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너겟·소시지·탄산음료 같은 초가공식품이 건강에 나쁘다는 건 이젠 상식이다. 음식을 만드는 과정에서 화학적 식품첨가물이 들어가고, 식자재의 고유 재질이 변형된다. 겉보기엔 그럴듯해 보여도 실상은 공산품에 가깝다.
초가공식품이 몸에 해로운 이유는 살이 찌기 때문만은 아니다. 여러 연구에서 초가공식품이 암은 물론 심혈관 질환, 염증성 장 질환, 치매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보고됐다. 초가공식품을 먹을수록 비만, 혈중 지질 이상, 혈압 상승 등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진다. 결과적으로 질병 없이 건강하게 생활하는 건강 수명이 줄어든다.
사람의 감정·행동에도 영향을 미친다. 류인혁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자극적인 맛으로 설계된 식품은 아이들을 뚱뚱하게 만들 뿐 아니라 감정·행동까지 바꾼다”고 말했다. 큰 소리로 떼를 쓰거나 타인에게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 ‘금쪽이’가 늘어난 주요 원인이 초가공식품의 증가라는 연구 결과도 나온다. 초가공식품 섭취량이 많을수록 공격성, 과잉행동, 우울·불안, 산만함 등 문제 행동이 늘어났다.
초가공식품을 많이 먹을수록 큰소리로 떼를 쓰거나 타인에게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 문제 행동이 늘어난다. 한 어린이가 완구 코너에서 장남감을 보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음. 사진 연합뉴스
영양소 구성을 비슷하게 맞춘다고 해도 초가공식품을 먹으면 비가공식품보다 하루 약 500kcal를 더 섭취하게 된다. 신수정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영양소 구성이나 열량만 중요한 게 아니다. 내가 먹는 음식이 어떻게 만들어졌느냐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좋은 식품을 판단하는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초가공식품의 파괴력은 어릴수록 강력하다. 생애 초기인 유·소아 때 초가공식품에 익숙해지면 진짜 음식의 맛을 알지 못하게 된다. 단짠단짠의 자극적 조합인 초딩 입맛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초가공식품은 식탐을 만들기도 한다. 먹을수록 뇌의 식욕 조절 회로가 교란돼 더 많이 먹는 악순환을 유발한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나쁜 음식을 피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초가공식품은 생각보다 많다. 새로운 식품 분류(NOVA)를 적용하면 마트나 편의점에서 진열된 시리얼, 요거트, 도시락, 가정 간편식의 상당수가 실상 초가공식품일 수도 있다. 같은 요거트라도 플레인 요거트에 과일을 직접 넣은 것과 딸기향 첨가물 색소·설탕이 들어간 딸기 맛 요거트는 초가공식품으로 완전히 다르다.
초가공식품 중 문제 행동과 특히 연관이 깊어 마트·편의점에서 어린이가 꼭 피해야 할 식품은 아래의 링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초가공식품의 위험성에서 벗어나기 위해 당장 실천해야 할 일,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초가공식품 구별법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