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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청년, 왜 한국서 죽었나…“택시비 12만원” 의문의 기록

중앙일보

2026.05.08 14:00 2026.05.08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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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쓸쓸한 결말을 맞았을까요. 왜 고독에서 탈출하지 못했을까요. 스스로 고립을 택한 그들의 이야기. 유품정리사 김새별 작가가 삶과 죽음에 대해 묻습니다. 더중앙플러스가 ‘어느 유품정리사의 기록’(https://www.joongang.co.kr/plus/series/130)을 소개합니다.
“소문이 나지 않도록 조용히, 빨리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젊은 여성의 목소리는 떨렸다.
어떤 연민도 묻어 있지 않은 순전한 공포의 흐느낌.

서울 한복판의 비즈니스 호텔이었다.
새로 지었고 주로 외국인 관광객들이 찾는 깔끔한 숙소였다.
투숙객이 죽었다.

객실은 하루하루가 돈이다.
옆방에서 사람이 죽었다고 해당 층을 모조리 폐쇄할 수도 없다.
급한 일이었다.

의뢰를 한 호텔 직원의 요청으로 나는 작업복을 벗고 홀로 현장으로 향했다.
이미 구급차에 경찰까지 다녀가 한바탕 소란을 피웠겠지만, 호텔 측은 손님들의 시선을 겁냈다.

체크아웃 시간 이후에 발견된 죽음.

소동이 벌어졌다 한들 그 시간에 호텔에 머문 관광객은 많지 않았을 터다.
하지만 특수청소 작업복을 입고 모자를 쓰고 마스크를 한 채 묘한 냄새를 풍기는 남성들이 객실 복도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돌아다니는 광경을 호텔 측에선 꺼리는 게 당연했다.

‘특수청소’라고 큼지막하게 등에 쓰인 작업용 조끼를 보면 한글을 모르는 외국인들이라도 이상하게 볼 수 있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나는 마치 여행객 같은 복장을 하고 홀로 호텔로 향했다.
주차장 가장 구석진 곳에 주차를 하고 서둘러 로비로 올라갔다.

로비 가까운 곳엔 스낵바가 있었다.
그 시간에도 외국인 여럿이 나와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프런트 쪽을 바라보다 한 명의 직원과 눈이 마주쳤다.
목례를 하자 그쪽도 고개를 숙였다.
멀리서 뭐라고 입모양을 짓는 젊은 여성의 손짓을 따라 난 프런트 뒤쪽으로 향했다.

그곳은 직원 휴게실이었다.
그녀는 밖에서 누가 엿들을 일도 없는데 소근거리며 말을 꺼냈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누가 들을까 봐 목소리를 낮춘 게 아니었다.
말을 할수록 그녀의 숨이 가빠졌다.

아직도 말을 잇지 못할 만큼 공포와 충격에 빠져 그런 거였다.
투숙한 외국인의 사인은 자살이었다.

작업 견적을 위해 자살 방식을 물어보는 게 맞지만 차마 캐묻지 못했다.
체크아웃 시간을 한참 넘겨도 나오지 않는 객실을 처음 열어본 게 그녀였다.
앳된 얼굴의 그녀는 신입사원 같았다.
사회에 처음 나와 일도 익숙지 않은데 이런 험한 일을 목격한 거다.
119를 부르고 경찰에 신고를 하고 혼이 쏙 빠졌을 게다.
괜히 더 물어보다가 트라우마만 소환할 것 같았다.

“현장을 먼저 봐야겠네요. 몇 층인가요?”
“4층 끝방이에요. 짐은 많지 않았어요. 욕실에서 돌아가셔서.
욕실 청소와 짐 정리만 해주시면 될 것 같아요.”
“제가 혼자 다녀올까요?”
“네, 저는 도저히 다시 못 가겠어요.”

그럴 만도 했다.
4층이라니 그냥 계단을 통해 걸어가 보기로 했다.
엘리베이터에서 외국인을 만났다간 괜히 내가 불편할 것 같았다.
이지우 디자이너

이지우 디자이너


직원이 넘겨준 카드키를 대니 ‘띠리링’ 하는 소리와 함께 문고리에 조그만 녹색 불이 들어왔다.
그 순간은 내가 긴장했다.

많이 가보진 못했지만 해외 여행지의 호텔 객실을 처음 열 때의 두근거림.
방이 넓고 깨끗할까? 전망은 좋을까?
그런 기대감과 전혀 다른 두려움.
마치 살인 사건 현장에 몰래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슬며시 비릿한 피 냄새가 풍겨왔다.
마치 ‘현장’을 은폐하려는 듯한 호텔 특유의 방향제 냄새에 피비린내는 더욱 역했다.

(계속)

20대 외국인 청년의 국적은 독일이었다.
세계 각국을 여행하고 왜 마지막 여행지인 한국에서 자살을 선택했을까.
옷장을 열어보니 의외의 물건이 나왔다.
소주 두 병과 12만 원이 찍힌 택시비 영수증.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독일 청년에 생긴 비극,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24606


김새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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