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국 증시가 전례없는 강세장을 펼치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의 환호 뒤에는 긴장감이 흐른다. “오를 대로 오른 반도체 말고, 아직 덜 달궈진 곳은 어디인가”라는 질문이 쏟아진다. 최근 글로벌 투자 시장에서는 금광을 캐는 광부(AI 모델 기업)보다, 그들에게 삽과 곡괭이를 파는 인프라 기업에 주목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중앙일보가 블룸버그와 함께 만드는 미국 주식 정보 플랫폼 글로벌머니클럽(GMC)이 최근 월가에서 주목받는 종목들을 정리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7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오라클이 대표적이다. 데이터베이스 기업에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인프라 기업으로 재평가받는 모습이다. 최근 클라우드 매출 증가율은 50%에 달하며, 미래 계약 물량인 잔여이행의무(RPO)는 8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시장에서는 이를 AI 관련 매출이 이미 미래 계약으로 쌓이고 있는 상태로 해석한다. 투자은행 웨드부시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오라클이 AI 혁명의 근간이 되는 인프라 제공업체로 나아가는 궤도에 올랐다”고 분석했다.
시스코도 이름을 올렸다. AI 경쟁이 이제 단순 그래픽처리장치(GPU) 숫자 경쟁을 넘어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게 이동시키느냐’의 문제로 확장되고 있어서다. 생성형 AI 모델이 처리하는 데이터량이 폭증할수록 데이터센터 내부 네트워크 중요성도 함께 커질 수밖에 없는데, 시스코는 이런 AI 데이터센터 네트워크 장비 분야 핵심 기업으로 꼽힌다.
냉각 시스템 강자 버티브도 거론된다. AI 모델이 처리하는 데이터가 폭증할수록 데이터센터 내부의 네트워크 속도와 발열 제어가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버티브의 수주잔고는 사상 최대 수준인 150억 달러에 육박하며 가파른 주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AI 시대의 핵심이 반도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관심이 GPU를 넘어 ASIC·HBM·장비로 확산 중이다. 대표 주자는 브로드컴이다. 특정 고객사에 최적화된 맞춤형 반도체(ASIC) 설계에 강점을 가진 브로드컴은 애플·구글 등 빅테크의 자체 칩 개발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특히 브로드컴은 최근 연간 배당금만 주당 20달러를 넘을 정도로 배당 성향이 높다. 월가에서 ‘성장과 배당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드문 AI 종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시티그룹은 브로드컴에 대한 매수 투자의견을 유지하면서 “하이퍼스케일러 설비 투자(CapEx) 수혜 기업으로 계속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KLA 역시 꾸준히 언급된다. KLA는 반도체를 만들 때 불량 여부를 검사하는 장비 기업이다. AI 반도체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칩 구조도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는데, 그만큼 검사 공정 중요성도 함께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AI 랠리가 길어질수록 월가에서는 “너무 AI만 오른 것 아니냐”는 경계심도 함께 커지고 있다. 중동 리스크와 유가 불안, 금리 변수까지 겹치면서 최근에는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가진 방어주에도 다시 관심이 쏠린다.
대표적인 소비주인 월마트와 코스트코는 강력한 멤버십과 PB 상품을 앞세워 경기 둔화 시기에 오히려 점유율을 높였다. 코스트코의 회원 갱신률은 90%를 웃돈다. 월마트는 최근 광고 사업 ‘월마트 커넥트’ 매출이 전년 대비 24% 성장하면서 플랫폼 기업으로 변신 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비자와 마스터카드 역시 결제 금액 상승에 따른 수수료 수입 증대로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강한 면모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