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김성탁의 시선] 직언하는 충신을 갖지 못한 이 대통령

중앙일보

2026.05.07 08:16 2026.05.07 21:47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김성탁 논설위원

김성탁 논설위원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해온 ‘조작 기소(공소 취소) 특검법’ 공방이 뜨겁다. 재판 대상에 오른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을 공소취소할 수 있는 권한이 특검법에 담기자 야당이 반발하면서 선거 쟁점으로 떠올랐다. 접전지에서 여야 지지율이 좁혀지는 현상이 나타났고,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가 특검법 사안을 선거 이후 판단하겠다고 물러섰다.

민주당이 시기를 늦춘 것은 이 대통령이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정청래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그동안 공소 취소 특검의 정당성을 강조하며 내달려왔다. 지난해 11월 민주당이 이 대통령 관련 재판중지법을 처리하려 할 때 “대통령을 정쟁의 중심에 끌어넣지 말라”는 메시지가 전해졌었다. 그런데 공소 취소 움직임에는 그런 언급이 없으니 대통령이 지지한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러다 청와대에서 “시기나 절차 등을 국민적 의견 수렴과 숙의를 거쳐 판단해달라”고 하자 즉각 반응했다. 선거 후 공소 취소 추진의 향배도 이 대통령에게 달려있는 셈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 6일 의원총회에서 여권의 '검찰 조작기소 및 공소취소 특검법안' 추진 중단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 6일 의원총회에서 여권의 '검찰 조작기소 및 공소취소 특검법안' 추진 중단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여당의 공소취소 작업을 주도한 이는 이건태 의원이다. 이 대통령의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사건 변호인이었다. 이 의원은 민주당 의원 전원에게 친전을 보내 공소취소 모임 참여를 요청했다. 100명 이상이 동참한 이 모임 기자회견에서 그는 "대통령은 형사불소추 특권이 있는데, 미국의 경우 그런 규정이 없음에도 법무부의 자체 유권해석에 따라 대통령이 되기 전 기소된 사안을 당선 순간 모두 공소 취소한다"고 말했다. 분명한 목표를 밝힌 것이다.

모임 소속 의원들은 조작 기소 국정조사에서 목청을 높이며 공소 취소의 명분을 찾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의원들은 강성 당원에게 ‘찐명’으로 분류될 것이다. 이 대통령도 고마움을 느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으로 인해 이 대통령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대통령 눈치 보며 공소 취소 추진
'권력 사유화' 비판 커지면 위기
성공 위해선 손 떼자는 충언 필요
이 대통령은 당선 이후 진영 논리에 얽매이지 않는 실용 노선으로 민주당 계열 역대 대통령들과 차별화된 면모를 보여왔다. 윤석열 정부에서 일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유임하고, 대기업 출신 전문가들을 주요 부처에 발탁했다. 보수와 진보 구분 없이 기회를 부여하고 성과로 판단하는 인선으로 읽혔다. “이념과 진영이 밥 먹여주지 않는다”고 말해온 이 대통령은 중도와 실용을 중심으로 한 경제정책 기조를 강조하고, 대일 외교에선 과거사를 뛰어넘는 유연한 접근을 선보였다. 주식시장 활성화 법안을 필두로 상상할 수 없었던 코스피 7000 시대가 열리기도 했다.

하지만 여당의 공소 취소 특검법 드라이브는 이 대통령에게 전혀 다른 공격을 받도록 만들었다. 야당에서 “특검을 임명해 자신의 범죄를 없애겠다는 발상은 세계사에 길이 남을 독재 가이드북을 쓰는 격”이라거나 “셀프 면제 입법 쿠데타”라는 비난이 나왔다. 심지어 “히틀러 총통 시대가 도래했다”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내란 동조 세력으로 몰려 기를 펴지 못하던 국민의힘이 대통령을 공격할 소재를 민주당이 알아서 제공한 셈이다.

윤석열 정부 검찰의 잘못이 있다면 밝혀져야 하고 그에 따른 조처가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국정조사에선 오히려 방용철 쌍방울 전 부회장이 필리핀 마닐라 호텔로 온 북한 리호남에게 방북 대가로 70만 달러가 건네졌다고 증언했다.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도 ‘연어 술 파티’ 의혹을 부인했고, 북한에 제공한 800만 달러가 이재명 지사 방북 비용이 아니라 쌍방울 주가조작용이라는 추궁에 “사실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큰소리만 칠 뿐 실력은 부족했던 여당 의원들이 이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을 생방송으로 보여준 꼴이다. 대통령이 좋아할 거라며 단체로 밀어붙이면서 정작 그 역풍이 취임 1년도 안 된 대통령을 독재자라는 비판 속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것은 예상하지 못 한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 참모나 그 많은 의원 중에 이 대통령에게 직언하는 이가 없다면 불행한 일이다. 아무리 국정 성과를 내더라도 ‘국민이 준 권력을 권력자 자신을 위해 쓴 대통령’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허망할 뿐이다. 군사 독재와 민주화를 거쳐온 한국에서 대통령 권력의 사적 사용은 대표적으로 국민의 역린을 건드리는 사안이다.

중국 역사상 최고로 평가되는 당 태종의 치적은 황제의 비위를 거스르면서까지 직언을 서슴지 않은 신하 위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성공한 대통령이 되겠다면 공소 취소 움직임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충언이 필요하다. 하루에만 간언을 4번 했다가 격노를 사기도 했던 위징의 존재는 태종의 용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국정 책임자로서 국민에게 인정받는다면 퇴임 후 사법리스크가 대수겠나.



김성탁([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