 어마어마한 가성비 때문이다. 2.3㎏ 무게의 케이크가 4만9000원이다.

성심당은 딸기로 유명한 논산시와 MOU를 맺어 딸기를 공급받고 있다. 지난해 1년간 성심당이 구입한 딸기 양은 630t479㎏이다. 6·3 지방선거에 논산시장으로 출마한 한 후보자가 성심당 논산 유치를 공약으로 내건 까닭이다.


Q : 딸기시루가 제일 잘 나가죠?
A : “지난 2월 하루 평균 딸기시루 3300개 정도를 만들었네요. 케이크 중에서 1등입니다만 망고시루 인기도 못지않습니다. 그래도 성심당 대표 빵은 여전히 튀김소보로(튀소)입니다. 하루 평균 6만3000개씩 나갑니다.”

성심당은 빵만 팔지 않는다. 비누도 판다. 튀김소보로 만들 때 쓰는 기름을 재활용해 만든 비누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성심당은 빵만 팔지 않는다. 비누도 판다. 튀김소보로 만들 때 쓰는 기름을 재활용해 만든 비누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튀소는 임영진 대표가 1980년 개발한 빵이다(관련 특허도 있다). 소보로에 단팥을 듬뿍 넣은 다음 도넛처럼 튀겼다. 튀소는, 성심당이 만드는 400여 개 종류의 빵 중에서 본점보다 대전역점에서 더 많이 팔리는 유일한 빵이다. 성심당에 대전역점은 중요하다. 1956년 대전역 앞 노점에서 시작했기 때문이다.


Q : 매출 상승 폭이 놀랍습니다.
A : “성심당만 장사가 잘되는 게 아니어서 다행입니다. 주변 상권이 다 성장하고 있어요. 대전역 앞에서 성심당까지 오는 길의 중앙시장과 지하상가 모두 장사가 잘됩니다. 성심당 주변 식당과 카페에선 성심당 빵을 꺼내서 먹어도 뭐라고 하지 않습니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Q : 빵집은 안 되지 않을까요? 성심당 인기의 가장 큰 비결이 가성비인데, 다른 빵집은 그 가격을 못 맞추니까요.
A : “지금은 아닙니다. 대전하면 다들 빵을 떠올리니까 소형 빵집들이 성심당 주변으로 모이고 있어요. 대신 메뉴를 차별화했습니다. 성심당에서 안 파는 빵, 트렌드에 민감한 과자 같은 걸 팔아요. 대표적인 게 ‘두쫀쿠’입니다. 성심당은 늑구빵도, 두쫀쿠도 안 만들어요.”

성심당 뒷골목의 ‘빵장고’ 간판.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성심당 뒷골목의 ‘빵장고’ 간판.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Q : ‘빵장고’도 잘 된다던데, 빵장고가 뭔가요?
A : “말 그대로 ‘빵 냉장고’입니다. 성심당에서 빵을 산 외지인에게 돈을 받고 빵을 대신 맡아주는 곳입니다. 딸기시루처럼 무겁고 큰 빵은 들고 다니기가 불편해 이런 신종 업종이 생겼습니다. 성심당 주변에서 10여 곳이 성업 중입니다. 대전 빵집만 찾아다니는 ‘빵택시’도 인기가 좋습니다.”

성심당 골목의 한 빵장고를 들어가봤다. 기본 보관시간은 3시간이고, 12도 이상 상온 보관료는 2000원, 5도 이상 냉장 보관료는 3000원이었다. 냉장 보관이 따로 있는 건 딸기시루 같은 케이크 때문이다. 냉장실 안에 100개가 넘는 성심당 케이크 상자가 쌓여 있었다.


Q : 마침내 동네를 바꾸는 동네 빵집이 됐군요.
A : “성심당은 ‘포콜라레 운동’을 실천합니다. 포콜라레(Focolare)는 이탈리아어로 ‘벽난로’라는 뜻입니다. 이탈리아 가톨릭 교회에서 시작된 포콜라레 운동은 벽난로처럼 주위를 환하고 따뜻하게 해주는 사회 활동입니다. 성심당도 주위의 벽난로가 되고자 합니다.”


Q : 교황이 70주년 축하 메시지를 보내셨죠.
A : “유흥식 추기경 덕분입니다. 추기경이 성심당 바로 앞 대흥동 성당 신부 출신입니다. 성심당과 인연이 40년이 넘습니다.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했을 때 아침 식사를 성심당이 봉사할 수 있었던 것도 추기경이 있어서입니다.”

성심당 70주년 기념 전시회 현장. 성심당은 대흥동 성당에서 준 밀가루 두 포대에서 비롯됐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성심당 70주년 기념 전시회 현장. 성심당은 대흥동 성당에서 준 밀가루 두 포대에서 비롯됐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성심당은 한국전쟁 피란민 가족이 대흥동 성당에서 받은 밀가루 두 포대에서 시작됐다. 그 밀가루를 기억하고자 성심당은 이태 전 밀 농사를 시작했고, 그 밀로 만든 밀가루·식빵·소면을 하루에 50개씩 70주년 기념품으로 팔고 있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지난 1일 성심당 문화원에서 70주년 기념 전시회 ‘오래된 진심’ 전이 시작됐다. 전시는 연말까지 이어진다. 성심당이 걸어온 길은 다시 읽어도 뭉클했다. 성심당은 ‘정성을 다하는 집(誠心堂)’이 아니다. ‘하느님의 마음이 머무는 곳(聖心堂)’이다. 성심당은 70년 전부터 오늘까지 이웃에게 빵을 나눠주고 있다.



손민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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