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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 오늘이 제일 싸다…“만땅이요” 번지는 생존 주유

중앙일보

2026.05.07 13:00 2026.05.07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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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의 한 셀프 주유소에 차들이 몰려 있다.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이 주유소의 보통휘발유 가격(리터당 1969원)이 서울에서 가장 저렴했다. 오효정 기자

7일 오후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의 한 셀프 주유소에 차들이 몰려 있다.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이 주유소의 보통휘발유 가격(리터당 1969원)이 서울에서 가장 저렴했다. 오효정 기자

7일 낮 서울 신대방동의 한 셀프 주유소 주유기 앞엔 차들이 칸칸이 들어찼다. 하루 중 비교적 한산한 시간대인데도 주유 칸 12개 중 절반 이상은 차들이 끊임없이 들고났다. 휘발유 가격이 L당 1969원, 이날 서울에서 가장 싸게 주유할 수 있는 곳이어서다. 인근 주유소를 갔다가 L당 2010원이 넘는 가격을 보고 발길을 돌려 이곳을 찾은 김모(61)씨는 “기름값이 매일 같이 오르니 원래 3일에 한 번씩 넣던 걸 이틀에 한 번씩 넣고 있다”며 “요즘은 길을 다니다가도 가격이 싼 주유소는 기억해두고 일부러 찾아가곤 한다”고 말했다.

서울 신길동의 한 셀프 주유소도 평일 퇴근시간대에는 차들이 줄을 선다. 이날 기준 휘발유 가격이 L당 1997원이라 영등포구 평균(2049원)보다 저렴하다. 요즘에는 싼 주유소를 수소문하다 방문한 손님들이 늘었다. 이 주유소 소장 A씨는 “기름값이 더 오를 것을 대비해 가득 주유하는 손님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 주유소를 찾은 60대 여성 B씨는 가격 알림판을 가리키며 “저 숫자를 이제 도통 믿을 수가 없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올해 2월 말 중동전쟁이 시작된 이후 기름값이 상승 곡선을 그리자, 소비자들의 주유 패턴도 바뀌고 있다. ‘오늘이 제일 싸다’는 생각에 한 번에 가득 주유하는 비중이 커졌다. 10원이라도 싼 곳을 찾는 ‘원정 주유’도 늘었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최모(47)씨는 “L당 2000원 미만 주유소를 찾다 보니 지난주에는 경기 고양시까지 다녀왔다”며 “이왕 찾아간 김에 10만원어치 가득 넣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은 소비자들의 카드 매출 추이에서도 드러난다. BC카드가 올 3월 전국 주유소에서 발생한 매출 건수를 분석해보니, 가득 주유하는 고객들이 1년 사이 25.1% 늘었다. 연료탱크를 꽉 채워 주유하기 위해 카드로 15만원을 선결제했다가, 실제 주유 금액이 승인되고 선결제가 취소된 매출을 따로 분류해 분석한 결과다. 올 3월 주유소에서 발생한 전체 매출 건수가 1년 전보다 8.7%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가득 주유하는 고객의 증가세가 더욱 두드러진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고액 주유 수요도 늘었다. 10만~15만원 구간 매출 건수가 1년 사이 84.0% 늘었고, 7만~10만원 구간도 28.4% 증가했다. 3만원 이하, 3만~5만원 구간 매출 건수가 각각 31.5%·25.7%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유가가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하다 보니 주유할 때마다 넉넉하게 채워서 하는 경향이 금액으로도 드러났다. 실제 4월 전국 주유소의 보통휘발유 평균 가격은 L당 1986원으로 3월(1836원)보다 150원 상승했다. 5월 들어서는 2010원 선을 넘었다. 1600원 중반대였던 지난해 3~5월과는 차이가 확연했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원정 주유’ 패턴도 뚜렷했다. 평소 고객이 카드를 쓰던 주거지를 벗어나 주유한 매출 건수가 1년 사이 34% 늘어난 것이다. 10만~15만원 구간 주유만 따로 떼서 보면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싼 곳을 찾아 한 번에 많이 넣는 소비 패턴이 통계로도 드러났다. 한편 거주지역 내 주유 결제 건수는 1년 새 21% 증가에 그쳤다. 전국 226개 시·군·구 단위 행정구역 내 월평균 결제 1000건 이상 주유소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비거주자가 원정을 떠나 가득 주유한 매출 건수가 유독 많이 늘어난 곳은 경기 하남(86.5% 증가)·과천(76.6%)과 서울 도봉구(72.1%) 순이다.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서울 외곽 지역에 수요가 몰린 것이다. 이들 지역 주유소를 방문한 고객 중 30%가량은 가득 주유하기 위해 방문하는 경향도 나타났다. 반면 비교적 유가가 비싼 서울 중구·용산구·강남구에선 가득 주유 결제 건수가 최대 20% 가까이 하락했다.
5차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을 하루 앞둔 7일 서울 시내 주유소에 설치된 휘발유, 경유 등 유가정보 안내판 앞으로 바이크를 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5차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을 하루 앞둔 7일 서울 시내 주유소에 설치된 휘발유, 경유 등 유가정보 안내판 앞으로 바이크를 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고유가 장기화에 이 같은 소비 패턴 변화는 한동안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희정 BC카드 커뮤니케이션본부장은 “소비자들이 주유를 위해 의도적으로 외곽 지역으로 이탈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며 “고유가로 인해 소비가 단순히 위축된다기보다, 소비자들이 소액의 가격 차이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패턴이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오효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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