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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안테나] 이란 전쟁 이후 달라질 경제 환경

Los Angeles

2026.05.07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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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원 로욜라 메리마운트대 교수·SS 이코노믹스 대표

손성원 로욜라 메리마운트대 교수·SS 이코노믹스 대표

최근 발생한 이란 전쟁은 일시적 에너지 가격 급등을 넘어, 향후 수년간 세계 경제의 구조 자체를 변화시킬 가능성이 큰 사건으로 평가된다. 지금까지 시장의 관심은 유가와 개솔린 가격의 급등에 집중됐지만,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구조적으로 에너지 비용이 높아지는 새로운 경제 환경이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세계 경제 성장률, 물가, 무역 구조, 산업 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표면적으로 보면 이번 유가 급등은 과거의 지정학적 위기 당시와 비슷해 보인다. 중동 지역의 갈등이나 공급 차질 상황이 발생하면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이후 상황이 안정되면 점진적으로 하락하는 패턴을 보였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이전과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세계 에너지 공급 구조 자체가 근본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인프라의 피해, 해상 운송 경로의 재편, 그리고 지속적인 지정학적 불안은 글로벌 에너지 공급 시장의 근본을 흔들고 있다. 이제  핵심 이슈는 ‘언제 원유 가격이 정상으로 돌아갈 것인가’가 아니라, ‘과거의 정상 상태가 유지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향후 긴장 상황이 완화되더라도 조정 과정은 느리고 평탄치 않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개솔린 가격은 재고량 증가와 수요 조정으로 수개월 내 다소 하락할 수 있지만,  가격 하락 속도는 상승때보다 느릴 것으로 전망된다.  그 사이 소비자들은 실질 구매력 감소라는 부담을 갖게 될 것이다. 개솔린 가격 상승으로 인한 직접 충격은 그리 심각하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경제 전반에 큰 부담이 된다.  
 
더 중요한 것은 이번 충격이 단순한 경기 순환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라는 사실이다. 전쟁은 세계 에너지 공급곡선을 왼쪽으로 이동시켰다. 즉, 공급은 줄고 비용은 높아지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에너지는 제조업, 화학, 농업, 운송 등 거의 모든 산업의 핵심 투입 요소이기 때문에 에너지 가격 상승은 경제 전반의 생산비용을 끌어올리고 효율성은 떨어뜨린다.  
 
이는 전형적인 공급 충격(supply-side shock)의 모습이다.  경제 성장률은 둔화하지만 물가는 지속해서 오르는 현상이다.
 
산업별 영향도 상당히 다르게 나타날 전망이다. 제조업, 화학, 철강, 운송처럼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산업들은 수익성 압박에 직면하게 된다. 원자재 가격과 연료비가 동시에 상승하면서 생산 비용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농업 역시 매우 취약하다. 연료 가격과 비료 가격 상승으로 생산 비용이 높아지고  이는 결국 식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진다. 에너지 가격 외에 이런 이차적인 여파들도 소비자 물가 전반에 추가적인 압력을 가하게 된다.
 
특히 물류와 운송 업계는 이번 구조 변화의 중심에 있다. 디젤 가격 상승, 분쟁 지역 회피를 위한 우회 항로 확대는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비용 상승을 초래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중소 물류업체들이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대형 업체들 역시 비용 상승은 견딜 수있겠지만 수요 둔화라는 또 다른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공급망 구조 자체가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 기업들은 지정학적 위험을 줄이기 위해 생산기지를 자국으로 이전하는 니어쇼어링(near-shoring)을 확대하고, 재고량 확대와 함께 지역 중심의 공급망 구축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는 공급망의 안정성이라는 측면에서는 효과가 있겠지만, 고비용 구조와 글로벌 효율성의 약화를 가져오게 된다.  
 
물론 모든 결과가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중동 이외 지역의 에너지 생산국들, 특히 미국은 상대적으로 높은 유가의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등 대체 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도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과거에는 환경 정책 중심으로 추진되던 에너지 전환이 이제는 경제와 지정학적 차원에서도 중요한 과제가 되는 것이다.
 
정책 당국의 고민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은 전통적인 통화정책으로는 해결이 어렵기 때문이다. 금리를 올리면 수요는 억제할 수 있지만, 공급 부족 자체를 해결할 수는 없고 오히려 과도한 긴축은 경기 침체 위험만 키울 수 있다. 결국 물가 안정과 성장 유지 사이에서 더욱 어려운 선택을 강요받게 된다.
 
개솔린 가격이 일시적으로 안정될 수는 있다. 그러나 경제의 광범위한 구조적 변화는 오래 지속할 것이다. 이번 충격이 끝나도 높은 에너지 가격은 기업들의 생산과 소비자 가격, 국제 무역 환경에 지속해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결국 기업들은 생산 비용 상승에 적응해야 하며, 소비자들은 실질 소득 감소에 따른 소비 패턴의 변화가 필요할 것이다.  
 
이란 전쟁은 단순한 지정학적 충돌이 아니라 세계 에너지 질서와 글로벌 경제 구조 자체를 재편하는 사건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극단적인 가격 변동성 자체보다, 높은 에너지 가격 자체가 문제일 수도 있다.  
 
에너지 가격 상승과 수익성 하락의 환경에서 핵심 과제는 단순히 정상으로 돌아가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경쟁력을 유지할 것인가이다.  

손성원 / 로욜라 메리마운트대 교수·SS 이코노믹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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