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버지니아주 스털링으로 이동하기 전 취재진을 만나 대화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이란이 보내온 종전안에 대해 “전적으로 수용할 수 없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최근 미국과 이란이 1쪽짜리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에 근접했다는 미 일부 언론의 보도가 있었는데, 종전 협상이 다시 중대 위기에 봉착한 형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방금 이란의 이른바 ‘대표들’로부터 온 답변을 읽었다”며 “나는 이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영어 대문자로 “완전히 받아들일 수 없다(TOTALLY UNACCEPTABLE!)”고 했다. 이란이 보낸 답변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앞서 미국은 최근 이란에 종전을 위한 제안을 보냈고,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아마도 오늘 밤 이란 서한을 받을 것”이라고 했었다. 미국의 종전안은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20년간 유예하고 호르무즈해협의 자유로운 항행을 보장하는 내용이 핵심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에 대한 이란의 답변은 10일에야 중재국인 파키스탄을 통해 미국에 전달됐다고 이란 국영 IRNA 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이후 몇 시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의 “수용 불가” 선언이 나온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 이란이 보내온 종전안을 조금 전 읽었다며 “전적으로 수용할 수 없다”고 썼다. 사진 트루스소셜 캡처
이란이 미국에 보낸 답변서는 향후 20년간 우라늄 농축을 중단하고 핵시설을 해체하라는 미측 요구사항을 거부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날 보도했다. WSJ은 이란이 수 페이지 분량의 답변 서한에서 미국의 이러한 요구 대신 자국이 보유한 고농축 우라늄 일부를 희석하고 나머지는 제3국으로 반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이란은 또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의 전쟁 중단과 미국의 제재 해제를 핵심 조건으로 제시했다고 한다. 이와 함께 미국이 이란 해상 봉쇄를 중단하면 호르무즈해협을 점진적으로 개방하고 이후 30일간 핵 문제를 논의하는 방안을 역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란 반관영 타스님 통신은 “WSJ이 보도한 핵 관련 제안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또 다른 트루스소셜 게시 글에서는 “이란은 지난 47년간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를 가지고 놀아 왔다. 미루고, 미루고, 미룬다(DELAY, DELAY, DELAY!)”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더는 비웃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호르무즈해협에서 간헐적인 무력 충돌이 발생하는 등 불안정한 휴전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종전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힘에 따라 교착 상태에 빠진 미·이란 간 종전 협상이 단기간 내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오후 공개된 CBS 시사 프로그램 ‘60분’ 인터뷰에서 “이란에서 제거해야 하는 핵물질, 농축 우라늄이 남아 있기 때문에 전쟁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며 거듭 강경론을 폈다. 그는 군사력을 동원해 이란의 핵물질을 회수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했다.
미국 역시 군사공격 재개 가능성을 시사하며 이란을 다시 압박했다. 마이크 왈츠 주유엔 미국 대사는 이날 ABC 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적대 행위로 돌아가기 전에 가능한 모든 기회를 외교에 주고 있다”면서도 “그와 동시에 이란 공격을 재개할 준비가 확실히 돼 있다”고 강조했다.
미 상원 외교위원회 중동담당 소위원장인 데이비드 매코믹 공화당 의원(펜실베이니아)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란은 종전 협상에서 농축 우라늄과 핵무기, 핵개발 경로를 포기해야 한다”며 “그들이 이성적인 길을 택하지 않는다면 대통령은 추가적 압박을 가할 군사적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