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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붉은광장 누빈 북한군, 북·러 밀착 속 한·미는 삐거덕

중앙일보

2026.05.10 08:22 2026.05.10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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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승리 기념식(전승절) 열병식에서 인공기를 앞세운 북한군이 행진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지난 9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승리 기념식(전승절) 열병식에서 인공기를 앞세운 북한군이 행진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그제(9일)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러시아 전승절 기념식에 북한군 부대가 처음으로 참가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견된 1만1000여 명의 북한 병력 중 2000여 명이 전사한 가운데, 북한군의 열병식 행진은 북·러 관계가 단순한 지원을 넘어 사실상의 ‘전시 동맹’임을 대외적으로 천명한 상징적 사건이다. 여기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쿠르스크 전투에 참여한 북한 장성들에게 비밀리에 훈장을 수여하고, 지난달 평양에서 열린 추모 기념관 준공식에 러시아 국방장관과 하원의장까지 파견한 것은 양국의 결속이 군사동맹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심상찮은 군사 결속은 이미 한반도에 대한 구체적인 물리적 위협으로 치닫고 있다. 북한은 실전 경험을 통해 드론 운용과 포병 전술, 전자전 역량을 축적하고 있으며, 러시아의 기술 지원이 의심되는 북한판 K9(신형 155㎜ 자주포)의 연내 전방 배치는 수도권에 대한 실질적 압박이 되고 있다. 이와 동시에 북한은 비핵화 거부를 헌법에 명문화하며 ‘핵보유국 지위 고착화’를 선언했다.

이런 엄중한 시기에 한미 동맹의 이상기류는 우려스럽다. 북한 관련 정보 공유 제한 논란에 이어 주한미군 부사령관이 한 달간 자리를 비우는 등 전력 및 지휘 공백이 노출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정상회담에서 우리를 배제한 채 대북 접촉을 논의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는 판국이다. 북핵 문제가 강대국 간 거래 변수로 전락하는 것은 우리 안보에 치명적이다.

어제 출국한 안규백 국방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의 회담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다. 정부는 우선 무너진 동맹의 신뢰를 조속히 회복하고 정보 공유 체계부터 정상화해야 한다. 이를 발판 삼아 핵잠수함 기술과 연료 확보 등 독자적 억제력을 위한 ‘자강’ 논의를 구체적 합의로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 미국의 호르무즈 파병 요구에는 국익 중심의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지만, 북핵 대응권 확보라는 실리를 챙기는 영민한 외교가 전제돼야 한다. 붉은광장의 군화 소리는 안보 패러다임의 변화를 경고하고 있다. 정부는 동맹 복원과 안보 자강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실질적 행동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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