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가 2024년 6월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청탁금지법 위반 행위가 없다고 종결하기 직전 정승윤 당시 권익위 부위원장(현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 만난 사실이 권익위 자체 조사에서 드러났다.
권익위는 8일 권익위 정상화 추진 태스크포스(TF) 운영(3월 16일~5월 8일) 결과를 발표하며 “정 전 부위원장이 사건 처리 진행 중 피신고자 측(윤 전 대통령 등)과 심야에 대통령 관저에서 비공식 회동(1시간)을 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 “청탁금지법을 위반했을 소지가 있다”며 국가수사본부에 정 전 부위원장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정일연)는 8일 정승윤 전 권익위 부위원장이 특정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부당하게 개입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뉴스1
정 전 부위원장은 김 여사 사건에서 ▶판단 유보 ▶추가 보완지시 등을 통해 사건 처리를 지연하는 한편, 자신이 직접 의결서를 작성하면서 전원위원회에서 논의되지 않았던 ‘대통령 형사상 소추 배제’ 등의 내용을 임의로 추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 종결 방침에 반대하다 2024년 8월 8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김상년 전 부패방지국장에 대해선 ▶회의 발언권 제한 ▶주요 사건 업무 배제 등의 방식으로 부당하게 처우한 것으로 나타났다.
권익위는 2024년 1월 이재명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가덕도에서 흉기 피습을 당한 뒤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헬기 이송(부산대병원→서울대병원)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정 전 부위원장이 부당하게 개입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당초 조사를 담당한 부서는 헬기 이송에 관여한 부산소방본부 직원에 대해 제도 개선 취지의 ‘기관 송부’ 의견을 제시했지만, 정 전 부위원장이 당시 관련자 진술과는 배치되는 ‘공무원 행동강령 위반 통보’를 지시했다는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연합뉴스·사진공동취재단
정 전 부위원장은 류희림 전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신고 사건을 처리할 때도 “감사원·경찰청 등 제3의 기관으로 송부하자”는 담당 부서의 의견을 묵살한 뒤 전원위 상정 때 담당 부서의 판단 내용을 삭제하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유철환 전 권익위원장의 경우 민원인의 청탁을 받고 담당 국장에게 민원 처리 방향을 지시하는 등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소지가 발견돼 수사기관에 고발됐다.
권익위는 이 같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의안 상정 시 사건 담당 부서의 판단 내용을 반드시 포함하도록 하고 ▶사건·민원 처리 시 상급자의 부당 지시를 방지하기 위한 내부 규칙·지침 개정안을 마련하는 등 재발 방지책 수립에 나섰다. 정일연 위원장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은 결정으로 인해 고통을 받은 사건 관계자 및 국민 여러분께 권익위를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부산시교육감에 출마한 정승윤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언 교수가 8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국민권익위원회 정상화 TF의 사실 왜곡' 관련 기자회견을 기진 뒤 삭발식을 하고 있다. 부산=송봉근 객원기자
부산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정 전 부위원장은 이날 부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권익위의 발표를 “선거를 앞둔 명백한 정치적 공세이자 국가 폭력”이라고 비판하며 삭발했다. 그는 김 여사 사건에 관해선 “현행법상 공직자 배우자에 대한 처벌 조항이 없고, 대통령은 대통령기록물법이 우선 적용되기에 종결 처리는 법리적으로 당연한 귀결”이라고 반박했고, 숨진 김 전 국장에 관해선 “고인에게 핵심 보직을 맡길 만큼 신뢰가 각별했다”며 ‘직장 내 괴롭힘’은 허위라고 주장했다.
야당도 거들었다. 최수진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선거를 한 달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정황만으로 문제가 확인된 것처럼 부풀리는 건 부적절한 선거 개입”이라며 “이재명 대통령은 자신의 재판은 특검까지 동원하면서 공소를 취소하려 하고, 야권 인사에게는 없는 죄도 만들어 뒤집어씌우려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