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소년중앙] 공룡과 화석 연구, 과거를 밝혀 미래 대비하게 돕죠

중앙일보

2026.05.10 15:00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한겨울에 꽃이 피는가 하면 여름에 눈이 오는 등 지구 곳곳에서 이상기후 현상이 나타나고 있죠. 기후위기가 일상이 된 지금,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화석 연구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화석 연구를 통해 지구 환경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유추할 수 있기 때문이죠. 수천만 년 전 지층에 남겨진 흔적은 당시의 기온, 대기 조성을 비롯해 해수면 변화, 생태계 구조에 이르기까지 오늘날의 지구 온난화와 유사한 조건을 비교·분석할 수 있다고 해요. 결국 화석 연구는 과거에 집중한 학문이 아닌 미래를 대비하는 학문인 셈입니다. 앞으로도 이런 작업과 연구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문가는 내다보고 있어요. 이에 소중 학생기자단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기 위해 다양한 화석 연구를 진행 중인 서울대학교 대학원 지구환경과학 박진영 박사를 만나 화석을 통해 밝혀지는 지구 변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공룡 화석을 통해 생활 방식, 크기 등 여러 정보를 추정할 수 있다고 설명하는 박진영(맨 왼쪽) 박사.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공룡 화석을 통해 생활 방식, 크기 등 여러 정보를 추정할 수 있다고 설명하는 박진영(맨 왼쪽) 박사.


Q : 언제부터 공룡과 화석에 관심을 가지셨나요.

저는 3살 때부터 공룡을 좋아했다고 해요. 기억은 안 나지만 어렸을 때 공룡이랑 찍은 사진도 많고 공룡 따라 하는 것도 좋아했고요(웃음). 공룡을 너무 좋아하니까 공룡 이름 외우는 것부터 시작해서 특징도 다 알게 됐어요. 그러다 보니 공룡 박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죠. 지금은 공룡 화석을 발굴하고 연구하는 박사가 됐으니 꿈을 이룬 셈이죠. 일하는 환경이나 제 모습이 행복해 보이지 않나요.


Q : 화석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화석을 볼 때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화석은 단순히 오래된 뼈나 돌이 아니라, 특정한 조건이 맞아떨어져야만 만들어지는 자연 기록물이에요. 화석으로 만들어지려면 빠르게 흙이나 모래에 묻혀야 하고 주변이 강이나 호수, 바다 바닥과 같은 퇴적 환경이 조성돼 있어야 하죠. 예를 들어 공룡이 죽은 뒤 시체가 물가로 이동해 퇴적물에 빠르게 덮이면, 산소와의 접촉이 줄어들면서 부패 속도가 늦춰져요. 이후 수천만 년에 걸쳐 퇴적물이 계속 쌓이면서 압력이 증가하고, 뼛속 유기물은 사라지는 대신 광물질이 그 자리를 채우게 됩니다. 또 화석을 발견한 위치가 중요한데, 바다 퇴적층에서 발견된 화석이라면 해양 환경에서 살았거나 물에 의해 이동됐을 확률이 높고 반대로 강이나 호수 퇴적층이라면 육상 생물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그래서 화석 연구는 단순히 화석 자체를 분석하는 게 아닌 환경 전체를 읽는 작업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기 위해 다양한 화석 연구를 진행 중인 서울대학교 대학원 지구환경과학부 박진영(맨 왼쪽) 박사와 인터뷰를 진행한 송유준(가운데)·김도윤 학생기자.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기 위해 다양한 화석 연구를 진행 중인 서울대학교 대학원 지구환경과학부 박진영(맨 왼쪽) 박사와 인터뷰를 진행한 송유준(가운데)·김도윤 학생기자.


Q : 화석으로 공룡의 먹이나 크기 등 어떤 정보까지 알 수 있는지 궁금해요.

화석은 생각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담고 있어요. 공룡의 생활 방식과 크기, 식생활, 생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보를 추정할 수 있죠. 다만 온전한 공룡 화석이 모두 발굴되지 못하고 허벅지 뼈나 머리뼈 등 일부만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 그 뼈를 토대로 연구를 이어가고 있어요. 우선 이빨을 발견할 경우 생김새를 보고 육식인지 초식인지 유추해요. 일부 화석에서는 공룡 배설물까지 발견돼 이를 통해 실제 먹이를 직접 확인하기도 하고요. 또 뼈를 통해 이들의 크기도 짐작할 수 있죠. 다리뼈나 척추 길이를 기준으로 전체 몸길이를 추정하는데, 이때 현대 동물과의 비교 데이터를 활용해 보다 정확한 값을 얻을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3D 모델링과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근육량과 체중까지도 계산할 수 있게 됐고, 발자국이 함께 발견될 경우 무리를 지어 이동했는지도 파악할 수 있어요.


Q : 공룡 연구에서 가장 새로운 전환점을 만든 기술이 무엇이며, 그 기술 등장 후 공룡 연구가 어떻게 바뀌었나요.

공룡 연구의 흐름을 바꾼 가장 결정적인 기술은 CT(컴퓨터 단층촬영) 스캔과 3D 디지털 복원 기술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이 기술이 등장하기 전까지 공룡 연구는 겉으로 드러난 화석을 중심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거든요. 내부 구조를 확인하려면 화석을 직접 절단해야 했고, 이는 손상 위험이 크기 때문에 제한적으로만 가능했어요. 그래서 연구는 주로 형태 비교나 크기 추정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고요. 그러나 CT 기술이 도입되면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죠. 화석을 훼손하지 않고도 내부를 층별로 촬영해 뼛속 구조, 혈관 흔적, 신경 통로까지 분석할 수 있게 된 거예요. 여기에 3D 복원 기술이 결합하면서 공룡의 두개골, 근육 부착 부위, 관절 구조 등을 정밀하게 재구성할 수 있게 됐는데, 이런 변화는 공룡 연구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꿨다고 평가받아요. 예를 들어 과거에는 공룡의 행동이나 능력을 추정하는 데 한계가 있었지만, 이제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턱의 무는 힘, 이동 방식, 심지어 청각과 후각 능력까지 분석할 수 있게 됐죠. 일부 연구에서는 뇌 구조를 복원해 균형 감각이나 반응 속도까지 추정할 수 있고요. 결국 CT와 3D 기술 도입은 공룡 연구를 겉모습을 복원하는 학문에서 생명체 기능과 생태를 해석하는 영역으로 확장한 거죠.
어렸을 때부터 공룡 박사가 꿈이었던 박진영 박사는 공룡 화석을 발굴하고 연구하는 지금이 행복하다고 전했다.

어렸을 때부터 공룡 박사가 꿈이었던 박진영 박사는 공룡 화석을 발굴하고 연구하는 지금이 행복하다고 전했다.



Q : 공룡 연구를 통해 과거 지구 환경을 알 수 있다는데 이것이 현재의 기후 변화나 환경 문제 그리고 미래사회를 이해하는 데 어떤 도움이 되나요.

공룡 연구는 하나의 퍼즐 조각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저희가 하는 일은 과거의 환경과 생태계를 복원해 그 데이터를 시간 순서대로 쭉 나열하면, 환경이 어떻게 변화했고 또 그 변화에 따라 생물들이 어떻게 적응하고 멸종했는지를 알 수 있어요. 특히 공룡이 살았던 중생대는 지금보다 기온이 높고, 극지방에 빙하가 거의 없었던 온실 지구 상태였죠. 이 시기의 지층과 화석을 분석하면, 고온 환경에서 해수면과 생태계가 어떤 방식으로 재편되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요. 또 이러한 연구는 현재의 기후변화를 이해하는 기준점을 제공해요. 예컨대 과거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졌을 때 해양 산성화가 어떻게 진행됐고, 육상 생물들이 어떤 속도로 이동하거나 멸종했는지를 알 수 있거든요. 이는 오늘날 진행 중인 지구온난화가 단순한 온도 상승 문제가 아니라, 생태계 전반에 연쇄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과정이라는 점을 입증해주죠.
공룡의 실제 이빨을 재현한 모형.

공룡의 실제 이빨을 재현한 모형.



Q : 영화처럼 공룡이 실제로 가능한가요.

영화처럼 공룡 DNA를 추출해 복원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현대 생물 속에 남아 있는 공룡 특징을 되살리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복원하는 게 어려운 이유는 DNA는 시간이 지나면서 분해돼 수천만 년 전 생물의 유전 정보가 완전한 형태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작아서죠. 매머드처럼 비교적 최근에 멸종한 동물도 완전 복원이 어려운 상황이에요. 그래서 등장한 것이 ‘치킨사우루스(Chickenosaurus)’ 프로젝트죠. 새는 공룡의 후손이기 때문에, 유전자 안에 과거 공룡의 특징이 일부 남아 있는데, 특히 닭은 수각류 공룡과 진화적으로 가까운 관계에 있어요. 예를 들어 병아리는 알 속에서 이빨이 생겼다가 사라지는데, 이 과정을 조절하면 이빨을 유지하도록 만들 수도 있고, 꼬리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치킨사우루스 연구는 ‘없는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진화 과정에서 사라진 특징을 다시 드러내는 실험으로 유전자가 어떻게 발현됐고, 진화 과정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또 형태가 어떻게 결정되는지 등을 밝히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죠.


Q : 공룡 연구가 지구나 인류에게 어떤 도움을 주나요.

대멸종의 원인을 밝혀낸 것입니다. 과거에는 소행성 충돌이 지구 생태계를 크게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어요. 그러나 공룡 멸종 연구를 통해 그 가능성을 확인했고 지금은 실제로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소행성을 관측하고 대응하는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죠. 공룡은 오래전에 사라진 존재지만, 화석이 지구 곳곳에 남아 있듯이 그 흔적은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이해하는 열쇠가 될 수 있어요. 지구는 끊임없이 변화해왔으며 기후위기 역시 그 변화의 연장선에 있다고 생각해요. 공룡과 화석 연구는 그 변화를 더 깊이 이해하게 하고, 앞으로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학문인 거죠. 결국 공룡 연구는 과거에 대한 호기심이 아니라,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준비라고 생각해요.
 화석과 공룡 연구를 통해 지구 생태계 변화를 알게 되는 점이 신기했다는 송유준(왼쪽)·김도윤 학생기자.

화석과 공룡 연구를 통해 지구 생태계 변화를 알게 되는 점이 신기했다는 송유준(왼쪽)·김도윤 학생기자.



Q :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해요.

저는 갑옷공룡을 연구하고 있는데 갑옷공룡이 어떤 방향으로 진화했는지 등 아직 알려진 정보가 많지 않아서 이 분야를 계속 공부하고 싶어요. 또 지금 발굴됐는데 연구하지 않은 공룡 화석도 많아서 당분간 이 화석들 연구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또 우리나라에서 포유류 화석도 많이 나오는데, 아직 연구가 덜 된 상황이에요. 이 분야도 연구해보면 재미있을 거 같아요. 앞으로도 계속 연구를 이어가며 평생 공룡과 함께 해야죠(웃음).

동행취재=김도윤(서울 세종초 5)·송유준(서울 을지초 5) 학생기자

소중 학생기자단 취재후기
두 번째 취재로 '화석과 공룡'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박진영 박사님을 만났습니다. 박진영 박사님 연구실에는 박물관이나 영상에서만 보던 공룡 뼈, 이빨 등이 있었고 이를 직접 만져보고 살펴볼 수 있어 신기했죠. 박진영 박사님을 인터뷰하며 고생물이 단순한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와도 맞닿아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특히 고생물학이 연구를 통해 최근에도 새롭게 밝혀지고 복원되는 흥미로운 분야라는 것도 알게 됐고요. 고생물을 어떤 방법으로 복원하는지, 또 이런 결과가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앞으로도 이를 기반으로 이상기후 문제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박사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화석과 고생물에 대한 여러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김도윤(서울 세종초 5) 학생기자

저는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공룡을 좋아했는데, 첫 취재로 박진영 박사님을 만나게 돼 영광이었습니다. 요즘 '지층과 화석'을 배우는데 이날 취재가 앞으로 과학 시간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박사님 연구실에 들어가자마자 여러 화석과 공룡 피규어가 저를 반겨주는 것 같았죠. 인터뷰 중 가장 재미있었던 점은 ‘타르키아 투마노바이’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박사님이 직접 붙인 이름으로 타르키아는 똑똑한 머리를 가졌다는 뜻이었죠. 또 한반도 공룡 이야기도 흥미 있었습니다. 코리아케라톱스와 코리아노사우루스는 알고 있었지만, 둘리사우루스는 새롭게 알게 돼 인상 깊었어요. 저는 고생물학자가 되는 게 꿈이었는데 박진영 박사님을 만나 뵙고 나니 그 꿈이 더 확실해졌어요. 마음 벅찬 첫 취재였고 잊을 수 없는 시간이었죠.

송유준(서울 을지초 5) 학생기자



이보라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