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선 부모가 10대 자녀를 국민연금에 적극적으로 가입시킨다. 당장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가입 이력을 만들어두면 훗날 유리하다는 계산을 안다. 다른 지역의 부모는 국민연금 가입 안내문을 받고도 그냥 버린다. “고갈될 건데 왜 가입해야 하냐” “괜히 애들 돈 뜯어가려는 것 아니냐”는 불신이 앞선다.
같은 제도 앞에서 출발선이 갈린다. 전국 10대 국민연금 임의가입자는 2023년 4814명에서 올해 1월 1만2245명으로 2년 새 2.5배 늘었다. 가입률 상위 지역은 강남 3구 등 수도권과 고소득 지역에 몰렸다. 반면 가입자가 한 명도 없는 지자체도 있었다.
18세 국민연금 임의가입은 불법도, 꼼수도 아니다. 소득이 없는 청년도 원하면 가입할 수 있고, 납부유예를 신청하면 당장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가입자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 이후 소득이 생겼을 때 추후납부하면 가입 기간을 인정받는다. 가입 기간이 길수록 연금액이 늘어나는 구조이니, 일찍 이력을 만들어둘수록 유리하다는 계산이 선다.
문제는 이 정보를 누가 먼저 알고 활용하느냐다. 제도는 모두에게 열려 있지만 실제 접근은 평등하지 않다. 학부모 네트워크와 자산관리 정보에 밝은 부모는 자녀의 노후까지 계산한다. 반면 어떤 청년과 부모에게 국민연금은 여전히 ‘고갈될지 모르는 돈’, ‘국가가 걷어가는 부담’으로만 인식된다. 안내문 한 장으로는 이 간극을 메우기 어렵다. 정보 격차가 자산 격차로, 다시 노후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는 내년부터 18세 청년에게 생애 첫 보험료를 지원한다. “동작 빠른 사람만 혜택을 보는 게 정의로운가. 모두에게 똑같이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지적이 정책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러나 첫 보험료 지원만으로 충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원받는 당사자에게 제도에 대한 이해와 신뢰가 함께 심어져야 한다. 왜 가입하는 게 유리한지, 납부유예와 추후납부가 무엇인지, 어떤 선택지가 있는지 알지 못하면 격차는 계속될 수 있다.
“강남 부모는 알고 챙겼다”는 말은 씁쓸하다. 특정 지역민들의 극성이 아니라, 제도가 실제로 작동하는 방식의 불평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같은 국민연금 안에서도 누군가는 미래를 설계하고, 누군가는 불신 속에 문을 닫는다. 복지의 격차는 돈에서만 시작되지 않는다. 때로는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 사이에서 시작된다. 국가는 청년에게 돈보다 먼저 정확한 정보와 신뢰를 줘야 한다. 그래야 국민연금이 모두의 노후 안전망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