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표 샀는데 수하물 줄었다”…고유가에 항공업계 ‘초비상’
중앙일보
2026.05.10 16:10
중동 전쟁 여파로 고유가가 이어지면서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가 사상 최고 수준까지 치솟으며,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운항 감축과 무급 휴가 등으로 비용 감축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활주로에서 여객기가 이륙하는 모습. 뉴스1
중동 전쟁 여파로 고유가가 이어지면서 국내 항공업계가 노선 감편과 무료 수하물 축소, 무급휴직 확대 등 전방위 비용 절감에 나섰다. 유류비 부담이 급증한 데다 유류할증료 인상으로 여행 수요까지 둔화하면서 업계 전반에 비상경영 체제가 확산하는 분위기다.
1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이달 인천~프놈펜·창춘·옌지 등 일부 국제선 노선 운항을 줄인다. 이스타항공도 이달 말까지 인천~푸꾸옥 노선 운항을 중단하기로 했다.
진에어는 인천~괌·냐짱·푸꾸옥, 부산~세부 등 14개 노선에서 왕복 기준 131편을 감편한다. 에어부산과 에어로케이 역시 동남아·일본 노선을 중심으로 일부 항공편 운항을 줄인다.
장거리 노선도 영향을 받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인천~알마티·이스탄불 노선 일부 항공편을 비운항하기로 했고, 티웨이항공은 다음 달부터 일정 기간 인천~파리 노선을 감편할 예정이다.
파리 노선은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의 장거리 전략을 상징하는 노선으로 꼽혔지만, 고유가와 수익성 악화 우려 속에 결국 운항 효율화 대상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티웨이항공은 오는 10월부터 호주·몽골·우즈베키스탄 노선의 무료 수하물 허용 무게도 축소하기로 했다.
항공업계에서는 무료 수하물 축소 역시 수익성 방어 전략 중 하나로 보고 있다. 무료 허용량이 줄면 추가 수하물 요금 수익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운항 축소에 따른 인력 조정도 이어지고 있다. 티웨이항공과 에어로케이에 이어 제주항공도 다음 달 객실 승무원 무급휴직을 추진 중이다. 진에어는 직원 대상 안전격려금 지급을 무기한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사들이 긴축 경영에 나선 가장 큰 이유는 유류비 부담이다. 항공유는 항공사 전체 비용의 약 30%를 차지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올해 예상 항공유 소비량은 총 4205만 배럴 수준이다. 항공유 가격이 배럴당 1달러만 변해도 약 4205만달러(약 600억원)의 손익 변동이 발생하는 구조다.
실제 싱가포르 항공유 평균값(MOPS)은 지난 3월 배럴당 195.40달러에서 4월 200.42달러로 상승했다.
문제는 비용 절감만으로는 상황을 버티기 어렵다는 점이다. 고환율과 역대 최고 수준 유류할증료가 겹치면서 여행 수요 자체가 둔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류할증료는 항공권 가격에 직접 반영돼 소비자 체감 부담을 키운다. 가격에 민감한 여행객부터 예약을 줄이면서 항공사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는 구조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티웨이항공·진에어·제주항공·에어부산 등 국내 상장 항공사 6곳의 올해 2분기 영업손익 전망치 합계는 -5162억원으로 집계됐다.
대한항공을 제외한 대부분 항공사가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은 2720억원, 티웨이항공은 1320억원 규모 영업손실이 전망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수익성이 낮은 노선은 계속 줄이고 탑승률이 높은 노선 중심으로 공급을 재편할 가능성이 크다”며 “부가서비스 판매 확대와 기재·인력 운영 효율화도 더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서([email protected])