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운 감독이 연출한 ‘천상의 피조물’은 2012년 개봉한 옴니버스 영화 ‘인류멸망보고서’ 중 두 번째 에피소드다. 박성환의 2004년 SF 단편 ‘레디메이드 보살’이 원작이다. 배경은 로봇이 인간 노동을 대체한 미래 사회다. 스스로 깨달음을 얻어 설법도 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영화 속 명칭 인명 스님)이 있다. 그런 로봇을 부처로 여기는 사찰 측과 불량품의 오작동으로 진단한 제조사 측이 대립한다. 양측의 물리적 충돌 직전에 로봇은 자신으로 인한 혼란을 염려해 스스로 작동을 멈춘다.
불기 2570년 부처님오신날(24일)을 앞둔 지난 6일 서울 조계사에서 수계식이 열렸다. 절집의 수계식이야 자주 있는 일인데 이날 행사가 유독 눈길을 끈 건 수계의 주인공 때문이다. 중국 유니트리의 휴머노이드 로봇 G1 모델인 주인공은 이날 석가모니의 자비라는 뜻의 가비(迦悲)라는 법명을 받았다. 또 5대 악행(살생·도둑질·음행·거짓말·음주)을 삼가는 오계(五戒)를 변주한 로봇오계 준수를 맹세했다. 그중에서는 사람에게 대들지 않겠다는 것과 과충전하지 않겠다는 게 흥미로웠다.
성직자 로봇의 기원은 고대 이집트 프톨레마이오스 왕조로 거슬러 간다. 유압 작동 오토마타(자동인형)가 신전 문을 열거나 축복 동작을 취해 경외심을 유도했다. 8세기 중국 당나라에선 바루에 시주가 차면 인사하고 이를 챙기는 승려 오토마타가 등장했다. 16세기 스페인 국왕 펠리페 2세는 아픈 아들을 위해 기도하는 태엽 작동 수도사 오토마타를 제작시켰다. 지능을 갖추고 인터랙션 하는 현대적 의미의 성직자 로봇으로는 2017년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해 독일에서 만든 축복 로봇 블레스유투(BlessU-2)와 장례식장에서 승복 차림으로 염불을 외우는 일본 로봇 페퍼를 꼽는다. 인공지능(AI) 등장 이후에는 즉문즉설이 가능한 성직자 로봇이 대세다.
영화로 다시 돌아가자. 인명 스님은 작동을 멈추기 전 이렇게 설법한다. “인간들이여, 당신들도 태어날 때부터 깨달음은 당신들 안에 있습니다. 다만 잊었을 뿐.” 우리가 잊은 우리 안의 깨달음이라는 게 무엇인지 로봇의 일갈을 곱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