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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개헌만큼은 여야 합의로 해야 한다

중앙일보

2026.05.07 08:24 2026.05.07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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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7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개헌안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개헌 반대를 당론으로 정하고 본회의장에 들어오지 않았다. 임현동 기자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7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개헌안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개헌 반대를 당론으로 정하고 본회의장에 들어오지 않았다. 임현동 기자

국회가 어제 본회의를 열고 여야 6개 정당이 발의한 개헌안에 대한 표결 처리에 나섰다. 하지만 당론으로 반대한 국민의힘 측이 불참하면서 표결 자체가 무산됐다. 여당은 표결을 재추진하겠다지만, 6·3 지방선거와 동시에 39년 만에 개헌 국민투표가 치러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번 개헌안은 헌법 전문에 부마민주항쟁과 5·18 민주화운동을 명시하고 계엄에 대한 국회의 통제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국민의힘도 개헌안 내용 자체에 대한 반대보다는 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하는 데 대한 반대로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개헌안 발의에서부터 무산까지의 과정을 보면 여러 가지 아쉬운 대목이 있다. 현행 헌법 규정으로 보나, 정치적 견지에서 보나 제1 야당의 동의 없이 개헌안을 처리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여권이 초당적 협조를 이끌어내는 정치력을 발휘하느냐가 관건이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가능한 것부터 하자며 순차적 부분 개헌을 들고 나왔지만, 발의 단계에서부터 국민의힘이 빠진 채 나머지 정당만으로 진행했다. 정말로 개헌에 의지와 진정성이 있다면, 발의 이전 단계부터 사회적 논의와 야당에 대한 설득을 거치는 게 옳았다. 개헌 국민투표가 선거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밝히지도 않으면서 반대만 한 국민의힘도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우 의장이 “개헌을 막는다면 12·3 계엄 반대의 진정성을 누가 믿겠느냐”고 압박한 것은 협조를 구하는 자세가 아니었다. “불법 계엄에 대한 국회의 통제를 강화하자는 데 반대하는 사람들은 불법계엄 옹호론자”라는 이재명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도 국민의힘의 반발만 불러 개헌안 통과를 더 어렵게 만들 뿐이었다.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된 1987년 제9차 개헌은 국민투표에서 93.1%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었다. 국민적 공감대 위에서 당시 여야가 머리를 맞대 합의안을 만들었기 때문에 가능한 찬성률이었다. 당시 정치권은 여야 동수로 구성된 8인 정치회담을 꾸려 개헌 협상을 맡겼고, 한 달 만에 여야가 합의한 개헌안을 만들었다. 지금은 공소취소 특검법 등을 둘러싼 여야 대립이 심각하다. 개헌안을 재추진하려면 여권은 야당이 참여할 명분과 길부터 터주기 바란다. 국민의힘도 논의 자체를 거부하는 태도를 버려야 할 것이다. 다른 건 몰라도 개헌만큼은 여야 합의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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