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경기 시흥의 한 카페에서 임태희 경기교육감 예비후보가 학부모 간담회에서 현장체험학습을 설명하고 있다. 오른쪽은 안민석 경기교육감 후보가 같은 날 경기 오산 안동초에서 생존수영 수업에 참관한 모습. 임태희 예비후보 측, 김민상 기자
“교육감은 소속 정당이 없습니다. 교육엔 정치색이 들어가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임태희 경기교육감 예비후보는 지난 8일 어버이날 수원 영동시장을 돌며 이같이 말했다. 재선 캐치프레이즈를 ‘교육의 탈정치화’로 정했다. 공식 선거운동복도 흰색 점퍼에 아무 문구 없이 초록색으로 경기도 교육감 후보라고만 적었다. 9일엔 서울·경기·인천 교육감 선거에서 보수 진영 후보가 연대해 정책협약식을 하자는 시민단체 제안도 “교육 현장이 특정 정당의 이익에 휘둘리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며 거부했다.
이에 맞선 진보 진영 안민석 예비후보는 사실상 ‘파란색’ 러닝메이트를 자처하는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7일에는 서울 종로구의 정근식 서울교육감 예비 후보 선거사무실을 찾았고, 5일 어린이날에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와 경기 오산의 어린이날 행사 현장을 함께 선거운동을 펼쳤다. 안 후보는 정 후보 개소식에서 “민주의 가치로 정근식과 안민석은 연결되어 있고, 평화의 지향으로 서울과 경기교육은 같은 방향을 지향한다”며 “서울은 정 후보가, 경기에선 안민석이 민주진보 교육 가치를 지키겠다”고 했다.
경기교육감
6·3 경기도 교육감 선거는 전국 학생 10명 중 3명이 속한 국내 최대 교육청 수장을 뽑는 선거다. 관내 학교(유치원·초·중·고)만 약 4900곳, 학생 수는 150만여명에 이른다. 3선 의원에 이명박 정부 고용노동부 장관, 대통령실장 출신으로 재선에 도전하는 임 후보와 민주당 5선 의원(경기 오산) 출신의 안 후보 간 대결로 전국 교육감 선거 중 최대 격전지로도 꼽힌다.
두 후보의 대표 공약도 상반된 교육관을 보여준다. 임 후보는 1호 공약으로 “AI(인공지능) 맞춤 교육을 통한 학력 향상”을 제시했다. 보수 교육 이념인 수월성·자율성 가치를 강조한 공약이다. 첫 임기에 구축한 AI기반 교수·학습 지원 플랫폼인 ‘하이러닝’을 발전시켜 학생별 학습 수준에 따른 맞춤 교육을 한층 강화해 기초학력 수준을 높이겠다는 내용이다.
지난 5일 경기 화성의 한 운동장에서 임태희 경기교육감 예비후보가 어린이와 인사하고 있다. 사진 임태희 예비후보 측
임 후보는 지난 6일 학부모 간담회에선 “국제 바칼로레아(IB)와 ‘공유학교’를 경기도 학교에 안착시키겠다”고 밝혔다. 탐구·토론 중심 수업과 논·서술형 평가를 강조하는 IB 교육과정을 통해 학교를 혁신하고, 지역 내 기업·대학 등을 활용해 학생들에게 체험 교육을 제공하는 공유학교로 교육의 외연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임 후보는 “과거의 아날로그식 평가보다 360도로 열려 있는 미래 진로를 학교가 찾아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연차 교직원 이탈 방지를 위해 신입 교직원에게 관사를 우선 배정하고, 저금리 신용대출 지원을 약속했다.
안 후보는 진보 교육 이념에 따른 공교육 책임 강화를 통한 사교육비 경감을 앞세웠다. 8일 ‘학부모 안심 6대 공약’ 발표를 통해 공교육 중심의 ‘SPR(Sport·Play·Reading)’ 교육 확대와 AI 기반 맞춤형 학습 시스템 구축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1인 1운동·1악기와 매일 독서 활동을 학교 안에서 지원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특히 AI 시대 문해력을 높이기 위해 사서 교사를 확충해 초중고 12년간 1인당 100권 이상 독서를 목표로 읽은 책을 모두 기록·관리하는 ‘독서 이력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지자체 협력형 거점 돌봄 확대와 ‘워킹스쿨버스’ ‘안심에듀버스’를 통한 통학 안전도 공약했다.
체육학 교수 출신인 안 후보는 지난 6일 오산 원동초의 생존수영 수업을 참관한 뒤 “이런 다목적체육관을 경기도 내 인구 10만명 당 한 곳씩 세우겠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학교는 땅을 대고, 지자체가 건설과 운영을 맡는 방식”이라며 “학교를 중심으로 시민들이 모여 교육과 생활을 함께 하는 공간을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지난 6일 경기 오산 원동초에서 안민석 경기교육감 예비후보가 생존수영 수업을 참관하고 있다. 김민상 기자
이른바 현금 지원은 두 후보의 공통점이다. 지난해 임 후보는 고3 학생이 운전면허 취득,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면 1인당 30만원씩 지원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약 12만명의 학생에게 총 370억원이 투입됐다.
안 후보는 중학교 1학년 전원에 100만원씩 펀드를 지급해 자산운용사에 위탁·운용한 뒤 고교 졸업 때 돌려주는 ‘청소년 씨앗 교육펀드’를 약속했다. 중1 학생 수(약 13만명)를 고려하면 연 1300억원가량이 소요된다.
이를 두고 각각 “사교육 조장 예산 낭비 사업” “법적 근거 없는 무책임한 공약”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박대권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학생들에 대한 비교육적 현금 살포가 교육복지로 둔갑해 교육감 선거에 등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철 부산교육연구소장도 “수십조원의 예산을 집행하는 교육감을 견제할 제도와 기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