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더 이상 마약 청정 구역이 아닙니다. 이 시리즈를 연재하는 박진실 변호사는 21년차 마약 전문 변호사입니다. 마약에 빠져 가정을 버린 중년의 아버지부터 필로폰을 끊지 못해 미래를 잃어버린 10대 청소년까지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마약 사건의 실체를 더중앙플러스에서 만나보세요.
https://www.joongang.co.kr/plus/series/311
사진 셔터스톡
「
제1화. ‘약마담’의 유혹
」
50대 중반의 김영수(가명)씨는 평범하고 성실한 가장이었다. 스시집을 운영하던 그는 코로나19 때 손님이 뚝 끊기면서 돈을 벌기 위해 대리운전 등 닥치는 대로 알바를 시작했다. 아내와 아직 미성년인 두 아들, 그리고 노부모를 위해선 조금도 쉴 수 없었다.
대리운전을 하다 알게 된 후배가 근처 호텔에 여자 친구들이 모여 있으니, 술이라도 한잔 하자고 했다. 매일 고된 일상을 반복하던 영수씨는 호기심에 후배를 따라나섰다. 그곳에서 영수씨는 돌이킬 수 없는 경험을 하게 된다.
" 오빠, 이거 한번 해봐요. "
소위 말하는 ‘약마담’이었다. 약마담은 남자들에게 여자를 소개해 주고, 약을 팔았다. 권유가 반복되자, 영수씨는 팔을 내어주었다.
필로폰은 다른 마약보다도 중독성이 강하다. 매일매일 하지 않으면 참을 수 없어, ‘생활뽕’이라고 부를 정도다.
당시 영수씨는 한 번 투약한 대가로 10만원을 냈다. 소개받은 여성의 투약 비용 10만원, 호텔비 일부도 영수씨 몫이었다. 한 번 그곳에 갈 때마다 많게는 40만원가량을 썼는데 큰 비용은 아닐 수 있으나, 문제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영수씨는 일과 가족을 내팽개치고, 점점 마약과 여자에 중독돼 갔다. 주 1~2회로 시작한 투약은, 점점 그 횟수가 늘어났다. 말 그대로 ‘생활뽕’이 돼 갔다. 그러던 어느 날, 일터에 경찰들이 나타났다.
" 김영수씨죠? "
" 네 맞는데요. "
" 경찰서에 같이 가주셔야겠습니다. "
" 네? 제가 무슨 잘못을…. "
영수씨는 별안간 체포됐다. 마약류 매수와 투약 혐의였다. 알고 보니, 같이 약을 하던 사람들이 경찰에 잡히면서 영수씨를 밀고한 것이다.
마약 전문 변호사인 내가, 영수씨를 만나게 된 것도 바로 그때였다. 법원은 영수씨가 “가족을 부양해야 하고, 다시는 마약을 하지 않겠다 약속했으니” 구속 6개월이 될 즈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초범이고 단순 투약자라면 통상 집행유예가 나온다.
하지만 영수씨는 출소한 지 얼마 안 돼 상담할 것이 있다고 나를 찾아왔다. 내심 조금의 기대를 했다. 마약을 끊었을 거라는 기대.
그러나 영수씨는 앳돼 보이는 여자와 함께였다.
더 충격적인 것은, A는 가출한 미성년자였다.
두 사람은 서로 투약을 해주다 수사기관에 걸렸다며 상담을 요청했다.
20여 년간 여러 사건을 맡아왔지만, ‘청소년 마약 사건’만큼 힘든 것이 없었다. 아직 보호받아야 할 미성년이 마약에 중독된 것도 안타깝지만, 어린 나이에 마약을 시작할수록 건강에 더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2017년 처음 만난 박지아(가명)양 역시 그러했다.
중학생 지아는 왕따 피해자였다. 아이들의 울타리가 돼야 할 학교가 지아에겐 그저 감옥 같았다. 학교에 가기 싫다는 딸을 부모도 따뜻하게 품어 주지 못했다. 경찰이었던 아버지는 딸을 다그치고 혼내기만 했다. 어디에도 마음을 붙일 곳 없던 지아는 집을 나오게 된다.
지아의 나이, 열셋에서 열넷 즈음이었다. 집을 나오긴 했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 막막했던 지아는 자신의 상황을 메신저에 올렸다. 그러자 누군가가 재워주겠다며 연락해 왔다. 모르는 사람의 말에 망설이긴 했지만 노숙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지아는 메신저에서 알려주는 장소로 향했다. 그곳은 모텔이었다. 모텔방에서 만난 남자는 지아에게 이것저것 캐물었다. 몇 살인지, 왜 갈 곳이 없는지, 지금 기분은 어떤지. 그러더니 가방에서 흰 가루가 든 비닐봉투와 주사기를 꺼냈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흰 가루는 필로폰이었다. 마약에 취한 상태에서 지아는 남자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 변호사님 제발 도와주세요. "
지아의 어머니가 내게 연락을 준 건 지아가 고등학교 1학년이 됐을 무렵이었다. 이미 마약을 한 지 1~2년이 지난 상태였다. 마약 전문 변호사로 일하면서 관련 내용을 블로그에 올리고 있었는데, 그걸 보고 연락을 준 모양이었다. 사건 의뢰는 아니었지만 사정이 딱해 시간을 냈다.
" 딸이 약을 끊고 싶어 하는데, 어디에서 어떻게 치료받아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
어머니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했다. 다른 것도 아니고 마약 문제는 남들에게 꺼내놓고 상담하기도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다급했던 건 지아의 건강 상태였다. 지아는 사실상 천천히 자살하고 있었다. 필로폰은 물에 타서 혈관에 주사하는데, 온 몸이 바늘 자국으로 뒤덮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