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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대표 차출 대소동… 협회·구단 갈등에 전세기 타고 극적 합류

중앙일보

2026.05.0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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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에르 아기레 멕시코 대표팀 감독. AP=연합뉴스

하비에르 아기레 멕시코 대표팀 감독. AP=연합뉴스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을 불과 한 달여 앞둔 멕시코 축구계가 ‘차출 갈등’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구단과 협회의 갈등 사이에 낀 선수들은 6일(이하 현지시간) 전세기를 타고 가까스로 대표팀 훈련에 합류하는 대소동을 벌였다.



갈등의 도화선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나”

당초 멕시코축구협회와 멕시코 프로축구 구단은 6일 오후 8시까지 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에 소집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톨루카 소속 알렉시스 베가와 헤수스 가야르도가 6일 오후 열리는 북중미축구연맹(CONCACAF)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2차전 로스앤젤레스(LA) FC와 경기에 출전할 수 있도록 논의하면서 갈등이 촉발됐다. LA 원정으로 열린 1차전에서 1-2로 패한 톨루카로서는 2차전에 역전승이 필요한 시점에 협회에 양해를 구했고, 협회도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대표팀 합류를 몇 시간만 늦추면 해당 경기에 두 선수가 뛸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치바스 과달라하라의 구단주 아마우리 베르가라가“약속과 다르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치바스의 전격 차출 거부 “대표팀 가지 마”

멕시코는 지난달 말 멕시코리그 소속 선수 중에서 20명의 월드컵 대표팀 명단을 발표했다. 이중 치바스는 가장 많은 5명의 대표 선수를 배출했다. 정규리그는 끝났지만 플레이오프가 시작한 가운데 치명적인 전력 누수가 발생한 것이다. 게다가 치바스는 3일 열린 8강 1차전에서 티그리스에 1-3으로 패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협회가 톨루카 소속 선수들의 챔피언스리그 출전에 긍정적으로 반응하자 치바스의 베르가라 구단주의 인내심이 한계에 달했다. 그는 대표팀 소집 하루 전날인 5일 “특정 구단에만 특혜를 주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며 루이스 로모, 로베르토 알바라도, 아르만도 곤살레스 등 소속팀 대표 선수에게 “국가대표 훈련장이 아니라 소속팀 훈련장으로 복귀하라”고 지시했다. 이튿날 아침 선수들은 속속 치바스의 훈련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베르가라 구단주의 행동에 치바스 팬들의 열렬한 지지를 보냈다. 반면 월드컵 준비에 차질을 빚게 된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협회의 최후통첩 “오지 않으면 월드컵은 없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멕시코축구협회는 초강수로 맞섰다. 6일 공식 성명서를 통해 “저녁 8시까지 국가대표 훈련장에 오지 않는 선수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2026 월드컵 최종 명단에서 제외하겠다”고 최후통첩했다.

‘폭탄선언’은 선수들에게 직접적인 압박으로 다가왔다. 구단과 협회의 힘겨루기에 선수들의 일생일대 꿈인 월드컵 출전권이 볼모로 잡힌 것이다. 결국 베르가라 구단주는 선수들의 미래를 위해 한발 물러나 선수들의 대표팀 합류를 허락하면서 갈등이 일단락됐다. 치바스 구단은 “몇 달 전 체결된 합의 사항들이 존중될 것임을 확인했다. 우리 치바스는 2026 월드컵에서 멕시코를 대표하고자 하는 선수들의 염원을 존중하며, 그 가능성을 가로막는 요인이 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선수들은 정해진 시간과 절차에 맞춰 대표팀 소집에 응할 것”이라며 협회와 모종의 합의가 이뤄졌음을 밝혔다.

전세기를 타고 이동하는 치바스 소속 멕시코 국가대표 선수들. 사진 인터넷 캡처

전세기를 타고 이동하는 치바스 소속 멕시코 국가대표 선수들. 사진 인터넷 캡처



전세 기 타고 극적 합류

베르가라 구단주는 소속 선수들을 위해 전세기까지 마련해줬다. 이미 정기 항공편으로는 국가대표 훈련장에 제때 도착하기 어렵게 되자 전세기 비용을 전액 지불한 것이다. 6일 오후 5시 과달라하라 공항을 이륙한 전세기에 치바스의 국가대표 선수들이 몸을 실었다. 이들은 소집 마감 시한을 약 한 시간 남짓 앞둔 저녁 7시께 극적으로 대표팀 훈련장에 입성했다.

톨루카의 베가와 가야르도도 이날 열린 LA FC와 경기에 뛰지 못하고 대표팀에 합류했다. 두 선수가 빠진 가운데 톨루카는 LA FC와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에서 4-0 대승을 거두며 1, 2차전 합계 5-2로 앞서며 결승에 올랐다.

2026 월드컵이라는 거대한 축제를 앞두고 터져 나온 이번 갈등이 대표팀의 단결에 독이 될지, 조직력을 다지는 예방주사가 될지 축구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아기레 감독은 “자국에서 열리는 월드컵에 출전하는 것만큼 축구 선수에게 영광스러운 일은 없다”며 멕시코 선수들의 투지를 자극하고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도 K리그의 협조를 구해 장기간 합숙 훈련을 하면서 월드컵 4강의 밑그림을 그렸다.

멕시코는 한국·체코·남아공과 같은 A조에 속해있다. 한국은 멕시코를 상대로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다.

이해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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